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눈을 깜빡일 때 깜깜해지지 않나?

2005년 07월 28일

왜 우리가 눈을 깜박일 때 세상은 깜깜하게 보이지 않을까? 사람은 1분에 10~15번씩 자동적으로 깜박인다. 그것도 두 눈을 동시에 깜박인다. 얼른 생각하면 깜박이는 동안 앞이 깜깜해질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흥미롭게도 새들은 한 번에 한 눈씩 깜박인다. 눈 깜박임 때문에 시야가 어두워지는 것을 막기 위한 그들 나름의 전략이다. 하지만 사람은 두 눈을 동시에 깜박여도 눈에 보이는 세상은 중간에 끊기지 않는 연속된 장면으로 펼쳐진다.

최근 사람이 눈을 깜박여도 세상이 어둡게 보이지 않는 이유가 밝혀졌다. 영국 런던대 신경학연구소 데이비나 브리스토우 연구원이 생물학 전문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26일자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눈을 깜박일 때 뇌의 특정영역이 꺼지면서 어두움을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보는 세상은 깜깜해지지 않는다.



연구팀은 눈을 깜박이는 행위가 뇌에 미치는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특별히 고안한 다소 ‘엽기적인’ 실험을 했다. 실험참가자들에게 눈에 들어오는 빛을 막는 안경을 씌우고 입 안에 광섬유를 넣은 채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 활동을 촬영했던 것.

빛은 광섬유가 장착된 실험참가자의 입천장을 통과해 안구까지 전달되기 때문에 눈을 깜박이는 것과 관계없이 항상 망막에 빛이 들어온다. 따라서 눈 깜박임의 효과가 뇌 활동에 미치는 효과만 볼 수 있는 실험이 된다.

실험 결과 눈 깜박임은 시각 피질을 비롯해 눈으로 들어오는 신호를 처리하는 뇌 영역의 활동을 억제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리스토우 연구원은 “눈을 깜박이는 동안 시각과 관련된 뇌 영역을 일시적으로 억제시키는 것은 눈을 깜박이는 동안 눈꺼풀이 눈동자를 덮고 세상이 어두워진다는 사실을 뇌가 알지 못하게 막는 신경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뇌의 특정 영역이 꺼지면서 눈을 깜박이는 행위가 무시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눈을 깜박일까. 흔히 각막을 촉촉하게 하고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정재승 교수는 “각막을 촉촉하게 하는 눈 깜박임은 1분에 두세 번 정도면 충분하다”며 “나머지는 두뇌 활동의 부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눈 깜박임은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 잘 나타나지 않고 대뇌 정보처리 과정이 마무리될 때 일어난다. 예를 들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눈을 깜박이지 않다가 페이지를 넘길 때 눈을 깜박인다. 눈을 깜박이면 지는 ‘눈싸움’에서 이기는 비결은 아무 생각 없이 상대를 쳐다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눈을 깜박이는 횟수로 사람의 병을 파악할 수 있다. 정 교수는 “몸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양이 늘면 눈을 자주 깜박인다”고 밝혔다. 도파민이 부족한 파킨슨씨 병 환자들은 1분에 한두 번밖에 눈을 깜박이지 않고, 도파민이 과다한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보통사람보다 더 자주 깜박인다.
이충환 기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