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지금도 학자들은 농업혁명이 인간성을 향한 위대한 도약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두뇌의 힘을 연료로 하는 진보의 이야기를 지어냈다.

진화는 점점 더 지능이 뛰어난 사람들을 만들어냈고

그들은 너무나 똑똑해져서 자연의 비밀을 파악하고

양을 길들이며 밀을 재배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게 가능해지자마자 지겹고 위험하고 종종 스파르타처럼 가혹했던

수렵채집인의 삶을 기꺼이 포기하고

농부의 즐겁고 만족스러운 삶을 즐기기 위해 정착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환상이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더욱 총명해졌다는 증거는 없다.

수렵채집인들은 농업혁명 훨씬 이전부터 자연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사냥하는 동물과 채집하는 식물을 잘 알고 있어야 생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농업혁명은 안락한 새 시대를 열지 못했다.

그러기는커녕,

농부들은 대체로 수렵채집인들 보다 더욱 힘들고 불만스럽게 살았다.

수렵채집인들은 그보다 더 활기차고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고

기아와 질병의 위험이 적었다.

농업 혁명 덕분에 인류가 시용할 수 있는 식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분의 식량이 곧 더 니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 시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구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낳았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그것은 누구의 책임이었을까?

왕이나 사제, 상인은 아니었다.

범인은 한 줌의 식물 종, 밀과 쌀과 감자였다.

이들 식물이 호모사피엔스를 길들였지,

호모사피엔스가 이들을 길들인 게 아니었다.

 

농업혁명을 밀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1만 년 전 밀은 수많은 잡초 중 하나일 뿐으로서

중동의 일부 지역에만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불과 몇 천 년 지나지 않아

세계 모든 곳에서 자라게 되었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진화의 기본적 기준에 따르면

밀은 역사상 가장 성공한 식물이 되었다.

북미의 대초원 지역 같은 곳에는 1만 년 전 밀이 한포기도 없었지만

지금은 수백 킬로미터를 걷고 또 걸어도 밀 이외의 다른 식물을 볼 수가 없다.

 

그들 탄수화물 식물은 호모사피엔스를 중독까지 시키고 있다.

농업혁명은 노예화의 시작, 인간성 말살의 시작,
인간귀천의 시작이었으며 불행의 시작이었다.

 

빛고을 광주에서
여송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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