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뇌가 망가지면 오른뇌가 대신한다 2006.07.26 ⓒScience Times
뇌의 일부가 망가져도 다른 부위가 그 기능을 대신하는 사례는 국내에서도 수없이 보고되고 있다. 심지어 어떤 환자는 왼뇌가 손상되자 오른뇌가 그 기능을 대신했다. 아예 한쪽 뇌가 없는데도 양쪽 팔다리를 자유롭게 쓰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뇌졸중으로 뇌세포가 죽어 팔다리가 마비된 사람이 적절한 기능 회복 훈련을 하면 어떻게 기능이 원상으로 회복되는 것일까? 이런 환자를 보면 마치 뇌세포가 재생된 것같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재생된 것이 아니라 주변의 살아남은 뇌세포가 빠른 속도로 새로운 회로망을 구축해 죽은 뇌세포의 기능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처럼 뇌가 가진 재조직 능력을 전문용어로는 뇌의 ‘가소성’이라고 한다. 뇌의 가소성 즉 재조직 능력은 나이가 어릴수록, 남자보다는 여자가, 재활 치료 시기가 빠를수록 더 크다.
따라서 뇌졸중이나 사고로 반신불수나 실어증에 걸릴 경우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가능한 한 빨리 재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자꾸 움직이고 말을 하게 해야 기능이 회복된다. 재활 치료시기를 놓치면 마비된 기능을 되살리는 게 더욱 더 어려워지게 된다.
신경 재활치료 전문가인 전북대 의대 김연희 교수는 뇌졸중으로 왼쪽 대뇌의 언어 영역에 손상을 입어 실어증에 빠진 7명의 환자에게 몇 달 동안 언어 훈련을 시켜 말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기능적 자기공명촬영법으로 이들의 뇌를 관찰했다.
촬영을 해보니 놀랍게도 왼뇌의 언어 기능이 오른뇌로 이동해 7명 모두 말할 때 오른뇌가 활성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왼뇌는 언어와 논리에 강하다. 그런데 이들 7명은 ‘감성의 뇌’인 오른뇌로 말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2001년 ‘한국뇌학회지’에 발표돼 재활 치료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뇌의 가소성이 얼마나 큰지를 알려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한쪽 뇌로 양쪽 팔다리를 모두 움직이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사람이 발견돼 국내 의학계의 큰 관심을 모은 것이다. 이 사람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오른뇌가 크게 손상된 채 태어났다. 이럴 경우 왼쪽 팔다리가 마비돼야 한다. 그런데도 이 사람은 가벼운 편마비 증상 외에는 큰 불편 없이 이십여 년을 살아왔다.
환자를 발견한 영남대 의대 장성호 교수는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여 자기공명영상장치로 관찰했다. 놀랍게도 이 사람은 왼뇌에서 왼쪽 팔다리로 가는 신경망이 있었다. 정상적이라면 왼쪽 팔과 다리는 오른뇌가 제어해야 하지만, 이 사람은 왼뇌가 양쪽 팔다리를 모두 컨트롤 한다. 이는 모노 앰프로 스테레오 사운드를 내는 것과 같다.
대뇌의 운동피질이 손상되자 감각피질이 운동 기능을 대신하게 된 교통사고 환자도 있었다. 이 사람은 사고 뒤 팔다리가 마비됐지만, 5∼6개월의 재활 치료 뒤 글씨를 쓸 만큼 회복됐다. 시각 장애자의 시각 대뇌피질이 필요 없게 되면서 시각 대뇌피질이 청각 기능을 갖게 된 사례도 외국에서는 보고된 바 있다. 시각 장애인이 소리에 민감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뇌 스스로가 자신의 기능을 유지시키려는 보정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달리 ‘뇌’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닌 듯싶다. /신동호 뉴스와이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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