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보는 세상-⑩]나를 움직이는 동기, 뇌의 보상회로  2009년 05월 15일

사람마다 다른 일을 추구하는 것은 동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동기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소설 ‘뇌’에서 다양한 형태의 동기를 추적하다 우리 뇌 안에 동기를 만들어내는 장치가 있음을 발견한다. 이곳을 자극하면 쾌감이나 기쁨을 만들어내 어떤 행동을 계속하고자 하는 동기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1950년대 초 캐나다 맥길대의 한 연구실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신경과학자 제임스 올즈는 상자에 들어 있는 쥐에게 지렛대를 누르는 훈련을 시키면서 누를 때마다 쥐의 뇌에 전기자극이 가해지도록 만들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쥐들이 지렛대 누르기를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심지어 배가 고픈 쥐조차 음식도 마다 않고 지렛대를 눌러댔다. 먹는 것보다 뇌에 전기자극 받기를 더 좋아한 것이다.

이로써 과학자들은 동물의 뇌에 쾌감을 매개하는 부위가 따로 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중뇌의 복측피개영역에서 전뇌의 중격측좌핵으로 연결되는 이 신경회로망을 우리는 이제 ‘대뇌보상회로’라고 부른다.

보상의 정보는 복측피개영역에서 중격측좌핵으로 분비되는 도파민을 통해 전해진다. 지렛대를 눌러 보상을 얻도록 훈련시킨 실험동물의 경우 중격측좌핵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의 양을 줄이거나 그에 따른 신호전달을 차단하면 학습효과가 사라진다. 더 이상 지렛대 누르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흥미롭게도 중독성 약물 또한 예외 없이 중격측좌핵에서 도파민을 증가시킨다. 중독성 약물이 계속 몸 안에 들어오면 대뇌보상회로의 도파민 양이 정상적으로 조절되지 못하고 중독이라는 병적 상태로 바뀐다. 사람에게선 약물뿐 아니라 도박이나 인터넷 등도 비슷한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결국 중독은 대뇌보상회로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뇌질환의 하나인 것이다.

중격측좌핵은 전전두엽 피질로부터 통제를 받는다. 전전두엽 피질은 글루타메이트라는 화학물질을 통해 중격측좌핵에서 도파민의 신호를 조절한다. 전전두엽 피질의 특정 부위가 손상을 입으면 장기적인 보상을 가져다주는 행동에 장애가 나타난다. 가령 시간을 좀 더 기다리거나 좀 더 수고를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더 많은 보상을 얻게 되는 행동을 선택할 확률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알코올 및 마약 중독환자의 경우에도 실제로 이곳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있음이 뇌 영상 촬영을 통해 확인됐다.

중독성 약물이나 도박은 강한 쾌감을 일으켜 일시적인 보상을 뇌에 제공한다. 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위험이 따르는 쪽을 피하고 장기적으로 봤을 대 이로운 결과를 얻는 쪽을 선택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것이다. 만약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전전두엽 피질의 기능이 약해지면 사람들은 일시적 만족을 위한 충동적 자극에 쉽게 움직이게 되고, 결국 중독에 빠질 확률도 증가하게 될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도 대뇌보상회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트레스성 호르몬은 중격측좌핵에서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스트레스를 받은 실험동물은 중독성 약물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진다. 지렛대를 누를 때마다 코카인을 얻도록 훈련 받은 쥐에게 코카인 대신 생리식염수를 계속 주면 훈련 받은 행동이 점차 줄어들다 없어진다. 하지만 이들 쥐의 발바닥에 전기충격을 가하면 다시금 지렛대를 누르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때 만일 스트레스 호르몬의 작용을 차단시킨 상태에서 전기충격을 주면 지렛대를 누르는 행동이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중단된 중독 관련 보상추구 행동의 재개에도 스트레스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뇌보상회로는 사람과 동물의 생존에 필수적인 음식이나 성(性)과 관련된 자연적인 행동에도 광범위하게 관여한다. 배고플 때 맛있는 음식을 잘 먹고 나면 만족스럽게 느껴진 경험이 대부분 있지 않은가. 뇌의 보상회로가 기뻐하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일하고 받는 보수도 계속 그 직장에서 일하게 하는 훌륭한 보상이 된다. 이때 대뇌보상회로는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의 양과 성취감, 그리고 그에 따른 보수의 만족도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해 그 일을 계속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동기를 만든다. 물론 동기가 강할수록 일을 열심히 하게 될 것은 불 보듯 훤하다.

또 오랫동안 참고 기다리며 정당한 노력을 한데 대해 보상을 얻으려는 행동의 선택은 한 사회가 갖고 있는 건전한 가치관과 교육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신경과학자 올즈는 위대한 발견을 했다. 중독질환부터 의사결정의 원리까지 보상회로를 통해 인간 행동을 이끄는 중심 원리를 찾아낼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김정훈 연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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