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을 응용하라, 그러면 창의성이…” 광고 기획가가 세운 미국 창의교육재단(CEF, Creative Education Foundation) ③ 2009년 02월 06일(금)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라는 시리즈 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 영화계의 거장 스콜세지 감독은 헐리우드에서 가장 창의성이 풍부한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나는 내가 배웠던 모든 법칙을 깨뜨렸다고 생각한다. 뿐만이 아니다.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던 법칙들도 나는 다 깨뜨렸다”

영화계의 세계적인 거장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감독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해서 당신이 만든 그렇게 많은 영화들이 성공할 수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단적으로 대답한 이야기다.

배우로, 시나리오 작가로, 그리고 역사가이기도 한 스콜세지 감독이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Gangs of New York, 에비에이터(The Aviator), 예수의 마지막 유혹(The Last Temptation) 등 그 수를 세기가 힘들 정도다.

그가 택하는 소재는 평범하지가 않다. 그것이 바로 성공비결이다. 그래서 그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창의성이 돋보이는 감독”으로 평가 받는다. 고정관념을 깨면서부터 창의성이 생기고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것이 평소 그의 지론이다.

사람들은 성공한 모든 사람들의 행위에서 법칙을 찾기를 좋아하고 이러한 법칙을 따른다면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한다. 그래서 너도나도 그럴싸한 법칙과 성공의 지침들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거의 모든 분야에서의 그러한 법칙들은 단지 종래의 지혜들을 표현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고 이러한 전통의 사고 방식들을 단순히 따르는 것보다 정반대로 행동할 때 보다 큰 업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법칙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물리학은 아주 쉬운 학문이었다. 뉴턴의 고전물리학을 이해한다면 물리학은 다 마스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뉴턴의 고정불변의 물리학 이론은 1백 년이 채 안 되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무참히 깨졌다. 물리학은 결코 쉬운 학문이 아니었다.

다시 새로운 물리학인 양자물리학이 탄생했다. 사물의 이치와 자연과 우주의 비밀을 캐는 물리학의 궁극적인 해답은 너무나 갈 길이 멀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알아야 할 법칙은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법칙은 깨지기 위해 생겨난다”는 것이다. 성취감과 기쁨이 충만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우리에게 기존의 통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단자가 될 각오를 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며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맞서고 그 반대 방향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는 담력, 일종의 오만함 그리고 자신만의 목표에 대한 책임감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그것은 우리의 원대한 포부를 훌쩍 뛰어넘어 성공에 이르는 유일한 방법이다.

인간의 가장 고귀한 자산이라면 미지 세계에 대한 무한한 꿈이 담겨 있는 상상력이다. 그러나 그러한 상상력이 단순히 상상으로만 끝난다면 고귀한 자산이 될 수가 없다. 그 상상력을 현실에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창의성이다. 전설적인 광고의 귀재(鬼才) 알렉스 오스본의 주장이 바로 그렇다.

“상상력이란 우리 마음 속에 원초적으로 내재해 있는 중요한 보물이다. 그러나 내재해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상상력을 응용하면 엄청난 아이디어가 나온다. 대단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 상상력은 묻어서 내버려둘 것이 아니다. 응용해야 창의성이 생긴다. 
창의성 교육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상상력을 현실로 끄집어내는 교육이 돼야 한다. 상상력과 창의성은 조직적인 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획일적인 조직사회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상상력이 자랄 수 있는 토양, 바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나온다.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창의성 교육이 지향해야 할 일이다.”

광고기획자들은 창의성과 위대한 아이디어에 대해서 늘 논한다. 아니 그게 세 끼 밥 먹는 일만큼이나 일상적이다. 그러나 광고하고자 하는 상품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엄청난 정보를 지녔다 해도 광고문안(copy)에서 고객들이 그러한 정보를 발견할 수 없다면 정말로 중요한 핵심내용이 빠진 것이다.

광고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짤막한 광고문안에서 아주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줄도 안 되는 문안으로 소비자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광고문안 작성을 ‘피를 말리는 작업’이라고 늘 이야기한다.

그 작업에 가장 필요한 것이 창의성이다. 그래서 광고기획자들은 늘 창의성과 씨름한다. 그들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광고문구는 어떠한 문학작품보다, 또 어떠한 예술작품보다 위대하다는 긍지를 갖고 있다. 사실 광고문구가 우리 사회와 문화에 끼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광고, 피 말리는 창의성의 경쟁”

70년대, 80년대 유행했던 소위 광고음악 ‘시엠송’은 예술적 가치를 넘어 어떤 유명한 노래보다도, 어떤 위대한 문학작품보다도 우리 머릿속에 깊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 광고 기획자들은 피 말리는 창의성 경쟁에 뛰어든다. 창의성의 부재(不在)는 곧 경쟁에서 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광고의 죽음’으로 통한다. 물론 광고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창의성뿐만 아니라 고객들에게 믿음을 주는 신뢰성 또한 중요하다.

광고업계에서 대단한 명성을 지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광고 기획자)로 닛산(日産) 자동차의 텔레비전 광고제작을 책임 맡았던 리 클라우(Lee Clow)는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광고에 대해서 “기존의 한 분야에서 지켜지던 규칙들을 바꾸되, 그것도 영원히 바꾸는 광고”라고 정의를 내린 바 있다.

▲ 톡톡 튀는 창의성이 돋보이는 광고로 명성을 쌓은 리 클라우는 광고기획의 구루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그의 성공비결이다. 
다시 말해서 파격적인 광고가 바로 창의적인 광고라는 것이다. 광고에서 그의 뛰어난 창의성은 창의성을 일상적인 업(業)으로 삼는 광고인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예상을 깨고 자동차 광고에 인형을 등장시킨 닛산 자동차의 TV 광고는 ‘1996년에 가장 화제가 된 광고’로 선정됐다.

이에 앞서 클라우는 1984년 애플컴퓨터(Apple Computer)가 개발한 매킨토시를 소비자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론칭 광고( launching advertising)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 화제를 모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광고문구 “Think Different”가 바로 그의 작품이다.

현재 세계적인 다국적 광고회사 TBWA에서 수석 광고기획자(Chief Creative Officer)로 일하고 있는 그는 광고업계의 권위지인 ‘Advertising Age’로부터 ‘광고기술의 구루'(advertising’s art director guru)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렇게 유명한 ‘애플 캠페인’을 만들었던 클라우는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처럼 나이 들어서도 청바지를 즐겨 입으면서 자유롭게 일하고 멋대로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그야말로 주옥 같은 광고들을 쏟아내고 있다. 상상력과 창의성의 산물이다.

“상상력, 매장시키지 말고 응용하라!”

미국 창의교육재단(CEF)을 설립한 알렉스 오스본이 늘 주장하는 말은 간단하다. ‘응용된 상상력(Applied Imagination)’이다.

책으로도 내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응용된 상상력은 재단의 모토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상상력을 마음껏 응용하라, 그러면 기찬 창의성이 나온다! 결코 묻어두지만 말라!”는 이야기다.

오스본이 재단을 설립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가 바로 많은 사람들이 ‘응용된 상상력’에 공감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베스트셀러로 재미를 본 오스본은 그 돈으로 재단을 설립했다. 보람 있는 사업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계속)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2.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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