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의 원인 "생활습관은 현대, 유전자는 구석기" 다윈탄생 200주년, 진화의학을 논하다 2009년 07월 06일(월)
다윈 탄생 200주년이다. 모든 생명체가 한 가지 공통조상으로부터 왔다고 추론해 기독교도들의 분노를 샀던 <종의 기원> 출간은 150년이 지났다. 지동설이 천천히 사실로 받아들여졌듯이 진화론은 자연과학뿐 아니라 종교, 철학, 사회학 등 제반 학문에 영향을 미쳐 왔다.
진화의학에 따르면 우리 몸은 설계를 통해 단번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단세포 생물에서부터 진화해온 역사적 산물이라는 전제다.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를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된 진화의학은 현대의학을 수정하고 지평을 넓힐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비만의 원인 "생활습관은 현대, 유전자는 구석기" 국립암센터의 서홍관 교수에 따르면 현재 의료계에서 가장 많은 이슈가 되는 '비만'이 인류의 진화와 직결된 문제다. 2002년 WHO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0억명이 과체중, 3억명이 비만에 달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며 수치는 계속 증가해 2015년에는 과체중이 15억명에 달할 전망이다. 당뇨병, 고지혈증, 골관절염, 암 등 질병 발생률이 높아지는 원인인 비만은 인류가 5백만여 년 지속된 구석기 시대의 유전자를 계속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뛰어다니고 6-7시간 굶은 채로 지내며, 사과· 배 등의 열매도 당도가 낮고 알이 작던 시대였다. 지방, 설탕, 소금을 갈구하던 구석기 시대의 생활습관은 당 물질이 충분하다 못해 남아도는 현대에도 이어진다. 하루종일 앉아서 컴퓨터나 TV를 보는 현대인 몸에 에너지 절약형 유전자가 남아 있다. 에너지 섭취와 소모의 불균형이 비만을 낳고, 해소를 위해 '구석기인을 흉내내며' 강변 산책을 하기도 한다. 세균도 진화한다, 진화론이 넓힌 의학 지평 또 다른 흥미로운 화두는 '스트레스'이다. 해고, 이별, 불화 등의 스트레스 인자는 교감신경계와 부신피질을 자극하여 활성화하고, 심박수 증가, 혈압 상승, 호흡 증가, 소화기능 저하, 근긴장도 증가, 입마름, 발한, 수족냉증, 빈뇨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그런데 급성 스트레스의 반응이 구석기인의 체질에 맞춰져 있어 문제다. 싸우거나 달아나기 위해 근육이 긴장하고 심장박동수가 빨라지는가 하면, 동공이 커지고 모든 감각기관이 예민해진다. 직장 상사를 때려눕힐 수 없는 현대인은 적절히 스트레스를 풀지 못한 채 피로, 불면증, 우울 등의 질병 전단계로 나아간다는 진단이다. 제주정신신경과의 박지욱 교수는 인류의 항생제 개발에 맞서온 세균이야말로 진화의 승자라는 점을 짚었다. 1928년 플레밍이 푸른 곰팡이에서 분리해낸 페니실린이 공정과정의 발달로 대량생산되었다. 임질과 매독 등을 단번에 해결하는 OTC(처방 없이 복용) 약물의 황금 시대는, 1970년대 중반 세균이 저항성을 보이며 끝났다. 다윈의학은 학문적 초기에 머물러 있지만 이처럼 새로운 문제로 현대의학의 전환점을 제시한다. 4회의 주제발표 이후 토론을 맡은 연세대학교 예병일 교수는 피마의 인디언들이 50년 만에 당뇨병이 크게 증가했던 점을 들어 진화의학을 지지했다. 그러나 일견 타당한 이론을 보이는 진화의학이 미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주류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의학계의 진지한 관심이 필요함을 당부했다. |
홍주선 객원기자 | js_alissa@hanmail.net
저작권자 2009.07.06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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