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케냐에서 야위어 죽은 얼룩말의 사진. 매년 수만 명의 사람들이 굶주리거나 물을 마시지 못해 목숨을 잃는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전 세계 6명 중 1명이 굶주리고 있다. 그러나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로 식량수확량이 줄어들지만 인구수는 되레 늘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기온이 5도 오르면 현재 쌀 수확량의 50%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기아 겪는 최악의 곳은 아·태지역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19일 “전 세계 10억2000만 명이 기아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대략 한국 인구수의 50배나 되는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 것이다.



굶주리는 사람들의 비율을 나타낸 지도. 빨간색은 기아상태에 있는 사람 수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지구온난화로 이런 경향을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정작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선 굶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지구온난화의 역설이라고 해야하나. 사진제공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굶주리는 사람의 수는 8억2500만 명(1995년~1997년)→8억5700만 명(2000년~2002년)→8억7300만 명(2004년~2006년)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굶주리는 사람 수가 감소 추세에 있던 라틴아메리카나 캐리비안 지역에서조차 다시 늘고 있는 상태이다.

상황이 가장 좋지 않은 곳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FAO는 만성기아를 겪는 사람 수가 아·태 지역에서만 6억4200만 명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지역이 2억6500만 명, 라틴아메리카와 캐리비안 지역이 5300만 명 등으로 예측했다.

자크 디오우프 FAO 사무총장은 “전 세계 6명 중 1명이 겪는 심각한 식량위기가 세계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기아를 없애기 위해 각 국은 필요한 조치를 빨리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70년 후…기후변화로 식량난민 2억7000만 명 추가 발생



불타는 지구. 지구온난화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이달 17일 ‘지구환경변화저널’에 “기후변화에 따른 400개 가능한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이번 세기 말까지 지구 표면온도가 5.2도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AFP는 이 연구결과를 보도하면서 “지구온난화 탓으로 2050년쯤 아프리카 지역의 식량생산량이 식량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에 앞서 유엔환경계획(UNEP)은 2007년 “기후변화 탓에 굶주리는 사람들은 2020년까지 5000만 명, 2050년 1억3200만 명, 2080년에는 2억6600만 명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기후변화로 이번 세기 말까지 남아시아 국가의 곡물생산량이 4~10%까지 줄어들 수 있다”며 “기온이 2도 오르면 중국의 쌀 생산량은 5~12% 줄어들 것”이라 예측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온이 오르면 이전에 없던 병충해가 생기고 기존의 병도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만성 가뭄과 물 부족은 농사를 짓기 어렵게 만든다. 또 작물이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수확량이 낮아질 수 있다. FAO 천연자원·환경관리 부국장 알렉산더 뮬러는 “자작농, 어부, 숲에 의존해 사는 수 백 만 명의 사람들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비 없이 다가오는 지구온난화, 대책 없이 느는 인구

실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농도는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라몬트-도허티 지구관측소 연구진은 이달 19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지난 210만 년 동안 지구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이었지만 현재는 38% 증가한 385ppm”이라고 발표했다. 온실가스를 줄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식량생산량은 더욱 급격히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줄어드는 식량생산량과 달리 인구수는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와, 식량난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유엔보고서는 전 세계 인구수가 2050년에는 61억 명에서 91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50년 간 인도는 5억7000만 명, 파키스탄은 2억 명, 방글라데시는 1억3000만 명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아킴 슈타이너 UNEP 사무총장은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는 자연과 경제에 대재앙이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인류에 비극적인 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반도, 기온 5도 오르면 쌀 수확량 50% 줄어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병충해 증가, 작물재배지역 감소 등 여러 문제가 일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쌀 수확량이 50% 줄어들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농촌진흥청이 2007년 3월 낸 ‘기후 변화에 따른 농업생산 생태계 변화’ 보고서는 “2001년 벼 줄무늬잎마름병이 남부지방에서 경기 강화 지역까지 북상한 이유는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며 “이화명나방은 열대지방에서처럼 발생주기가 사라지고, 벼 재배기간 언제나 발생하는 해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반도 내 사과재배지역은 기온이 오를수록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 농촌진흥청
이 보고서는 또 현재보다 기온이 3도 오를 경우 남한의 사과재배지역이 3만4363㎢에서 6892㎢로 약 80%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쌀 수확량도 줄어든다. 전남대 식물생명공학부 김한용 교수는 “여러 자료를 종합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기온이 5도 정도 오르면 쌀 수확량이 5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기온이 높으면 꽃가루가 덜 생기거나 꽃가루 주머니가 안 터져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쭉정이만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설사 수정이 된다고 해도 온전한 쌀이 될 가능성은 낮다.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윤영환 연구관은 “기온이 높으면 이삭이 빨리 익어 미숙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관은 또 “기온이 올라가면 벼의 야간 호흡양이 늘어난다”며 “광합성으로 저장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수확량이 적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온에 내성이 있는 품종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재배방법을 도입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내성 있는 품종을 개발하는데 5~6년이 걸리고, 각 지역에 적응하는 지 살피려면 농가에 신품종이 보급되기까지 보통 10여 년이 걸린다”며 “필요하다고 바로 품종을 만들어 심을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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