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학에서는 신이 인간의 몸을 창조할 때 사지와 장기를 특정 목적을 수행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사지와 장기를 신이 마음에 그렸던 목적에 맞게 사용한다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활동이고, 신의 의도와 다르게 시용한다면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진화에는 목적이 없다. 장기는 어떤 목적을 가지 고 진화한 것이 아니며, 그 사용방식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인체의 장기 중에 그것이 원형 상태로 수억 년 전 처음 등장했을 때 했던 일만을 하고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장기는 특정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진화하지만, 일단 존재하게 되면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방향으로도 적응할 수 있다. 가령 입이 등장한 것은 가장 초기의 다세포 생명체가 영양소를 몸 안으로 섭취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고, 우리는 지금도 그런 용도로 입을 사용하지만, 동시에 키스하고 말 하는 데도 사용한다. 람보라면 수류탄 핀을 뽑을 때도 써먹는다. 이런 용도 중 어느 하나라도 부자연스러운 것이 있을까?

벌레 비슷하게 생겼던 6억 년 전의 우리 선조가 입으로 하지 않던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간의 성기와 성행위에도 똑같은 멀티태스킹이 적용된다. 성관계는 당초 출산을 위해 진화했고, 구애행위는 잠재적 짝의 적응도를 측정하는 방법의 하나로서 진화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동물들이 이 두 가지를 다양한 사회적 목적들에 이용한다. 자신의 작은 복사본을 만드는 것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 목적들이다.

예컨대 보노보는 정치적 유대를 강화하고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 긴장을 완화하는데 성관계를 이용한다. 이것이 부자연스러운 것인가?

 

유발 히라리의 [사피엔스]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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