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찾아서 [이 주의 과학책] 천재 과학자 에릭 캔델의 삶을 통해 보는 뇌와 기억의 과학 2009년 04월 10일(금)

인간의 핵심적인 정신 과정 중 하나인 기억은 우리의 정신적 삶을 하나로 묶는다. 우리가 우리인 것은 대부분 우리가 배우고 기억하는 것 때문이다. 즐겁건, 끔찍하건, 지속적이건 일시적이건, 기억들은 일종의 시간여행으로 우리를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해방시킨다.

우리는 어떻게 첫 키스를 했던 상황, 배경, 생각, 감정들을 오랜 시간이 지나도 되살릴 수 있는 것일까? 끔찍했던 기억들은 왜 수십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것일까? 뇌는 어떻게 기억을 창조하고 저장하는 것일까?

캔델은 히틀러 치하의 빈에서 유대인으로서 굴욕적이었던 유년기의 경험을 계기로 기억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는 의대 상급반 시절 생물학적 기초에 관심을 갖고 미국 최고의 신경생리학자인 해리 그런드페스트를 만나게 된다. 위대한 멘토를 만난 그는 창의력과 새로운 길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전도유망한 과학자의 길을 걷는다.

그는 다른 과학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장 단순한 뇌를 가진 군소(바다 달팽이)를 실험동물로 택한 뒤 기억과 학습과정을 세포 안에 가두는 데 성공한다. 그는 신경세포들의 작용을 이해한 뒤, 뉴런들 간의 연결인 시냅스들을 통해 어떻게 다른 종류의 기억들이 신경회로 상에서 저장되는지, 그리고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의 생물학적 차이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눈부신 발견을 이룬다.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쓴 그의 자서전 <기억을 찾아서>는 성공한 과학자 개인의 삶과 생물학의 역사, 현대생물학과 행동 연구를 멋지게 결합한다. 캔델은 정신을 탐구하는 생물학의 발생사를 개관하고 현대 생물학의 혁명적 이정표들을 설명하며, 어떻게 행동주의 심리학과 인지 심리학, 신경과학, 분자생물학이 수렴하여 새롭고 강력한 정신과학이 되었는지를 상세하게 알려준다.

책 속에서

새로운 정신의 생물학은 더 큰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과학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과 우리의 가장 고등한 정신 과정(자기와 타인에 대한 의식, 과거와 미래에 대한 의식)도 우리의 동물 조상들로부터 진화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로운 생물학은 의식이, 상호작용하는 신경세포 집단들이 사용하는 분자적인 신호 전달 경로들로 설명해야 할 생물학적 과정이라고 단언한다. (본문 27쪽)

더 일반적인 맥락에서, 정신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는 전망이 밝은 과학적 탐구 그 이상입니다. 그것은 또한 중요한 인문학적 노력입니다. 정신의 생물학은 자연 세계에 관심을 둔 과학과 인간 경험의 의미에 관심을 둔 인문학을 연결합니다. 이 새로운 종합에서 탄생할 통찰들은 단지 정신의학적·신경의학적 장애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 자신에 대한 더 깊은 이해로 이어질 것입니다. (본문 445쪽)

기억은 우리 삶에 연속성을 제공한다. 기억은 과거에 대한 정합적인 상을 제공하고, 그 상은 현재의 경험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그 상은 불합리하거나 부정확할 수도 있지만 존속한다. 기억의 결합력이 없다면, 경험은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무수한 순간들만큼 많은 조각들로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기억이 제공하는 정신적 시간 여행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의 개인사를 알지 못할 것이며, 우리 삶의 찬란한 이정표로 작용하는 기쁨의 순간들을 회상할 길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인 것은 우리가 배우고 기억하는 것들 때문이다. (본문 28-29쪽)

저자 및 역자 소개

에릭 R. 캔델 (Eric R. Kandel) - 컬럼비아 대학 교수이며 카블리 뇌과학 연구소 소장 겸 카블리 교수, 하워드 휴스 의학 연구소 선임연구원이다. 현재 컬럼비아 대학 정신의학부 교수인 아내 드니스와 함께 뉴욕시에 살고 있다.

저서로는 『Molecular Neurobiology in Neurology and Psychiatry』 『Psychiatry, Psychoanalysis, And The New Biology Of Mind』 『Cellular Basis of Behaviour』 『Behavioral Bio of Aplysia: Origin & Evolution』등이, 공저로는『Memory: From Mind to Molecules』 『Principles of Neural Science』 『Essentials of Neural Science and Behavior』등이 있다.『기억을 찾아서』는 그의 저서 중 최초로 한국에 소개되는 작품이다.


전대호 -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부터 5년간 DAAD(독일학술교류처) 장학생으로 독일 쾰른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2004년 서울대 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가끔 중세를 꿈꾼다>, <성찰>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현대철학소사>, <슈뢰딩거의 삶>, <유클리드의 창>, <30분에 읽는 카프카>, <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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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2009.04.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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