산만한 아이들을 위한 변명

 

소아청소년 학습장애 클리닉인 본인의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아이들은 산만한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대개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권유에 의해 클리닉을 찾게 된다.

진료실로 들어올 때의 아이들 표정은 아이들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하다.

l  처음 보는 신기한 곳에 와서 입을 헤 벌리고 둘러보고 만져보느라 정신없는 아이도 있고,

l  잔뜩 화가 나서 뿌루퉁한 표정으로 발길질을 툭툭 해대는 아이도 있고,

l  마치 죄인처럼 기가 죽어서 쳐진 어깨로 들어오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그런 다양한 표정의 산만한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에게 본인이 가장 불행하게 느껴질 때가 언제인지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엄마한테 또는 선생님한테 혼날 때라고 한다.

그 때 아이들의 표정은 정말 불행해 보이고 아이들이 가여워지는 순간이다.

산만한 아이들은 거의 매일 매 순간 혼나고 비난을 받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산만한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의 수고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며 그 스트레스가엄청나다.

l  아무리 잔소리하고 야단쳐도 그 때뿐이고,

l  뭘 하라고 시켜도 도무지 진도가 안 나가고,

l  공부를 시켜도 내일이면 다 까먹고,

l  툭하면 애들하고 싸우고 들어오고,

l  자기 물건 간수도 잘 못한다.

l  시간 개념도 없고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l  어떤 어머니는 홧병에 우울증을 앓기도 하고

l  심지어 본인의 화를 참지 못해서 기절하신 어머니도 계신다.

처음에는 아이에 대해 찬찬히 설명하다가 나중에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여 두 눈에 눈물을 글썽이면서 아이로부터 느끼는 좌절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렇게 산만한 아이들은 아이들도 힘들고 부모들도 괴롭다. 이럴 때 소아정신과의사는 아이들도 도 와줘야 하고 부모님들도 도와줘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산만함을 대표하는 ADHD는 고차적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 이상으로 주로 설명되는데 ADHD를 뇌기능의 불균형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의 심리적인 문제나 의지의 문제로 단순하게 생각하는 데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산만한 아이들에 대한 부모들의 오해 중 대표적인 것은아이가 잘 할 수 있는데 안 한다라는 것이다. 즉 아이의 의지 박약이나 실행 능력의 부족 자체를 비난한다.

사실 의지 박약이나 실행 능력의 부족도 전두엽 기능 저하에서 온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아이가 밉고 아이를 비난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 화가 나는 것이다. 나는 그럴 때 마다아이가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다. 사실은 아이도 잘 하고 싶어 한다라고 아이들을 대변한다. 하지만 이런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아이가 치료를 통해 정말 달라진 모습을 보일 때 부모도 그 동안 못 하는 아이를 안 한다고 다그쳤다는 것을 이해하고 아이를 더 편안하게 바라보게 된다. 한 글자 차이지만 아이가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해 야 부모도 비로서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산만한 아이들의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가 자신을 열등한 존재라고 느끼지 않고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감을 가지고 살 수 있게 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클리닉에서의 치료뿐만 아니라 부모님들의 인식의 변화도 동반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진료실에서 산만한 아이들을 위한 변명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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