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지 않으면 변화 당한다 [과학창의 칼럼]창의력 교육을 위한 교사의 역할 2009년 03월 24일(화)

 

 

“여러분의 자녀가 가장 좋은 교육을 받기를 원한다면 훌륭한 학교보다 뛰어난 선생님을 만나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자선단체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설립자인 빌 게이츠는 최근 재단 파트너들에게 보낸 연례 편지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선생님 개혁’을 힘주어 강조했다.

게이츠는 “문제는 선생님이야, 바보야(It’s the teacher, stupid)”라고 역설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창의력 교육이야말로 교사의 역할, 즉 교사의 자질·능력·열정이 필수적일 것이다.

창의력이란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말하며, 그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 생각은 무궁무진하며 답은 없다. 각각의 기발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힘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교육에 의해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개방적으로 사고하는 교사

우선 교사의 사고방식이 개방적이어야 한다. 교사는 매사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르쳐야만 배우는 학생도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 교과서에만 매달려 매일 틀에 박힌 내용을 가르치는 교사와 함께하는 학생은 당연히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창의력이 없는 학생이 되어버리게 마련이다.

교사는 칠판에 하나하나 모두 적어가며 요점 정리를 해주고, 과제를 내주고, 시험을 쳐서 평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좀 더 색다른 학습방법을 찾아간다면 배우는 학생의 창의력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방법과 더불어 좀 더 독창적이고 학생들이 호응할 만한 재미있는 소재를 제공한다면 흥미 있고 유익한 학습이 될 것이다.

어른의 눈으로 학생들의 생각을 재단하지 않고 스스로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조력하는 교육방식으로 진행한다면, 눈에 빨리 보이지는 않지만 학생들의 미래는 더욱 밝고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으로 변할 것이다.

10년 앞을 내다보는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 수업

▲ 젊은이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호기심과 동경이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평가문항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모든 교과수업에 프레젠테이션 수업방법을 점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프레젠테이션 수업’이란 학생들이 장기간의 연구 주제를 정하여 협동학습을 통해 과제를 해결한 후 주제의 개요, 과정, 결론 등을 포스터나 영상자료 등으로 발표하는 수업방법을 말한다.

선진국에서는 프레젠테이션 수업을 교과수업마다 적용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일선학교에서 ‘프로젝트 학습’이란 이름으로 일부 학생만이 참여하는 1회성 행사 위주의 운영이 대부분이다.

지금부터라도 프레젠테이션 수업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모든 교과수업에 직접 도입해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Teaching’에서 ‘Learning’으로, ‘이해’에서 ‘체득’으로, ‘개별학습’에서 ‘협동학습’으로 진행하는 창의력을 키우는 수업방법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미국 초등학생은 일 년에 한 번씩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곤 한다. 학년별로 공동 주제를 정해놓고 약 4개월에 걸쳐 준비하고 발표하는데 반복된 연습으로 다져진 초등학교에서의 프레젠테이션의 기초가 고등학교 졸업 프로젝트 프레젠테이션까지 이어지고 나아가 미국 대학 입학과 졸업은 물론, 사회에서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발표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는 것이다.

최근에 필라델피아 ‘미래학교(School of the Future)’는 MS와 함께 ‘정답 맞히기’보다 ‘문제해결’에 적합한 교육과정을 개발했다. 학교 시간표는 과목 중심이 아니다. 한 학기나 2년짜리 프로젝트를 정해 교사와 학생이 함께 움직인다. 서로 다른 과목 교사 4명이 한 팀이 되어 학생 30~40명의 프로젝트를 이끌고 학기 말에 발표하는 형식이다.

그리고 ‘교육 강소국’ 싱가포르에서도 프로젝트 수업으로 창의력 교육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난양 초등학교 수업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해 대학원 교육처럼 학생이 주제를 정해 연구하고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3명이 한 그룹이 되어 교사의 1:1 지도도 받는다.

싱가포르 국립대(NUS) 부속 수학과학 중고교의 수업방식은 ‘창의성은 또래 효과를 통해 분출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100% 토론식 수업은 기본이고 학생들은 과목별로 4~5개의 팀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한다.

또한 싱가포르 레플즈 주니어 칼리지는 성적 최상위 학생 1천여 명이 수업마다 논쟁과 토론의 장을 펼치며 이런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또래 집단 시너지가 창의력을 키우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수업방법이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 첨단 과학이 지배하는 시대에 걸맞게 우리의 학교 현장도 변해야 한다. 정해진 학습내용을 그대로 적용하는 교과서 위주의 학습은 디지털 시대의 학생들의 수준을 따라잡기에는 너무나 순진한 방법이다. 창의성 교육을 위한 선결 조건은 많은 자료 제공보다는 교사의 수업방법 개선에 대한 의식 전환 및 부단한 연수가 먼저 이루어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흥미 있는 학습 자료(데모 기기) 제작

학생들의 창의력 교육을 위한 흥미 있고 호응이 높은 학습자료 개발 및 제작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은 정해진 교과 내 학습 이외에 다양한 체험, 노작, 실험, 견학, 관찰 등의 활동이 매우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1온스의 경험은 1톤의 이론보다 중요하다”는 존 듀이의 말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이미 개발된 정형화된 학습자료 이외에 학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보다 흥미 있고 개념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를 교사가 직접 제작하여 활용한다면 학생들의 창의력 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자료 제작은 교사 개인이 하는 것보다는 교사동아리나 교과연구회 활동을 통해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근에 교사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자체 세미나와 자료 제작 토론회 등을 통해 개발한 데모 자료를 활용하여 수업에 적용하고, 각급 학교와 전국 교육기관에 개발된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초·중·고교 과학교사 연구회(포스텍 교수 자문) ‘APC’가 좋은 예다.

생각하는 훈련 통한 논술형 평가 실시

평가방법도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논술형 평가 위주로 개선해야 한다. 논술형 평가문항을 개발하여 답보다 과정을 충실히 하고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68세까지 외국 방문 경험이 없는 2008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일본 마스카와 도시히데 교수는 “과거 과학시험은 위에 1, 2줄의 문제가 있고 나머지는 여백이었다. 스스로 생각해야 했고 설사 답이 틀려도 사고과정은 맞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요즘은 객관적으로 학력을 측정한다는 허울 하에 시험을 자주 치르고 복잡하게 출제한다. 그런데 실상은 채점을 편하게 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특히 학생은 시험과정에서 성장한다는 점을 잊고 있다.

▲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우고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독서가 매우 중요하다 
‘물이 절반만 들어 있는 컵을 기울이면 어떻게 될까’라는 문제를 초·중·고교생에게 내면 초등학생이 가장 점수가 좋고 고등학생이 가장 나쁘다. 초등학생은 스스로 생각해보고 이를 표현하지만 고교생은 시험 요령에 따라 골치 아픈 문제는 풀지 않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게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교육오염’이다”라고 했다.

젊은이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호기심과 동경이고, 현재의 교육제도는 이 같은 호기심을 사지선다형 시험으로 망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평가문항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우고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독서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서울대 교육학과 오헌석 교수 연구팀이 우리나라 대표 과학자 31명의 공통점을 분석한 ‘과학 인재의 전문성 개발 과정에서의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 내용을 보면 70% 이상이 ‘책 많이 읽는 가정’ 출신이며, 과학자 대부분이 어린 시절부터 문학·예술 분야와 관련된 독서를 즐겼고, 이런 경험이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과학을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린 시절의 독서는 훌륭한 인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함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독서를 습관화할 수 있는 필독 도서 선정 및 다양한 독서행사의 개최 등 독서 환경에 수시로 노출시켜 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 당한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살아남는 것은 가장 똑똑하거나 가장 힘이 센 생명체가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생명체”라고 했다. 변화를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여겼다. 잭 웰치 전 GE 회장도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 당한다”고 했다. 개인이나 기업은 물론 학교도 변화하는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학교 교육 변화의 주체는 교사요, 변화에 적응하는 교육의 핵심 내용은 창의력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창의력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무엇보다도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사 한 명에게 전수된 창의력 교육은 곧 수백, 수천 명의 학생들에게 전달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의 창의력 신장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자료와 다양한 지원이 있어도 지도자의 의지와 지도방법에 대한 부단한 연수가 없다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교사가 일류가 되어야 일류 학생들을 양성할 수 있다. 교사들도 일류를 향해 뜨거운 열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자기계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헌수 포항제철서초등학교 교사

저작권자 2009.03.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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