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약 둔갑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
심각한 우울증, 불면증, 수면발작, 공격흥분, 뇌손상 등의 부작용




[뉴스 따라잡기] 공부 잘할 수 있다면 마약이라도?

<앵커 멘트>

공부 잘하는 약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고시원이나 학원가에서 집중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진 약이 있는데요, 그런데 이 약이 사실은 마약류였습니다. 이민우 기자, 왜 마약류로 분류된 약이 공부 잘 하는 약으로 둔갑한거죠?

<리포트>

공부를 잘하려면 집중력을 높여야 된다, 그래서 집중력을 높이는 약을 찾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 약,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장애를 보였을 때만 처방되는 약입니다. 환자가 먹는 거지,멀쩡한 사람이 먹으면 큰 일날 약입니다. 그래도 상관없다는 거죠. 공부만 잘하면 뭐든 괜찮다. 이러다 승진 잘하는 약, 돈 잘 버는 약까지 나오려나요. 세상에 원하는 것 다 이뤄주는, 그런 약이 대체 어디겠습니까. 이른바 ‘공부 잘하는 약’, 최근 고시원이나 학원가에서 집중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학생:"(공부 잘하는 약에 대해 들어봤는지) 네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 학부모:"강남 사는 친구네가 먹인다고 얘기해서 저한테도 (애들한테) 먹여보라고 권하기도 해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공부잘하는 약’이 아닌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 ADHD의 치료제였습니다.

<인터뷰> 김봉수 (전문의/소아정신과):"ADHD(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먹었을 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지

일반학생들이 먹었을 때는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오히려 부작용만 나타날 수가 있습니다." 심지어 이 약,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마약류입니다.

서울의 한 학교 앞, 중고등학생들에게 ’공부 잘하는 약‘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학생:"(공부 잘하는 약 있으면 먹어보고 싶어요?) 네. 손해 볼 것 없을 것 같아요. 먹어보겠죠."

<인터뷰> 학생:"진짜 그런 약이 있으면 벌써 먹었죠."

<인터뷰> 학생:"먹다가 수능 끝나면 안 먹을래요."

성적 스트레스로 많은 학생들이 공부 잘하는 약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이 약을 복용했다는 중학교 2학년 김 모군을 만났습니다.

<인터뷰> 김 00(약 복용경험자):"(공부 잘하는 약 들어봤어요?) 네. 들어봤어요. (혹시 먹어본 적 있어요?) 네. 아빠랑 병원 가서 같이 처방받고 먹어봤어요." 김 군이 보여준 이 두 개의 약통이 바로 일명 ‘공부 잘하는 약’입니다. 평소 김 군의 학업성적이 걱정되었던 김 군의 부모님이 지난해 겨울, 아는 사람에게 이 약을 소개받았습니다.

<인터뷰> 김 00 (약 복용경험자):"엄마 친구 아들도 공부를 너무 안하고 못해서 병원을 한번 갔는데요, 거기서 전문가가 추천해준 약이 그 약이에요." 이 약을 처방받기 위해 간 곳은 소아정신과였습니다.

<인터뷰>김 00(약 복용경험자):"(공부 못하는 이유가) 다 집중 때문이래요. 그래서 정신병원 가봤어요." 단 한번 상담을 하고 김 군은 이 약을 처방받았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하루에 한 두알씩 두 달을 복용했습니다. 약의 효능이 궁금했습니다. 정말 공부가 잘 됐을까.

<인터뷰> 김 00 (약 복용경험자):"제가 그때 공부를 스스로 했고요. 다른 때보다 더 하고 싶고 그런 마음이 생겼어요." 정말 약효 때문인지, 아니면 약을 먹었다는 심리적 이유인지 모르지만 그랬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약을 복용한지 두 달만에 중단했습니다.

<인터뷰> 김 00 (약 복용경험자): "만약 7시에 먹었으면 11시쯤 자게 되요 그 전에는 못자고요 잠이 안와요. 잠자고 싶은데." 약의 부작용이었습니다.

김군이 ‘공부잘하는 약’이라고 믿고 먹었던 것,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 ADHD의 대표적인 치료제였습니다.

<인터뷰> 반건호(교수 /경희대 소아청소년정신과):"ADHD(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는 지금 알려지기로는 뇌 자체에 문제가 생긴 거죠.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기억을 한다든가 집중을 해서 일을 한다든가 아니면 어떤 행동을 조절하는데 뇌에서 그런 작용을 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아이들입니다."

김군과 같은 정상인이 이 약을 먹었을 경우 우울성 신경증, 수면발작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녹취> 우기봉 (과장/식품의약품안전청 마약류관리과): "정상인이 복용했을 경우에는 신경이 좀 과민해지거나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 또 정신적 뇌손상 또는 성격이 조금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는 그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약이 adhd의 치료제였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김군과 김군의 부모님. 처방을 받을 당시 부작용에 대해 들은 바도 없었습니다.

<녹취> 김 군 아버지:"의사한테 물어봤어요. 처음에 처방전을 받고. 이 약의 후유증이나 부작용은 없습니까 물어봤더니 의사는 거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약을) 먹이라고 하더라고요."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 약이 마약류로 분류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이었다는 것입니다.

<녹취> 우기봉 (과장/식품의약품안전청 마약류관리과):"공부 잘하는 약이라고 하는
메칠 페니데이트 같은 경우는 향정신성의약품이거든요. 정신적이라든가 육체적으로 의존성을 잃게 되고 그래서 몸에 유해를 일으키는 그런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사용에 주의를 하셔야죠."

그런데 정상적인 학생이 어떻게 이런 약을 쉽게 처방받을 수 있었던 걸까. 병원을 찾았습니다.

<현장음> "친구도 병원 갔는데 집중력 좋아지는 약을 주셨다는 거예요. 그래서 먹었더니 진짜 집중이 너무 잘 됐다는 거예요."

취재팀 역시 상담 한번으로, 손쉽게 처방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의사도 공부 잘 하는 약에 대해선 고개를 젓습니다.

<녹취> 의사:"공부 잘하는 약 이런 거? (그런 약이 있어요?) 있겠습니까"

게다가 이 약은 정밀진단을 거쳐야 처방이 가능한 약입니다.

<인터뷰> 김봉수 (전문의/소아정신과:"좀 더 정밀한 검사를 통해서 ADHD(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라고 입증된 경우에만 처방해야 되는 그런 약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심각한 부작용에 마약성분까지 있는 이 위험한 약이 왜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잘못 알려지게 된 것일까.

<녹취> 우기봉 (과장/식품의약품안전청 마약류관리과):"이 약의 주성분이 과잉행동 장애 아동의 과잉 행동과 충동성을 자제시키고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는데요. 이것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잘못 알려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봉수 (전문의/소아정신과):"약을 먹어서 일시적으로 사람에 따라서 도움을 받았다고 하는 경우가 간혹 있을 수 있지만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 부분은 본인이 노력을 통해서 할 수 있는 부분들이지 약을 통해서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아니거든요."

성적이 떨어질 때마다 약이 생각난다는 김군. 하지만 더 이상 약에 의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김 00 (약 복용경험자):"이거 안 먹고도 할 수 있는데 내가 왜 이러냐. 안 먹어야죠."

호기심에 솔깃하지만 노력하지 않고 약만으로 원하는 것을 이뤄주는, 그런 약은 없었습니다.

2010.05.31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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