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의 신경생물학 :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김 경 진 (서울대 자연대 생명과학부 교수 및
                                               뇌기능 연구 프론티어 사업단 단장)

본 기획시리즈는 사업단 연구책임자들이 과학교양지 과학동아에 2004년 3월부터 연재하고 있는 기사를 재편집한 것입니다 (뇌기능활용 및 뇌질환 치료기술개발 프론티어 사업단제공)


현대 사회는 스트레스 사회이다. 현대인은 변화무쌍한 삶의 환경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공해 등으로 인해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그로 인해 많은 불안(anxiety), 우울증(depression) 등과 같은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인간은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잉태된 순간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 태아는 자궁 속의 환경 즉, 산모의 영양분, 호르몬 등 생리학적 스트레스에 적응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경쟁사회에서 이겨나가기 위하여 여러 가지 물리적, 심리적 부담을 느끼며 살아간다. 은퇴한 노령자도 예외는 아니다. 노후의 경제적, 사회적 불안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스트레스의 실체는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전달되고, 인간은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최근 Scientific American(2003, Sept. pp 67-75)에 실린 스트레스 신경생물학의 전문가인 로버트 사폴스키 박사(Robert Sapolsky)의 논문을 중심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에 부담을 주는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결과와 내용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스트레스: 몸과 마음의 짐

스트레스는 다양하다. 무더위, 추위, 소음, 환경오염과 같은 외부환경의 변화는 물리적 스트레스라고 하고, 과로, 감염과 같은 것은 생리적 스트레스라고 하며, 직장이나 학교에서의 인간관계, 직장생활의 불만, 다가올 시험, 배우자의 죽음, 해고의 좌절감, 신문에 보도된 무서운 사건, 노후에 대한 불안 등은 사회적 혹은 심리적 스트레스라고 한다.

우리 몸은 외부 환경 변화로부터 체내 환경을 일정히 유지하려는 성질 즉, 항상성 혹은 호메오스테지스(homeostasis)를 지니고 있어 정상적인 건강상태에서 몸의 혈당, 체온, pH, 호르몬 등은 일정한 정도로 유지된다. 이 때 항상성을 깨뜨리는 요소가 스트레스이며 항상성을 다시 회복하고자 하는 일련의 생리학적 적응과정을 스트레스 반응(stress response)이라고 한다.

의약용어로서의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을 변형시킬 수 있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즉, 육체적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심리적 스트레스를 포함한다. 외부에서 가해진 자극을 스트레서(stressor)라고 하나 일반적으로 스트레스와 스트레서를 구별하여 사용하지 않는다.

스트레스라고 모두 꼭 같은 것은 아니다. 같은 종류의 스트레스라도 사람이 처한 입장이나 환경에 따라 다르며 연령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스트레스는 심기일전하여 활력으로 작용하기도 하나같은 스트레스라도 과중하게 지속되거나 다른 스트레스와 겹쳐지면 사람을 짓눌러 질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스트레스에는 좋은 스트레스도 있고 나쁜 스트레스도 있다고 생각된다.

스트레스의 좋고 나쁨을 구별하고 그 정도를 수치화할 수 있을까? 인간에게 가장 강력한 나쁜 스트레스는 배우자의 죽음이라 한다. 그 다음으로 이혼이나 별거라고 하니 서로의 사랑으로 맺어진 결혼 그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는 스트레스라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입신출세, 직장에서의 해고, 퇴직, 부부간, 고부간의 갈등 등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사회적, 심리적 스트레스를 수치화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인간과 같은 영장류에서 스트레스 반응은 실체적인 사건뿐만 아니라 상상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발견이다. 우리 뇌가 정확하다면, 이러한 스트레스 반응은 다가올 위험에 대비한 고도의 생존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뇌가 잘못 판단을 하는 경우, 강박증이나 불안증 같은 신경쇠약 상태에 빠지게 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동일한 스트레스 상황에 대해서도 개체의 통제력이나 좌절의 느낌을 발산할 만한 대상 또는 기회가 주어지는지 여부에 따라 스트레스 반응의 강도가 달라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전기충격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도록 고안된 실험에서 쥐가 계속하여 쏟아 낼 수 있는 나무막대기가 있는 경우에는 전기충격에 의한 스트레스를 발산하게 되므로 위궤양이나 감염의 발생 가능성이 낮아진다. 그러나 나무막대기를 쓸어내는 것과 같은 완충장치가 없는 경우에는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고 만성적이 된다.

만성적 스트레스 상황이 주어진 경우, 이를 제거하기 위한 반응으로 반복적으로 과도한 경계상태가 요구되며 결국에는 경계상태가 습관처럼 되어 스트레스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항상 경계상태를 유지해야 된다고 느끼게 된다. 그 결과 개체는 불안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또 다른 경우, 만성적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없을 때에는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이런 스트레스 반응이 너무 장기화되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차도 낭패감에 빠지게 되고 결국 우울증에 빠지게 될 수 있다.

스트레스 전달경로

스트레스의 조절경로는 다양하며 때로는 스트레스 반응을 증폭시킬 수 있는 환상회로는 뇌의 여러 영역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스트레스 반응은 감정을 관장하는 대뇌의 한 영역인 변연계에서 일어난다. 스트레스 반응이 시작되는 기관은 편도체(amygdala)이다. 편도체는 다양한 감각정보와 추상적 정보 등을 처리하는 최상위 중추인 대뇌 피질로부터 정보를 받는다. 또한 편도체는 피질을 경유하지 않고도 시각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음으로 위험을 의식적으로 감지하기 전에 무의식 상태에서의 위험도 자극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스트레스 전달경로에서 편도체의 기능은 크게 보아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가장 중요한 경로로서 편도체는 시상하부를 자극한다. 시상하부란 신경계와 내분비계의 작용을 통합하는 전화 교환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부위로서 내분비 기능을 총괄하는 일종의 총사령부인 셈이다. 시상하부에서 발신되는 신호가 뇌하수체에 전달되고 뇌하수체는 각종 내분비선에 명령하여 호르몬 분비를 통제하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시상하부에서는 CRH(corticotropin-releasing hormone)를 분비하고 이 CRH는 뇌하수체를 자극하여 결국 부신(adrenal gland) 피질에서 글루코코티코이드(glucocorticoid, GC) 분비를 촉진시킨다. 즉,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을 잇는 신경내분비축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둘째, 편도체에서 나오는 한 그룹의 신경세포들은 중뇌와 뇌간에 연결되어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편도체에서 분비된 CRH나 여러 신경전달물질은 뇌간을 자극하고 척수를 거쳐서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한다. 활성화된 교감신경계는 부신 수질에서 에프네프린(epinephrine, E) 분비를 촉진시킴으로써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모세혈관 수축에 의해 혈압이 상승한다. 또한 대사율을 증가시키고 근육에서 에너지 공급이 많이 되도록 하는 등 생리적 변화를 일으킨다. 이것이 바로 위험한 상황에서 맛장을 뜨거나 도망치는 (fight or flight) 반응을 촉진시켜스트레스에 긴급 대처하는 것이다.

셋째, 편도체는 대뇌의 여러 영역과의 상호작용 외에도 전전두엽 쪽으로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전전두엽은 연상 작용 뿐만 아니라 입력된 정보를 판단하고 평가에 근거하여 새로운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우리는 스트레스를 통한 공포나 불안 등 감정적 요인에 의해 사고와 판단의 영향을 받게 된다.

신경-내분비-면역계의 조절네트웍의 교향곡

생명체는 신경계, 내분비계, 면역계 등 3가지의 조절 기구를 이용하여 생명현상의 정교한 항상성을 유지한다. 웬만한 스트레스는 음성 되먹이(negative feedback)에 의해서 곧 정상 수준을 찾게 된다. 그러나 만약 지속적이고 강력한 스트레스에 처하게 되면 GC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되어, 여러 가지 생리적 변화를 야기한다.

결국 우리 몸의 스트레스 반응은 부신 수질에서 분비되는 E와 부신 피질에서 분비되는 GC라는 두 종류에 호르몬의 분비로 나타난다. GC는 스트레스와 거의 동의어이다. 따라서 GC는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린다. GC는 몸의 모든 곳에서 작용한다. 이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작용하기 위해서는 수용체가 필요한데 GC와 결합할 수 있는 수용체는 GR과 MR 두종류가 있다. 당신이 번지점프를 하거나 스트레스 쌓이는 일을 하러 갈 때 또는 공포스런 장면을 계속 상상한다면 스스로의 혈중 GC 농도를 높이는 것이고 GC는 생체를 돌아다니면서 뇌를 포함하여 여러 기관에서 유전자 발현 스위치를 작동시킬 것이다. 뇌로 되먹이(feedback)한 GC는 어떤 의미에서는 몸과 마음을 통합한다. GC는 코, 귀, 눈의 감각 민감성을 바꾸며 몸의 기능을 변화시킨다.

스트레스는 면역기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높은 농도의 GC는 면역작용을 억제한다. 스트레스는 대식세포에서 인터루킨-1과 같은 면역조절물질의 생산을 억제한다. GC는 백혈구의 생존기간, 활성도 그리고 숫자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인터루킨-2는 백혈구가 병균에 대비하여 경계태세에 들어가게 하는 단백질인데 GC는 인터루킨-2에 작용하여 백혈구의 면역태세를 억제함으로써 질병에 민감하게 만든다. 스트레스는 종양세포를 죽이는 자연살해세포(NK세포)의 숫자를 감소시키고 기능을 약화시킨다. 따라서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크게 틀린 표현은 아니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베타-엔돌핀 등도 내분비세포 뿐만 아니라 면역세포에도 큰 영향을 준다. 중요한 시험이나 스트레스 증세가 보이는 사람들은 감기에 잘 걸리거나 다른 병원균에 쉽게 감염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스트레스는 심리적 변화는 물론이고 신경기능, 호르몬 조절 그리고 면역 조절 등 복합적이고 다양한 생리적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은 스트레스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연구하는 분야가 바로 정신신경내분비면역학(psychoneuro
-endoimmunology)이다. 4개의 합성어로 이루어진 만큼이나 복잡하고 종합적인 연구분야이기도 하다.

스트레스에 의한 뇌기능의 변화

편도체는 기억 메카니즘에 관여한다. 기억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서술적 또는 명시적 기억으로 어떤 사실이나 사건을 기억하는데 관여된다. 이에 반하여 또 다른 기억은 함축적 기억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실에 대한 의식 없이 과거 경험에 의해 기억과제가 수행되는 것으로 기술이나 과정에 대한 기억, 잠재화, 조건화, 비연계 학습 등을 포함한다. 함축적 기억은 공포에도 관련되어 있다.

반복적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된 후에 습관처럼 일반화되는 것은 어떤 무서운 사건에 의한 두려운 기억이 형성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서술적 기억의 지배 중추는 해마(hippocampus)이다. 신경세포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서로 간 정보소통이 이루어질 때 기억이 형성된다. 특정 신경세포 그룹을 반복적으로 자극하면 장기강화(long-term potentiation)라는 시냅스간의 정보소통의 강화현상이 일어난다. 여러 가지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었던 쥐들의 편도체에서는 신경세포에 새로운 가지가 돋아나서 다른 신경세포들과 더 많은 시냅스를 형성하고 있음이 최근 밝혀졌다. 이는 매우 흥미 있는 연구결과로 어떤 하나의 공포가 유발되는 상황에 대해서 편도체 내 신경세포들 간에는 강력한 활성이 생성된다는 점이다. 밤에 여러 번 강도를 당한 사람은 백주 대낮에도 집밖에 나서면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도 이러한 현상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 즉 일과성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에는 스트레스 전달경로의 음성 되먹이(negative feedback)로 깨어진 항상성을 회복하게 된다. 또한 스트레스 전달경로의 중요한 요소인 GR이 존재하는 하에서 이러한 적당한 수준의 일과성 스트레스는 복측핵(ventral tegment)과 측중격핵(nulceus accumbens) 부위와 전두엽사이에 걸쳐 있는 쾌감경로의 도파민(dopamine) 방출을 유발함으로써 개체는 스트레스 상태에서도 정신적인 안정감을 느끼면서 가해진 도전에 임하게 된다. 즉, 적당한 수준의 일과성 스트레스는 개체의 정신적, 신체적 장애를 초래하지 않는다. 물론 개인에 따라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성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시험이 다가오면 공포에 시달리지만 어떤 이들은 유유자적하다.

만성적 스트레스의 경우에는 이와는 다른 양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때론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만일 스트레스가 만성적으로 주어지게 되면 스트레스 반응을 유도하는 주요물질인 GR이 청반(locus coeruleus)을 자극하여 노르에프네프린(norepinephrine)을 분비하게 한다. 노르에프네프린은 편도체에 강한 활성 신호를 보낸다. 그 결과, 편도체는 시상하부를 더 많이 자극하고 시상하부에서는 더 많은 CRH가 분비되어 계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또 그에 대해 반응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만성적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되면 스트레스에 의해 일반적으로 느끼게 되는 불안감에서 나아가우울증을 유발하게 된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신경활성이 항진된 상태에서 느끼는 불안과는 달리 우울증은 어떤 일을 하기에 너무 압도된 상태로서 무기력감, 절망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며 유쾌한 감정을 상실한
상태를 나타낸다.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우울증의 기작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도파민의 결핍, 청반(locus coerulus)에서의 노르에프네프린의 합성 감소, 솔기핵(raphe nuclues)에서의 세로토닌(serotonin)의 합성 감소를 들 수 있다. 둘째, 대뇌피질 전전두엽에서의 도파민의 감소는 역시 우울증 발병 가능성을 높여준다. 셋째, 편도체와 해마 사이의 흥분성 신경활성이 과도하여 신경세포가 죽어나가게 된다.

또한 해마의 손상과 인지기능이 저하를 가져온다. 명시적 기억장애는 해마의 손상과 부피감소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GC가 수용체인 GR와 결합하여 활성화되면 신경세포의 죽음이 야기되거나 새로운 신경세포의 생성이 억제된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해마의 부피가 감소가 일어나며 또한 GC는 신경세포의 성장인자중 하나인 BDNF(brain-drived neurotrophin)의 발현을 감소시키 때문으로 생각된다.

새로운 치료제 개발

불과 몇 십년 전만 하더라고 정신병리 치료에는 신경외과적 수술, 심리학적 치료가 주종을 이루었으나 현재는 신경화학을 조절하는 약물을 사용하는 치료법이 일반인들에게는 최상의 치료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정신병의 원인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도 급격히 변화되어 그간 우울증의 원인을 영적인 것에서도 찾기도 하고 정신질환이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에 대한 논쟁도 많았다.

새로운 기작을 지닌 프로작(Prozac)이 출현했을 때 그 효능은 가히 놀랄만했다. 1995년 한 여성은 3주일간의 프로작 복용으로 수년 동안 받아온 심리치료보다 더 효과를 보았다는 이유를 들어 자신의 심리치료사를 고발하기도 했다.

프로작은 항우울증제이다. 프로작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SSRI,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로서 시냅스로 분비된 세로토닌을 전시냅스(presynapse)로 재흡수하는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시냅스에서 세로토닌이 후시냅스(postsynapse)에 계속하여 작용하도록 한 약물이다. 모든 약물이 그러하지만 프로작도 부작용이 있기에 많은 신경과학자들과 제약업계에서는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밝혀지고 있는 스트레스의 신경생물학적 기작, 우울증 유발 기작 등에 근거하여 개발되고 있는 몇몇 신약을 살펴보자.

일단의 신경과학자들은 GC의 영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놀랍게도 RU486이라는 스테로이드성 물질이 스트레스를 경감하는데 효능이 있음이 최근 증명되었다. 원래 이 약물은 프로제스테론 길항제로서 배아가 자궁에 착상하는 기작을 저해하는 불임치료제로 이미 임상적 연구가 끝난 것이다.

다른 전략은 CRH 수용체의 길항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CRH나 CRH 수용체 유전자를 녹아웃시킨 실험동물에서는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 약화되기에 CRH는 이미 좋은 분자표적으로 등장했으며 항스트레스 약물의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고통(pain) 전달경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substance P 라는 물질이 스트레스 반응을 감소시킨다는 보고에 근거하여 이 역시 새로운 항우울증 후보물질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해마의 기억장애를 경감하기 위한 전략으로 BDNF를 분자표적으로 신약개발의 연구도 한창이다. BDNF를 해마에 주사하면 GC에 의한 신경세포 형성의 억제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편도체에서는 불안이 감소된다는 실험적 증거가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유전자 치료법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GC에 의해서 다양한 유전자가 발현되거나 억제됨이 유전자칩으로 밝혀졌다. GC에 의해서 유도되는 유전자의 하나는 GC 수용체를 분해하는 효소의 발현이다. GC의 생물학적 효과를 첫 단계에서 차단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의미 있는 미래의 치료방법으로 생각된다.

맺는말

최근 각종 정신질환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연구는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우울증 유전자’, ‘자살유도유전자’ 등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결국 스트레스와 관련하여 정신질환에 대한 유전학적 분석 및 외부환경과의 상호작용에 관한 분자생물학적 연구는 이러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수많은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약물 복용이외에 스트레스에 대처할 방법은 없는가? 과도한 스트레스가 동맥경화, 심근경색을 유발한다고 알려졌기에 과도한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방안을 찾는 것은 결국 스트레스에 강해지는 길이기도 하다. 스트레스에 의해서 질병이 유발된 상태에서는 의학적 치료를 받아야 함이 당연하지만, 세간에는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법들도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 자체를 없앨 수 있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으나 이는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므로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어느 정도는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충족되지 않은 욕망에서 오는 불만은 중요한 스트레스이다. 욕망을 절제하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 자세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중요한 대처방안일지도 모른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웬만한 스트레스는 좋은 스트레스로도 될 수 있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나, 그리그의 ‘솔베지의 노래’는 우리의 심신의 피로를 풀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행복한 생각이 웃음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일부러 만들어진 웃음으로 뇌 행복중추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웃는다는 것은 확실히 기분을 좋게 만든다. 심리적인 것이 물리적인 것에 앞서 있다. 마음이 몸을 조절하고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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