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을 자야 창의력이 증가해” 英 인디펜던트, “렘 수면이 문제해결능력 도움” 2009년 06월 10일(수)

잠을 자야 두뇌 능력이 좋아진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그런데 특히 창의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꿈을 꿀 정도로 깊은 잠을 자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 가운데서도 이른 새벽의 깊은 잠(dreamy sleep)이야말로 문제해결능력에 도움이 된다.

▲ 잠은 우리에게 휴식을 제공한다. 또한 새로운 영감의 원천과 창의력을 제공한다. 많은 과학자들이 꿈을 통해 위대한 발견의 실마리를 얻었다. 꿈을 꿀 정도의 깊은 잠이 현실적인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가 나왔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최근 인터넷판 뉴스에서 “Tests find benefits of sleeping on job”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보도하면서 “이른 새벽의 깊은 잠은 낮 시간에 풀 수 없었던 문제를 다시 풀 수 있는 창의력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과학자의 연구결과를 인용, “역사 속의 위대한 발견과 발명을 한 지식인들이 낮에 풀 수 없었던 문제들을 달콤한 꿈과 함께한 깊은 잠을 통해 풀었다는 것은 단순한 일화만이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깊은 잠이야말로 골치 아픈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꿈을 꾸는 편안한 잠(dreaming slumber)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는 ‘렘 수면 (REM, rapid-eye movement sleep)'이 잠재의식 속에 있는 문제를 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렘 수면이란 뇌가 어느 정도 활동적이며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주로 꿈을 꾸는 단계다. 주로 밤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깊은 새벽잠을 일컫는다.

“꿈을 통한 위대한 발견 사례는 사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사라 메드닉(Sara Mednick) 교수팀은 잠과 창의성 사이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80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얕은 잠을 잔 뒤, 깊은 잠을 잔 뒤, 오전에 깨어 있을 때, 잠을 자지 않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등, 네 단계에서 뇌가 각기 어느 정도의 능력을 보이는지를 점검했다.

실험방법은 서로 연관성이 없는 듯 보이는 세 단어를 주면 그 연관성을 찾는 ‘연상 단어 찾기’ 게임이었다. 예컨대 쿠키, 하트, 열여섯 살이란 세 단어를 주면 ‘달콤하다’란 단어를 연상해 내는 능력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연상 단어 찾기 게임을 시킨 뒤 잠을 재우거나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그리고 다시 게임을 해 수면 또는 휴식이 문제 푸는 능력을 얼마나 향상시키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오직 깊은 잠을 잔 그룹만이 성적이 40%나 향상되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다른 세 그룹은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한 뒤 전혀 능력이 나아지지 않았다.

렘 수면을 취한 그룹만 창의성 40% 높아져

▲ 유기화학의 새로운 기초가 된 벤젠고리를 고안한 학자는 독일의 케큘레다. 그는 꿈 속에서 뱀들이 서로 꼬리를 물고 있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깊은 잠을 자야 뇌의 각 부분이 연결되면서 기존에 입력된 여러 정보를 토대로 전혀 새로운 해답을 내놓는 창의성이 발휘되는 것 같다”는 해석을 내렸다.

깊은 잠이 주는 이러한 ‘뇌 여러 부위의 연결 능력’은 단순히 휴식을 취하거나 얕은 잠을 자는 것으로는 주어지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충분한 깊은 잠이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력을 증진시킨다는 이야기다.

연구진은 잠을 자지 않고도 단지 조용한 상태에서 완전한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 창의성이 높아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한 그룹을 조용한 방에서 말 없이 쉬도록 했다. 그러나 창의성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렘 수면은 보통 잠들고 나서 한 시간 반 정도 지나면 나타난다. 분명히 잠들었는데도 뇌파의 모양은 깨어 있을 때와 유사하다. 따라서 이러한 수면을 역설 수면(paradoxical sleep)이라고도 한다. 이때 신속한 안구운동이 관찰된다고 해서 REM 수면이라고 하는 것이다.

꿀잠을 설치지 말아야

또한 비 REM 수면(20%)에 비해 REM 수면(60~90%)에서 꿈을 잘 기억하기 때문에, REM 수면을 꿈 수면이라고도 부른다. 이 시간 동안은 심장도 빨라지고, 숨도 가쁘게 쉬고, 혈압도 오르고, 남자의 경우에는 발기 상태가 지속된다고 한다.

REM 수면은 30분 정도 지속되다가 다시 완전히 잠에 취한 서파(slow wave sleep) 수면이 이어진다. 밤새 잠을 자는 동안 서파 수면과 REM 수면이 교대로 나타나는데 하룻밤에 5~7차례 REM 수면을 경험한다.

서파 수면이 REM 수면보다 먼저 온다. 꿈 수면과 비꿈 수면을 반복한다. 어른의 경우는 전체 수면의 약 20% 정도를 차지한다. 어릴 때는 대개 잠의 50%가 꿈 수면이다. 어린이가 꿈을 많이 꾸는 이유가 그렇다.

벤젠고리, 꿈속 뱀의 엉킨 모습에서 영감 얻어

사실 꿈이 새로운 영감을 제시하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연구 중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얻기 위하여 꿈속에서의 기억을 이용한다. 벤젠고리에 대한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벤젠은 방향족 탄화수소다. 벤젠의 구조는 6각형에 탄소가 여섯, 그리고 수소도 6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40년 동안이나 그 구조를 알기가 어려웠다.

벤젠의 탄소 사슬이 어떻게 엉켜진 것인지 밤낮으로 고민하던 독일의 저명한 화학자 케큘레(Friedrich August Kekule)는 여섯 마리의 뱀들이 각기 서로 다른 뱀의 꼬리를 물고 원형의 띠를 이루면서 꿈틀대고 있는 꿈을 꿨다. 뱀들이 꼬리를 물고 뺑글뺑글 도는 것을 보고 고안해낸 것이 지금의 벤젠의 구조라고 전해진다.

과학 역사가들은 이것이 유기화학분야에서 발견된 가장 값진 예언이었다고 말한다. 이 발견은 근대 화학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의사인 로저 윌리엄스(Roger J. Williams)는 비타민 B 복합체의 하나인 판토텐산을 발견한 혁신적인 연구가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꿈치료 해석법을 항상 실행에 옮겼다. 잠자리에 들기 바로 전에 윌리엄스는 자신의 문제에 대하여 생각하곤 했다. 그가 밤중에 깨었을 때는 잠자리에서 나와 어두운 곳에 앉아서 여러 가지 자신의 문제를 생각했다.

꿈 치료 해석방법을 내놓은 로저 윌리엄스

▲ 로저 윌리엄스는 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꿈 치료해석법을 실질적으로 사용했다. 그는 꿈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학자로 유명하다. 
15분에서 1시간 정도 후 머리 속에서 그 문제가 깨끗이 해결된 채로 잠자리에 다시 들어갔다. 그의 잠자는, 그리고 창조적인 뇌는 마치 컴퓨터가 프로그램에 맞춰 일을 진행시키듯이 모든 자료들을 배열하고 체계화하고 분류했다. 그래서 해결책이 이미 그의 머리 속에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다음날 아침 당장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미해결된 문제를 가지고 항상 잠자리에 든다. 그러나 수면을 취한 후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는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반드시 떠오른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건설적인 몽상은 잠자는 시간을 포함해서 일상 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마주치는 어려움들을 다른 방향에서 다시 생각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일들의 순서를 바꾸고,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전략을 재정립하는 데 도움을 주는 흥미롭고 성공적인 기법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꿈 수면이 방해를 받으면 그 다음날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해지며 정신이 산만하고 집중력 장애 등을 일으키게 된다. 한편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회보(PNAS) 6월호에 게재됐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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