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41)
토마스 헉슬리
▲ 토마스 헉슬리.  ⓒ
Sit down before the fact like a little child, and be prepared to give up every preconceived notion. Follow humbly wherever and to whatever abyss nature leads, or you shall learn nothing.

조그마한 어린이처럼 사실(진실) 앞에 바로 앉아라. 그리고는 기존의 관념을 모두 던져버릴 준비를 하라. 그게 절망의 구렁텅이든 간에 자연이 이끄는 곳을 따라 가라. 그렇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 토마스 H. 헉슬리(1825~1895) : 영국의 생물학자. 교육자 -

헉슬리(Thomas Herny Huxley) 사진을 한번 보세요. 아주 무섭게 생겼습니다. 귀에서 턱까지 난 구레나룻 수염이 길어 휘날릴 정도고 풍채도 당당해서 학자 모습이 아니라 마치 군에서 제대한 백전 노장의 장성 같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사자의 모습이죠. 사실 그렇습니다. 그는 생김새가 그런데다가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옹호하는(defender) 데 선봉에 섰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다윈의 불독(Darwin’s bulldog)’이라고 불렀습니다.

헉슬리는 대단한 학자이면서도 대단한 웅변가였습니다. 그는 진화론을 신앙처럼 믿었습니다. 명언에 나온 것처럼 가장 훌륭한 선생인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진리라고 생각한 거죠. 다윈의 진화론이 기독교의 신학자, 종교에 기반을 두고 있는 윤리학자들로부터 엄청난 저항을 받자 거룩한 분노로 이에 맞서 일어선 학자가 바로 ‘다윈의 불독’ 헉슬리입니다. 불독은 한 번 물면 끝까지 놓지않는다는 걸 의미합니다.

헉슬리가 더욱 유명해진 것은 1860년 옥스퍼드 영국왕립협회(British Association)에서 벌어진 진화론과 기독교와의 논쟁입니다. 진화론 논쟁에서 가장 유명한 것으로 진화론측에서는 헉슬리가 나왔고 기독교측에서는 입심 좋은 윌버포스 주교(Archbishop Samuel Wilberforce)가 나왔습니다. 대단한 ‘결투’였습니다.

▲ 헉슬리와 대토론을 벌였던 윌버포스 주교를 풍자한 그림. 모습이 이채롭다.  ⓒ
말 주변이 좋은 윌버포스는 대결투에 오기 앞서 리차드 오웬(Richard Owen)으로부터 많은 코치를 받습니다. 사전 훈련을 받은 것이죠. 오웬이 누구냐고요? 헉슬리와 거의 비슷한 동시대(1804~1892)의 인물로 헉슬리처럼 화석 연구로 명성이 있었고 해부학자며 고생물학자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윌버포스가 헉슬리를 이기기 위해 같은 생물학자 오웬을 고용해 예상 질문과 그에 대한 해답 등 사전 과외를 받은 거죠.

“Archbishop Wilberforce ridiculed evolution and asked whether he was descended from an ape on his grandmother’s side or his grandfather’s side. 윌버포스 주교는 진화론을 조롱하면서 헉슬리에게 ‘원숭이가 조상이라면 당신은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인가, 아니면 할아버지한테 물려받은 것인가?’라고 물었다.”

“Accounts vary as to exactly what happened next, but according to one telling of the story, Huxley muttered ‘The Lord hath delivered him into my hands.’ and then rose to give brilliant defense of Darwin’s theory, concluding with the rejoinder.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참석자들의 생각이 다 달랐다. 그러나 그때 이야기에 따르면, 헉슬리는 ‘신은 그를 내 손에 넘겨 주었어.’라고 함께한 동료에게 이야기하고는 일어나서 다윈의 이론을 명쾌하게 변호하기 시작했다.”

이 대목을 잘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I would rather be the offspring of two apes than be a man and afraid to face the truth. 나는 진실을 대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차라리 두 원숭이의 자손이 되는 편이 낫다.”라고 대답했습니다.

“All accounts agree that Huxley trounced Wilberforce in the debate, defending evolution as the best explanation yet advanced for species diversity. 지켜보던 참석자들 모두가 논쟁에서 헉슬리가 윌버포스 주교를 참패시켜 진화론이 종(種)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최고의 이론이라고 옹호할 수 있었다.”

이 대토론에서 진화론의 헉슬리가 판정승을 거둔 것입니다. 이 한마디의 공격으로 윌버포스는 마지막 발언을 사양했다고 합니다. 헉슬리의 “신이 그를 내 손에 넘겼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말하자면 ‘그래 좋은 질문 던졌어! 넌 이제 그 질문으로 끝장이야 임마!’ 그런 뜻이 아니겠습니까? 표현이 거친가요?

헌데 그 대단한 토론장에 다윈은 없었습니다. 지병을 치료하느라고 리치먼드에 머무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그 논쟁 후에 헉슬리는 대단한 명성을 얻었고 진화론에 대해 시비를 거는 학자들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다윈의 불독’ 덕택으로 다윈의 진화론은 다시 더욱 발전하고 진화합니다.

헉슬리는 대단한 학자입니다. 그리고 대단한 이론가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명언을 남겼습니다. “There is the greatest practical benefit in making a few failures early in life. 일찍이 실패를 좀 하는 것이 가장 큰 실질적인 이득이다.” “A world of facts lies outside and beyond the world of words. 사실(진실)의 세계는 언어의 세계 바깥 너머 편에 있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 진실은 말로 장난치는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사실을 확인하고 받아들이는 곳에 있다는 거죠. 당시 윌버포스 주교와 같은 신학자들과 윤리학자들을 겨냥한 이야기 같습니다.

▲ 일본 교토 대학 과학사 갤러리에 소장된 헉슬리 그림. 코가 길고 거만한 모습이다.  ⓒ
“There is no greater mistake than the hasty conclusion that opinions are worthless because they are badly argued. 자신의 주장이 심한 논쟁의 대상이 된다는 이유로 값어치 없다고 성급한 결론을 내라는 것만큼 더 큰 실수는 없다.” “The great tragedy of science is the slaying of a beautiful hypothesis by an ugly fact. 과학의 커다란 비극은 추악한 한 사실로 아름다운 가설을 살해하는 일이다.” 끈질긴 ‘다윈의 불독’의 명언입니다.

헉슬리는 자신의 학문을 자연에서 찾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진화론은 자연의 한 흐름이고 이치라고 생각한 겁니다. 사실에 기초를 둔 것이 진화론이라는 주장이죠. 사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생물학자나 또 해부학자는 어떤 신조나 이념에 얽매어 연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들은 사실을 연구하는 겁니다. 다만 연구가 윤리적인 문제를 몰고 올 수 있습니다. 요즘 일고 있는 생명과학에 대한 윤리가 그렇습니다. 과학에 인간적인 윤리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종교의 교리가 과학적 연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평생 대학에 머물면서 가르치고 왕성한 집필활동을 한 훌륭한 교육자이기도 합니다. “It is because the body is machine that education is possible. Education is the formation of habits, a superinducing of an artificial organization upon the natural organization of the body.” 해석해 보면, “교육이 가능한 것은 우리의 몸이 기계와 같기 때문이다. 교육은 인위적인 조직을 신체의 자연적 조직으로 유도하는 습관이 모여 된 것이다.” 인위적인 조직은 교육이고, 교육을 습관화하다 보면 몸의 일부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There is no alleviation for the sufferings of mankind except veracity of thought and of action, and the resolute facing of the world as it is when the garment of make-believe by which pious hands have hidden its uglier feature is stripped off. 종교를 빙자한 손으로 추악한 모습을 감춰 온 위선의 옷이 벗겨질 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대처하는 단호한 의지와, 진실한 사고와 행동이 없다면 인류의 고통을 덜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멋있는 말이죠.

▲ 당시 다윈을 풍자한 만화.  ⓒ
짤막한 명언 두 개만 더 소개할까요? “Science is nothing, but trained and organized common sense. 과학이라고 해서 특별한 게 아니다. 잘 다듬어지고 짜인 상식에 불과하다.” 비슷한 내용으로 “Science is simply common sense at its best—that is, rigidly accurate in observation, and merciless to fallacy in logic. 과학은 단순히 최고에 있는 상식이다. 즉 관찰에서는 엄격할 정도로 정확하고, 논리적인 면에서는 오류에 대해 무자비해야 한다는 것이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지고 있는데 이 이야기는 짚고 넘어가야 하겠군요. 헉슬리 하면 여러 사람이 등장합니다. 우선 진화론의 신봉자로 오늘 소개하는 토마스 헉슬리가 있습니다. 소설가로 유명한 올더스(Aldous) 헉슬리 아시죠?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로 유명한 작가 말입니다. 그 헉슬리는 손자입니다. 또 손자 가운데 신경세포막 연구로 196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앤드루(Andrew) 헉슬리가 있습니다. 같은 손자로 유명한 생물학자인 줄리안(Julian) 헉슬리도 있습니다.

왜 그렇게 많냐고요? 글쎄, 집안이 머리가 좋을 뿐만 아니라 주인공 토마스 헉슬리가 부인과 금슬이 좋아 슬하에 8남매를 두었다고 합니다. 3대가 되면 손자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집안엔 대대로 대부분 의사나 생물학자가 많았다고 합니다.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도 처음에는 생물학을 공부하다가 대학생이 될 때쯤에 눈이 거의 실명에 가까워 자연과학을 포기하고 옥스퍼드 대학 영문과로 진학해 소설가가 됐습니다. 집안이 생물학적 전통이 강한 것 같습니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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