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놀라운 리모델링 능력 2006.07.19 ⓒScience Times
뇌는 분업화된 기계이다. 어떤 부위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고, 어떤 부위는 언어를 맡는다. 또 어떤 곳은 손가락 운동을 담당한다. 따라서 뇌의 어느 부분이 망가지면 그 부위가 맡은 기능도 마비된다. 왼쪽 뇌에 집중된 언어중추가 망가지면 실어증에 빠지는 게 그 대표적인 예이다.
뇌세포는 인체 내의 다른 세포와 달리 죽으면 재생이 되지 않는다. 대개 우리 몸을 이루는 신체 세포들은 태어난 후에도 계속 활발하게 분열하면서 새로운 세포나 조직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뇌세포는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 이미 최후의 분열을 마치게 되는 게 보통이다.
인간의 뇌세포는 아기가 출생한 직후 1천억 개로 가장 숫자가 많고 그 이후 나이가 먹을수록 숫자가 줄어든다. 인간의 뇌에서는 평생 동안 하루 10만 개의 뇌세포가 죽는다. 새로 생기는 뇌세포는 거의 없다. 뇌의 기억 제조공장인 해마 같은 부위에서는 예외적으로 뇌세포가 생기기도 하지만 죽는 뇌세포의 숫자에 비하면 훨씬 적다.
이런 이유로 과학자들은 뇌의 회로가 활발하게 연결되는 ‘결정적 시기’를 지나면 손상된 뇌를 고치기 힘들다고 생각해 왔다. 또한 어릴 때 뇌세포를 잇는 회로의 구조가 정착되면 더 이상 바뀌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과학자들이 원숭이의 한 손가락의 신경을 차단하자 이 손가락의 감촉에 반응하던 뇌 영역이 몇 달 뒤에는 근처의 다른 손가락들에서 오는 신호에 반응을 한 것이다. 신경 회로를 통해 자극을 먹이로 먹고사는 뇌는 자극이 없어지자 재빨리 근처의 다른 손가락에서 오는 자극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손가락이 잘린 뒤에도 마치 그 손가락이 아픈 것처럼 ‘유령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도 바로 뇌의 이런 성질 때문이다.
1990년대는 뇌의 시기였다. 미국 의회는 1990년대를 ‘뇌의 10년’으로 선포하고 뇌에 많은 연구비를 집중 투입했다. 특히 이 시기에 뇌의 활동을 영화처럼 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 핵자기공명영상법과 양전자방출단층촬영 기술이 등장하면서 뇌는 신비의 모습을 드러냈다.
신경학자들에게 지난 10년 동안 뇌의 신비 가운데 밝혀진 가장 중요한 사실을 꼽으라면 거의 대부분이 뇌의 역동적인 재조직 능력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뇌는 폭발적으로 뇌세포 간의 회로가 만들어지는 사춘기 이전의 이른바 ‘결정적 시기’를 지나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종래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동물 실험과 뇌 손상 환자에 대한 추적 관찰을 해온 학자들은 뇌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다. 뇌는 적절한 약물을 투여하거나 뇌를 자극하는 재활치료나 뇌 운동을 하면 재조직화가 촉진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과학자들이 뇌의 왕성한 재조직 능력을 확인한 것은 주로 동물 실험을 통해서였다. 동물에 자극을 주고 뇌의 여러 부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검사할 때마다 각 부위의 기능은 약간씩 달라졌다. 특히 뇌에 입력되는 자극이 달라지면 뇌의 구조가 변화했다. 뇌의 각 영역은 늘 정보처리 방식이 바뀌고 어른이 되어서도 뇌는 새로운 기능을 갖게 된다. 특히 색다른 경험을 하거나 생리적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 뇌의 구조는 급격하게 바뀐다.
최근에는 신경성장인자라는 단백질을 이용해 뇌졸중이나 뇌 질환 후에 뇌의 재조직화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한 뇌의 재조직화와 리모델링을 촉진하는 뇌 자극 운동도 개발돼 나오고 있다.
뇌 회로는 보통 단층 촬영장치로 보면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특수 촬영장치로 보면 촉감을 담당하는 뉴런의 수상돌기에서는 매일 20%나 되는 가지가 없어지고 새로운 가지가 생겨난다. 근처의 뉴런이 흥분할 때 신호를 받는 수상돌기에서 매일 이런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뇌는 경험과 학습을 통해 자신의 촉감을 재조직화할 수 있는 것이다. 박찬호가 손의 촉감을 발달시켜 평범한 사람은 도저히 던질 수 없는 공을 던지고 볼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촉감을 담당하는 뇌의 감각신경 부위가 훈련을 통해 고도로 발달했기 때문이다. /신동호 뉴스와이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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