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의 진화발생생물학 (3)

암의 진화발생생물학 (3) 알러지와 아토피, 진화의학과 예방의학 2009년 10월 05일(월)

미르(miR) 이야기 앞에서 진화의학의 실천적 측면이 의학이라는 학문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여성암의 증가라는 예를 통해 살펴보았다. 진화의학의 실천적 방점은 질병에 대한 진화적 이해가 깊어질 수록 더욱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는 면에 있다. 여성암의 예는 결혼 및 출산이라는 문화적 측면을 요구했지만, 진화의학적 이해는 그보다는 더욱 쉬운 합의만으로 많은 질병에 대한 근본적 치료를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이미 설명했듯이 당장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사들에게 진화의학적 이해는 의학의 실천적 사용과 거리가 멀다. 이는 단순한 학문적 거리의 문제만은 아니다. 의사집단이라는 이익단체의 금전적 수지타산이 진화의학의 궁극적 문제해결과 부딪히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알러지와 아토피, 진화의학과 예방의학

▲ 홍적세에서 적응했던 우리 조상들에게 기생충은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였고, 우리 몸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IgE를 이용한 면역체계를 진화시켰다. 문제는 선진국으로 갈 수록 이제 대부분의 어린 아이들이 구충제를 복용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더 이상 기생충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진화의학은 아토피 혹은 알러지와 같은 질병이 선진국의 도시 청소년들에게서 자주 발생하는 점에 주목한다. 다양한 종류의 항체 중 IgE 체계에 의해 발생하는 알러지와 아토피에 관한 가장 신빙성 있는 이론은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위생가설은 면역계의 성장을 위해서는 세균을 포함한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극이 필요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면역계에 문제가 생겨 아토피, 알러지 등과 같은 질환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의학적 사실에 따르면, IgE 체계는 주로 기생충에 대한 방어기제로 진화한 것으로 생각된다. 홍적세에서 적응했던 우리 조상들에게 기생충은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였고, 우리 몸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IgE를 이용한 면역체계를 진화시켰다.

문제는 선진국으로 갈 수록 이제 대부분의 어린 아이들이 구충제를 복용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더 이상 기생충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리 몸은 200만년 동안 어린 시절 반드시 기생충의 공격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IgE라는 강력한 면역체계를 구비해 두었는데, 이제 그렇게 진화한 우리의 몸이 더 이상 기생충과 만날 기회조차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위생가설은 바로 이 역설에 주목한다. 새로운 환경과 오래된 몸이라는 부적응이 알러지와 아토피의 주된 발병요인이라는 설명이다.

가족이 적어지고 지나칠 정도로 위생적인 환경 아래에서 면역체계는 어린 시절에 질병이나 더러운 환경에 도전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신체의 자연적인 방어체계가 꽃가루 등 작은 물질에도 과민 반응을 하게 될 수 있다. 알러지를 연구하는 면역학 자들은 도시와 농촌,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비교연구를 통해 먼지가 많고 비위생적인 환경에 사는 아이일수록 천식 등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에 적게 걸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사실을 토대로 해서 위생가설이 탄생했다.

집 안팎에 떠도는 먼지에는 내독소가 있다. 내독소는 세균의 세포벽에 들어 있는 일종의 독소로 사람과 가축의 대변에서 많이 발견된다. 이것이 면역계를 자극하여 천식 등을 일으키는 알러젠에 대한 방어력을 만들어 준다. 한번에 많은 양의 독소가 피부에 닿으면 유해하지만 적은 양을 자주 접촉하면 백신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따라서 어릴 때 내독소에 많이 노출된 아이는 내독소에 대한 면역체계가 활성화돼 알레르기가 잘 생기지 않는 데 반해 평소 깨끗한 실내환경에서 생활한 도시 아이들은 성장 후에 사소한 먼지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알레르기 체질이 될 수 있다.

위생가설은 아직 대규모 역학조사와 세밀한 검증과정이 더 필요하지만 가정의 청결도에 비례해 천식과 아토피 발생률이 급상승한 사실 등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은 산적해 있다. 위생가설은 우리의 아이들은 약간만 덜 청결하게 키우면 알러지와 아토피 등에 투입되는 막대한 의학적 비용이 경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위생가설이 맞는다면, 적절한 사회적 합의에 의해 우리는 현대 아동들을 괴롭히는 이러한 치명적 질병들을 조기에 적절히 예방할 수 있게 된다.

다윈의학에 관한 그들의 저작에서, 윌리암스와 네세는 알러지와 아토피, 그리고 천식 등에 대한 설명으로 위생가설 대신 마지 프라핏이라는 학자의 '적응 가설'에 힘을 실어주었다. 적응주의자인 윌리암스에게 마지 프라핏의 가설이 더욱 매력적인 것으로 보였을지는 모르지만, IgE 체계가 꽃가루나 먼지 등의 독소에 대항하기 위한 예비 반응으로 진화했다는 프라핏의 이론은 문명화된 원시부족에 대한 민속지적 연구나, 도시와 시골을 비교한 여러 의학적 논문들에서 나타난 결과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1991년의 저작에서, 윌리암스와 네스는 프라핏의 이론을 지지하면서 기생충 가설을 보조적으로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 반대의 경우가 훨씬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의학사적 연구는 기생충의 감소는 분명히 알러지의 증가와 강한 상관관계에 놓여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내어 주고 있다. 이러한 연구로는 남태평양의 산호섬인 마우키를 연구한 에릭 오키슨(Eric Ottesen)의 연구가 유명하다. 1973년 주민의 3%만이 알러지를 나타냈던 이 섬의 알러지 환자 수는 1992년 15%까지 증가했다.

오키슨의 이러한 연구결과 이외에도 상식적으로 꽃가루에 의한 효과가 더욱 극명해야 할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에게는 알러지나 아토피가 도시 아이들에 비해 미미할 정도로 적다는 점이 알러지 반응에 대한 윌리암스와 네스의 이론에 재고를 요청하게 만든다. 이미 언급했듯이 프라핏의 알러지에 관한 적응 가설은 범적응주의에 의해 도출된 과도한 결론이고 근접원인인 생리학적 원인을 궁극인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나치게 과대한 상상력을 동원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류는 지상에 정착한 모든 척추동물의 후손이고 개화식물은 이미 수천만 년 전부터 우리와 함께 했다. 만약 꽃가루와 같은 독소에 의한 위협이 그렇게도 치명적인 것이었다면 왜 포유류만이 이러한 흔적을 가지고 있을까? 포유류의 체온은 운동성과 환경에 대한 항상성이라는 이득을 주었지만 이로 인해 기생생물들에게 너무나 좋은 환경을 제공하게 되었다. 경제적 효용성 원리다.

이러한 군비경쟁은 엄청난 선택압으로 기능했을 것이고 우리는 IgE 체계를 비롯한 복잡한 면역체계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복잡해진 면역체계로 인해 누리는 이득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로 인한 짐을 필연적으로 짊어지게 되어 있다. 자가면역질환이나 염증이 좋은 예가 된다. 알러지나 아토피도 이러한 짐의 일부다. 그리고 실제로 면역학자들은 위생가설을 토대로 알러지나 아토피 뿐만 아니라, 제1형 당뇨병 및 다양한 질병과의 연관성을 진지하게 연구 중이다.

진화의학의 실천적 난제: 알러지의 경우

아마도 진화의학을 의학적으로 실천하려고 할 때 우리가 조심스러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어떤 이론 혹은 가설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해결책이 180도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목숨을 다루는 실용학문이다. 따라서 의사들은 언제나 조심스럽게 마련이다. 또한 과학의 본질상 이론이나 가설은 임시적이고 새로운 실험결과들에 의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운명을 가진다. 결국 진화의학이 제시하는 이론과 가설을 의학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치료제들이 임상적으로 실용화되기 위해 거치는 단계적 절차들이 필요하다. 의사들은 임상실험의 결과들과 여기서 파생된 통계적 수치들로 판단한다. 진화의학이 그러한 수치들을 제시할 수 없다면, 의사들에게 진화적 이해를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데 실패할 수 밖에 없다.

▲ 진화의학의 실천적 측면을 진지하게 고려해본 학자라면, 그것이 단순히 의학이라는 진화론과는 다른 전통을 지닌 학문으로부터 기원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진화의학의 실천을 위해서는 학문적 갈등이라는 인식론적 설명을 넘어, 진화의학이 의도하는 질병의 궁극적 치료가 얼마나 민감하게 사회적 측면과 맞닿아 있는지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진화의학은 알러지와 아토피와 같은 질병이 새로운 환경과 오래된 몸의 갈등으로 빚어진다는 점을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의 오래된 몸을 우리들의 선조들이 적응해 온 환경에 두는 것으로 이러한 문제가 간단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 해결책의 구체적인 방안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원칙은 단순하다. 어린아이들의 면역체계가 형성되는 기간에 우리의 몸이 기생충에 감염된 것처럼 속이고, 우리의 아이들이 지나치게 청결한 환경에서 성장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또한 어린아이들의 면역체계 형성에 필수적인 모유를 권장하는 것이 진화의학이 제시하는 해결책의 원칙이다.

이러한 진화의학의 해결책은 최근의 생태주의자들이 제시하는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태주의자들이 우리에게 적당히 더럽게 살라고 권고하는 것의 경험적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진화의학적 탐구의 결론도 생태주의자들의 결론에 도달했다. 문제는 이러한 해결책의 제도적 개선을 위해 의사들의 힘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의사들에게 진화의학 혹은 생태주의자들의 주장이 먹히기 위해선 의사들이 납득할 만한 임상적 결과가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가 여기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의사들이 이익집단으로 기능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을 차지하는 알러지와 아토피 같은 질병에 대한 치료제 시장은 무시할 수 없는 욕망의 샘이다. 서로 다른 학문적 발전을 겪어 온 의학과 진화학의 인식론적 갈등이 실제로 충돌하는 지점은 이와 같이 경제적/현실적 영역이 될 수 있다. 알러지와 아토피를 궁극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예방의학적 실천은 의사들에게 임상적 경험증거를 충분히 획득하지 못한 불확실한 처방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그러한 해결책은 의사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사들뿐 아니라, 제약회사들에게도 그러한 해결책은 손해다. 진화의학적 이해와 그 실천의 문제는 이렇듯 단순하지 않다.

따라서 진화의학의 실천적 방점은, 예방의학에 대한 투자, 의사와 제약회사들이 눈 앞의 돈벌이에서 벋어나 진심으로 국민의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의 개선에 있다. 그러한 노력의 시작은 아주 작은 실천, 즉 진화의학이 아주 잘 들어 맞는 청소년 비만이나 아토피 혹은 알러지 등에 대한 실증 연구에 당장 착수하는 것, 이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천문학적 치료비가 투입되는 청소년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들이 되어야 한다. 진화의학에 관심이 있는 의사들이라면 의사들이 가진 권력의 힘을 이용해 이를 사회적으로 정당한 곳에 사용해야 한다.

진화의학의 실천적 적용: 네 가지 측면

지금까지 살펴본 진화의학과 의학적 실천의 문제를 토대로 이해한다면, 진화의학의 적용이라는 문제가 단순히 진화론과 의학의 갈등이라는 학문적 충돌로만 이해될 수 없음이 분명해졌을 것이다. 진화의학과 전통적 서구의학의 갈등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첫째, 박물학적 전통에서 기원해서 발전한 진화론과, 생리학적 전통에서 많은 세례를 받은 의학은 두 개의 생물학적 전통이 갈등해 온 역사를 그대로 답습한다. 진화론이 다루는 궁극인적 설명은 실험의학이라는 전통을 중시하는 생리학적 전통 속의 의사들에게는 '그저 그런 이야기' 혹은 증거가 불충분한 가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러한 학문적 갈등이 진화의학이 극복해야 하는 첫 번째 장벽이다.

둘째, 진화론과 의학의 갈등은 단순히 학문적 갈등으로만 환원되는 것이 아니다. 진화의학이 제시하는 해결책들은 거대산업으로 변해버린 의사-제약회사-국가의 복잡한 자본주의적 네트워크의 이익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진화의학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그 가설이 옳다는 것이 증명될 수록, 현대 의학자본이 환자의 치료로부터 얻는 이익은 사라진다. 진화의학적 실천은 의학적 실천보다 좀 더 궁극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진화의학에 의해 위생가설이 완벽하게 옳은 이론으로 판명되고 아주 간단한 치료제의 개발 및 근원적 원인 차단으로 알러지와 아토피의 발병률이 줄게 되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개발된 제약회사의 치료제들은 그 연구개발비를 돌려받을 시장이 사라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대제약회사들의 투자와 몬산토와 같은 종자회사들의 투자는 철저히 손익관계에 기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진화의학이 넘어야 할 장벽은 단순한 학문간의 충돌이 아니라, 사회적인 합의에 이르기 위한 전방위적인 장애물들이다.

셋째, 진화의학이 다루는 질병들과 그 실천적 영역은 전통적 서구의학이 다루는 영역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진화의학은 질병의 근원적인 치료보다는 임상적 치료에 편중되어 있는 현대의학에 예방의학적 대안으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질병의 궁극인을 이해하고, 이를 제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예방의학이 해온 작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화의학과 현대의학이 이해하고자 하는 것과 실천하고자 하는 것의 영역을 현명하게 구분지음으로서 인류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의학이라는 실용적 학문의 특징을 주의 깊게 고찰해본다면, 이론에 치중하는 진화학자들과 실천에 치중하는 의학자들 간의 갈등은 서로가 추구하는 실천의 영역을 분할하는 것으로 봉합될 수 있다.

▲ 김우재 UCSF 박사후 연구원 
마지막으로 진화의학이 위와 같은 실천적 문제에 있어서의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화의학에 대한 사회적 차원에서의 이해가 필요하게 된다. 이는 진화의학적 연구결과들의 적용이 대부분의 경우 단순한 치료제의 개발을 넘어 사회적 제도의 개선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과 실천이 요구된다. 진화의학의 실천적 문제를 단순히 의학 내부의 갈등과 연결시키는 것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거대자본으로 성장한 현대의 제약회사들과의 문제를 비롯해서 의료시장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밖에 없는 숙명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진화의학의 미래는 없다. 이론 및 가설을 넘어 풍부한 임상적 데이터들을 얻는 과정에서뿐 아니라, 이를 제도적으로 실천하는 데 있어서도 진화의학은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윌리암스와 네세의 선구적인 작업 이후, 진화의학에 관심이 있는 많은 의사들과 생물학자들이 연구를 계속해 왔다. 비록 필자가 제시한 것처럼 진화의학이 마주하고 있는 실천적 문제의 복잡성을 간파한 학자들은 드물었지만, 진화의학은 꾸준히 그 지평을 넓히고 있다. 분명 진화의학은 발전하고 있다. 그럼 이제, 암이라는 질병에서 진화의학은 윌리암스와 네세로부터 어떻게 진보했는지를 간단히 살펴보고, 암이라는 질병에 대한 생리학적 기원과 진화적 기원의 갈등과 조화가 진화의학자들에 의해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 알아 본 후, 꼬마RNA들이 암의 치료에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해보기로 하자.

김우재 UCSF 박사후 연구원 | korean93@postech.ac.kr

저작권자 2009.10.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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