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뇌 주간’ 맞은 이춘길 한국뇌학회장

“사이코패스, 정상인보다 전두엽 부피 작아”


“뇌를 알면 사람이 보입니다.”



올 상반기에 출범하는 한국뇌연구협의회 초대 회장을 맡은 이춘길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그는 “뇌 연구는 인간을 이해하는 기본”이라며 “뇌 과학과 국민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미옥 동아일보 기자
‘세계 뇌(腦) 주간(14∼21일)’을 앞두고 이달 12일 만난 이춘길 한국뇌학회장(55·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은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바로 뇌 연구”라며 “앞으로 뇌 과학자의 연구 성과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태연한 범죄자, 학습능력이 유난히 낮은 어린이, 일탈을 반복하는 청소년…. 어느 사회든 맞닥뜨리는 문제지만 사실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질 않는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이 제안하는 방법이 바로 뇌(腦)다.

“뇌 연구는 인간을 이해하는 기본이 됩니다. 예를 들어 사이코패스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뇌는 전두엽 부피가 정상인보다 작거나 좌우반구를 연결하는 ‘뇌량(腦梁)’의 부피가 비정상적이죠. 이들의 범죄 행위가 뇌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에요.”

이처럼 반사회적 행동과 뇌의 구조나 기능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는 최근 들어 점점 늘고 있다.

“미국 대법원은 2005년부터 18세 이하 청소년의 범죄에 대해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 수 없도록 결정했습니다. 뇌가 덜 발달한 청소년에게 행위의 책임을 100%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거죠.”

도덕적 판단 같은 고등 인지기능을 수행하는 뇌 영역인 전두엽이 18∼20세가 돼야 완전히 성숙하기 때문이다.

임신했을 때 스트레스를 받은 어미에게서 태어난 동물의 새끼는 자라서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스트레스 때문에 기억을 담당하는 뇌 구조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사람도 비슷할 거라고 예상한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저소득층 산모들은 상대적으로 생존과 관련된 스트레스를 경험할 확률이 높아요. 복지정책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사교육이 시작되기 전부터 사회 구조적으로 뇌의 학습능력을 떨어뜨리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야죠.”

그는 앞으로 뇌 연구와 관련된 산업도 붐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인별 ‘뇌 활동지표’ 측정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 생겨날 겁니다. 뇌 영상을 분석해 영역별로 활동이 활발한지 더딘지를 수치화하는 거죠. 이를 응용하면 자녀가 예술이나 수학, 언어 등 어느 분야에 흥미나 적성이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어요. 과거 설문조사 방식의 적성검사나 지능검사와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겠죠.”

그러나 뇌 연구를 확대해석하는 건 금물. 예를 들어 성폭행범의 뇌와 유사한 구조를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성폭행을 저지를 거라고 예단해선 안 된다. 뇌 연구의 의미가 정확히 전달돼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뇌학회가 한국뇌연구협의회로 이름을 바꿔 올 상반에 공식 출범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뇌과학을 알리는 데 연구자들이 직접 나서려는 것이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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