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49) | ||||||||||
제너 | ||||||||||
"언젠가 우리 인류에게 우두를 생산하는 기술이 전 세계로 확산돼 천연두라는 병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그 때가 오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제너(1749~1823):영국 외과의사, 종두법 창시자- 우두(牛痘)나 천연두(天然痘)에 나오는 痘는 ‘마마두’로 천연두를 일컫지만 원래는 고름이나 농이 있는 상처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천연두를 두창(痘瘡)이라고도 하는데 蒼은 ‘부스럼 창’으로 읽습니다. 역시 천연두를 의미하는 마마(痲痲)의 痲는 홍역을 뜻해서 ‘홍역마’로 읽습니다. 영어도 한자어와 마찬가지입니다. 우두를 cowpox라고 합니다. 사람의 천연두는 smallpox라고 하죠. 물론 pox 단독으로 천연두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주로 피부에 발진하는 병으로 피부에 큰 고름이 생기는 종기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그래서 우두는 소에 생긴 마마고 천연두는 사람에게 생기는 마마입니다. 즉 우두접종이란 소에게 생긴 마마(농균)를 사람에게 주사해서 사람에게 생길지도 모를 천연두를 예방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 몸속에 들어간 우두(균)은 천연두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평생 동안 천연두에 걸리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영국 외과의사인 제너(Edward Jenner)가 발견해 천연두 백신을 만든 겁니다. 그래서 무서운 천연두가 세상에서 사라졌습니다. 좀 더 설명하자면 소에서 생긴 약한 마마균을 사람 몸에 주사하면 사람이 전염이 되는 것이 아니고 항체가 생겨 면역성(immunization)이 생기는 겁니다.
"인간이 원래 자연적으로 주어진 그 상태에서 벗어나면(궤도를 벗어날 때) 여러 가지 병이 생길 수 있는 이유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자연 상태는 몸이 균형을 이룰 때고 이 상태가 깨질 때 병이 생기기 시작한다 라는 말입니다. 천연두는 18세기에 유행했는데 가끔씩 크게 퍼져 사망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그 시대에 사망의 주요 원인이었던 천연두는 사회계층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염되었고, 회복한 환자들일지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흉터가 남아 사회생활 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죠. 제너는 평생 천연두 백신을 개발하는 데 전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치사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병을 치료하거나, 예방법을 발명하는 걸 인생의 최대 목적으로 생각하고 여기에 매달립니다. 그리고 많은 시간과 연구 끝에 예방법인 우두접종법에 성공합니다. 성공했을 때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겠죠. "The joy I felt as the prospect before me of being the instrument destined to take away from the world one of its greatest calamities(smallpox) was so excessive that I found myself in a kind of reverie." "내가 한 연구가 앞으로 가장 커다란 재앙(천연두)을 없앨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의 기쁨은 너무나 대단해서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환상 속에 빠지기도 했다." 제너의 종두법 연구에 대한 의지는 확고했습니다. "I shall endeavour still further to prosecute this inquiry, an inquiry I trust not merely speculative, but of sufficient moment to inspire the pleasing hope of its becoming essentially beneficial mankind." 해석하자면 "단순히 추상적인 생각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류에게 유익하게 될 희망을 충분히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 이러한 연구가 끝날 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유래한 인두접종기술은 2가지 개념에 근거한 이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제너의 종두법도 이러한 개념에 착안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천연두에 한 번 걸렸던 사람은 다시 병균을 접해도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계획적으로 병에 경미하게(mild) 감염되었던 사람도 면역성을 쉽게 갖는다는 겁니다. 오늘날 이것을 전문용어로 ‘선택적 감염(elective infection)’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불행하게도 인위적으로 감염시킨 경우 항상 가볍게 앓는 것이 아니라 심각하게 앓게 돼 정상인이 사망하게 되는 경우가 자주 나타납니다. 그리고 접종을 통해 천연두에 걸린 사람은 다시 이 병을 퍼뜨리는 감염원으로 작용해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고대 중국에서 실시됐던 이 방식은 당시 동서문명의 가교역할을 했던 터키로 전해집니다. 당시 터키에 주재하고 있던 영국대사의 부인 몬테규(Lady Mary Wortley Montagu)가 1722년 이 인두접종법을 이용해 두명의 자식을 치료한 후부터 인두종두법이 대단한 호평을 받습니다. 몬테규 부인은 종두법 역사와 관련해 항상 등장하는 여성입니다. "…Well known throughout polite society for her wit and verse, English world traveller Lady Mary Wortley Montagu(1689~1762) also worked to introduce the practice of inoculation against smallpox to the medical establishment of eighteenth-century Britain." "위트와 훌륭한 문장으로 영국 상류사회에서 유명한 세계 여행가 몬테규 부인은 또한 (인두)종두법을 18세기 영국 의학계에 도입하는 데 노력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국 사교계를 주무르고 있던 몬테규 부인이 터키 주재 대사 남편을 따라 터키로 갔다가 그만 천연두에 걸리고 만 겁니다. 그러나 죽지는 않고 1716년 살아남습니다. 당대 최고로 아름다웠던 고운 자태를 천연두가 뺏어 가버린 거죠. 그 심정이 어떠했을까요? 흔한 이야기로 죽기보다 더 서러웠을까요? 그러나 몬테규 부인은 실망하지 않고 당시 중국으로부터 도입돼 터키에서 부분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인두종두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의지가 단호했던 그녀는 당시 유명한 영국 외과의사 매트랜드(Charles Matland) 박사를 콘스탄티노플로 불러 들여 아들에 접종해서 성공을 거둡니다. 1721년 천연두가 영국을 휩쓸기 시작하자 몬테규 부인은 딸에게도 접종해서 성공합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영국 왕실은 그녀에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접종을 공식 허락합니다. 그리고 흉악범들이 주로 수감된 뉴게이트 감옥(Newgate Prison)의 20여 명의 죄수들을 대상으로 접종을 했는데 모두 완쾌했고 그 덕에 죄수들은 풀려납니다. 인두접종법이 영국의학계에 자리 잡게 된 과정이지요.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제너가 1773년 소를 이용한 우두접종법으로 예방백신을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이로 인해 약 1백년이 흐른 1885년 파스퇴르가 광견병 예방접종을 발견하는 데 성공합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약화시켜 면역을 갖게 하는 방법을 개발해 냈고, 다시 소아마비, 장티푸스 등 그동안 인류를 괴롭혔던 질병에 대한 백신이 줄을 이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그가 개발한 백신의 성공여부를 위해 소중한 아들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는 과장된 이야기입니다. 물론 제너의 인간성과 인류애를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 낸 이야기지만 사실과는 다릅니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사실에 근거해야 합니다. 백신개발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도 알 겸 다음 이야기를 읽어 볼까요? "The story of the great breakthrough is well known. In May 1796 Jenner found a young dairymaid, Sara Nelmes, who had fresh cowpox lesions on the hand. on May 14, using matter from Sarah’s lesions, he inoculated and eight-year-old boy, James Phipps. He became slightly ill over the course of the next 9 days but was well on the 10th. 해석하겠습니다. "(종두법 성공과 관련) 아주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해 준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1796년 5월 제너는 손가락에 우두를 금방 앓은 상처가 있는 사라 네머스라는 젊은 목장 소녀를 발견했다. 5월 14일 제너는 사라의 상처에 있는 물질을 사용해 제임스 핍스라는 8세 소년에게 접종했다. 이후 이 소년은 9일 동안 약간 아팠으나 10일째 되는 날 완쾌했다." 이어서 on July 1 Jenner inoculatedthe boy again, this time with smallpox matter. No disease developed: protection was complete. In 1798 Jenner, having added further cases, published privately a slender book entitled ‘An inquiry into the Causes and effects of the Variolae Vaccinae, a Disease Known by the name of Cowpox’." "제너는 7월 1일 그 소년에게 이번에는 (사람에게 걸린) 천연두 물질을 다시 접종했는데 아무런 병도 생기지 않았으며 완전한 면역이 생겼다. 그 후 1798년 제너는 더 많은 사례를 추가해 소책자인 ‘우두 백신의 원인과 결과에 관한 연구’를 개인적으로 출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신사로 일본을 따라갔던 지석영 선생이 종두법을 발명해 1880년부터 시작했습니다. 지석영 선생이 충주에 있는 2살 난 처남에게 실시한 일화는 지금도 유명합니다. 그게 왜 유명하냐고요? 안전성이 확실히 검증된 것도 아닌데 혹시 죽으면 어떡합니까? 그런데 과감하게 소중한 처남을 선택한 겁니다. 1979년 12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천연두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근절된 질병(eradicated disease)’이라고 공식 선언합니다. 의료방법이나 위생시설이 개선된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너의 백신개발 덕분입니다. | ||||||||||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