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대부분의 인류문화는 진보를 믿지 않았다.

황금시대는 과거에 있었고, 세상은 퇴화하지는 않더라도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했다.오래된 지혜를 엄격히 추종한다면 좋았던 옛 시절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고 인간의 창의성으로 일상생활의 이런저런 측면을 개선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지식으로 세상의 근본 문제를 극복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마호메트나 예수, 부처와 공자는 세상의 중요한 일은 뭐든지 알 고 있는 존재였다. 만일 이들조차 기근과 질병, 가난과 전쟁을 세상에서 몰아낼 수 없다면, 어떻게 우리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겠는가?

언젠가 구세주가 나타나서, 세상의 전쟁과 기근과 죽음을 끝내리라고 믿는 신앙은 많았지만, 인류가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고 새 도구를 발명함으로써 그런 일을 할 란 생각은 터무니없었다. 그것은 오만이었다.

 

 

바벨탑, 이카루스, 골렘 이야기를 비롯해 수많은 신화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모든 시도는 반드시 실망과 좌절을 부른다고 가르쳤다.

 

 

 

상황이 바뀐 것은 근대에 들어서였다.

근대 문화는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중요한 것들이 많다고 인정했다. 그런 무지의 인정이, 과학적 발견이 우리에게 새로운 힘을 줄 수 있다는 생각과 결합하자, 사람들은 결국 진정한 진보가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짐작하기 시작 했다. 그리고 과학이 풀기 힘들었던 문제를 하나하나 풀기 시작하자, 인류는 우리가 새로운 지식을 얻고 적용함으로써 어떤 문제든 다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가난, 질병, 노화, 죽음은 인류의 피치 못할 운명이 아니었다. 그저 우리의 무지가 낳은 결과였다

 

유발하라리 [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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