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가지 유형의 인간이 있다 이태수 교수의 니코마스 윤리학 강연 2009년 06월 29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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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 인문강좌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인간의 행동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인간의 행동은 '좋음'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행된다는 것이 바로 첫 구절의 내용이다. 이후 한동안 '덕(德)'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지만, 행동의 개념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일은 한 번도 없다.
모든 생명체가 자기 보존이라는 기본적인 목적을 위해 행동하는데, '식물적 영혼'은 영양섭취와 번식을 전담하고, '동물적 영혼'은 영양섭취와 번식을 하면서, 또한 주변 세계를 인지하고, 장소 이동을 비롯한 복잡한 운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았다. 동물에게 있어 '욕구(orexis)'라는 것은 즐거운 것을 좇고, 괴로운 것을 피하는 영혼의 움직임을 말한다. 이것이 바로 신체를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엔진 역할을 하는데, 이 욕구가 없어지면 동물의 생명도 끝이 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는 사는 것이 한층 더 복잡해진다. 인간에게는 욕구와 함께 '좋은 것에 대한 바람'이 추가된다. 이 '바람'은 즐거운 것을 좇는 욕구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록 괴롭더라도, 도덕적 판단에 의해 괴로움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의 德은 영혼이 움직인 결과 이 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은 근세 이후 사람들 사이에 많이 일반화돼 있는 행동 관념과는 약간 다른 면을 보인다. 이성과 비이성적인 정열이 서로 긴장 관계를 일으키면서 행동, 특히 윤리적인 행동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근세 이후 일반화된 관념인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바람'과 같은 이성이 아닌 (비이성적인) 마음의 움직임들이 이성과 대립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보기에는 애당초부터 이성을 따르도록 돼 있는 '바람'이 영혼에 들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동물에게는 없고, 오직 인간에게만 있는 특징이라고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인간이 이성적인 동물이라는 것은, 인간이 이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비이성적인 부분에도 이성을 따르는 부분이 있어, 그야말로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바탕이 처음부터 갖추어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덕이 드러나는 행동, 즉 윤리적인 영역은 칭찬과 비난이 성립하는 영역이다. 덕이 드러나는 행동은 칭찬을 받고, 악덕이 드러나는 행동은 비난을 받는다. 또한 덕이 드러나는 행동은 장려해야 하고, 악덕이 드러나는 행동은 억제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판별한 수단, 즉 법이 요구된다. 그런데 법의 영역이든, 윤리의 영역이든 칭찬과 비난을 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나쁜 맘을 먹고 한 짓이 우연히 좋은 행위로 보일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칭찬과 비난을 하기 위해서는 그 행동이 있기까지의 의도도 고려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동에 대한 판단에 앞서 '헤쿠시아(hekousia)'가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헤쿠시아'란 용어를 한국말로 번역하는 데 많은 사람들이 애를 먹고 있는데, 이태수 교수는 강상진 서울대 교수의 번역에 따라 '자발성(自發性)' 또는 '자발적임'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자발성'이란 행위자가 행위의 '주인(kyrios)' 노릇을 하고 있다는 의미를 함축한 말이다. 오이디푸스는 동정 받아야 실제로 만원 버스 안에서 어쩔 수 없이 남의 발을 밟는 행위를 자발적인 행위라고 볼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런 경우 행위를 능동적으로 행한 것이 아니라, 일을 당했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본다. 그러나 상황이 어쨌든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어떤 압력이 있었더라도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는 일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알지 못해서 한 행위는 좀 더 미묘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무지로 인해 저지른 나쁜 행위는 가끔 동정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인정해줄 무지와 그렇지 않는 무지가 있다. 예를 들어 술이 만취해 저지른 추행을 무지의 탓이라고 돌릴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발성'의 문제를 다루면서, 고려 범위에 넣을 수 있는 '무지'를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등의 사항과 관련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행위는 이런 사항에 따라 다르게 기술될 수 있다. 상대가 자신의 어머니인줄 모르고 결혼한 오이디푸스의 경우는 동정을 받을 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동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자발성'의 문제를 설명한 후 이어 '숙고(熟考, euboulia)'와 '선택(prohairesis)'에 관해 논한다. 덕 있는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 모든 상황을 잘 고려해서(숙고), 적절한 행동을 취해야만(선택) 한다. 특히 '선택'은 다른 행동기제들인 '욕망(epithymia)', '기개(thymos)', '바람(boulesis)', '의견(doxa)' 등과는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다른 행동기제들이 동물적이고, 비윤리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선택'은 행위 주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선택에 의한 행위는 행위 주체자인 인간이 문자 그대로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선택에 의한 행동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책임져야 할 행동'과 그 외연(extention)이 완전히 일치한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제7권은 인간의 등급을 열거하면서 시작된다. 나쁜 쪽부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짐승처럼 정말 흉악한 자'가 있는데, 이는 구제불능으로 감옥이나 정신병원에 수용해야 할 경우다. 그 다음으로 '악덕의 소유자'가 있는데 이는 비굴하고, 쩨쩨하고, 무절제하고, 도량이 협소하며, 비굴한 품성 등이 천성으로 굳어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음 등급으로 '자제력 없는 경우'를 열거한다. 이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 하는 것인지 알고, 그렇게 하려고 애쓰지만 항상 뜻대로 되지 않아, 나쁜 짓도 종종하게 되는 그런 경우를 말한다. 짐승 같은 인간에서 신 같은 인간까지 앞에서 말한 3가지 등급과 짝을 이루는 좋은 쪽의 3가지 등급이 있다. 자제력이 없는 것과는 반대로 '자제력이 있는 경우'다. 즉 나쁜 짓을 할 기회가 많았는데도, 자제해서 좋은 쪽으로 자신을 이끌어간 경우로 성공을 거둔 많은 양식 있는 사람들 가운데 자신이 자제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 행동에 있어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해 사람들이 항상 최선이라고 알고 있는 것을 목표로 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최선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예를 들어 갑돌이란 사람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가정할 때, 보통 다음과 같은 두 개의 실천삼단논법이 서로 갈등을 일으킨다. 한 가지 생각은 "사랑하는 사람과 성 행위를 하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나는 갑순을 사랑한다. 고로 갑순과의 성행위는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또 하나의 실천삼단논법은 "남의 아내와 성행위를 하는 것은 간통이다. 갑순은 남의 아내다. 고로 갑순과의 성행위는 간통이다"라는 결론이다. 만일 이 같은 소전제들이 계속 갈등을 일으킨다면 갑돌은 방을 뛰쳐나가지도 못하고, 그냥 우물쭈물하기만 할 것이다. 갑돌이가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를 없애야만 한다. 예를 들어 술에 잔뜩 취한다던지, 이성을 잃어버리는 방법도 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제력을 발휘할 경우에 "갑순과의 성행위는 간통이다"란 대전제와 "갑순과의 성행위가 아름답다"는 소전제가 다 사용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경우 갑돌이는 갑순과의 성행위를 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고통을 겪지만 그 소전제가 잠재태로 들어가 성공적으로 불륜을 피할 수 있다고 보았다. |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09.06.29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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