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용 한약재 Vs 의약품용 한약재

지난 주에 어떤 환자 분이 본인이 산에서 채취한 한약재가 집에 있다며 '갖다드릴까요?' 라고 물어보셨다.

사람들은 한약재의 유통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그 환자분께 '고맙습니다만 한의원에서 유통되는 한약재는 의약품용 한약재라서 식약청의 허가를 받은 것만 갖다 쓸 수 있습니다. 산에서 방금 채취한 것은 식약청의 허가를 받지 못한 거라서 안 됩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이 말이 복잡해서 알아들으셨는지 모르겠다.

 

양약은 면허를 가진 약사와 양의사만이 다룰 수 있지만 한약은 한의사만의 독점물이 아니다.

한약재는 산에 가면 누구나 채취할 수 있는 것이기에 아무나 산에 가서 채취하여 달여 먹는 게 현실이다.

또한 시장의 약전골목에 가면 한약방(건재도매상)에서 길거리에 널어놓고 파는 것이 또한 한약재이다. 이 과정에서 길거리의 먼지가 들어가기도 하고 행인의 담배꽁초가 한약재에 투입되기도 한다.

 

한 10여년 쯤 전부터는 한약재의 이러한 비위생적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한의원 및 한방병원에 납품이 되는 한약재는 ‘의약품용 한약재’라 하여 식약청의 허가를 받은 제약회사가 한약재에 대한 농약잔류검사 및 중금속 검사를 통해 합격된 한약재만을 ‘의약품용 한약재’로 따로 선별하여 유통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른다.

한약방에서 길거리에 널어놓은 한약재나 한의원(한방병원)에 납품되는 한약재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약방에서 길거리에 널어놓은 일반인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한약재는 식품용 한약재이다.

한의원(한방병원)에 납품되는 한약재는 의약품용 한약재이다.

서로 유통경로가 다르고 품질관리기준도 다르다.

식품용은 관리기준이 느슨하고,

의약품용은 관리기준이 엄격하다. 그래서

식품용은 가격이 싸고,

의약품용은 가격이 비싸다. 최저 2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가격차이가 난다.

 

대개 식품용으로 유통되는 한약재에서 문제가 터져 뉴스화되는데

식품용과 의약품용으로 구분된다는 사실을 기자도 잘 모르고, 일반 사람들도 잘 모르다 보니 한의원(한방병원)에 납품되는 '의약품용 한약재'까지 같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된다.

물론 식약청의 허가를 받은 제약회사에서 비리를 저질러 식품용 한약재를 의약품용 한약재에 섞어서 유통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한의사들은 자체 실험실을 갖춘 믿을 만한 대형 제약회사(본원의 경우는 본인이 주주로 참가하고 있는 한의사들이 주주가된 한의유통사업단에서 의약품용한약제를 공급받음)와 주로 거래를 하게 된다. 한의사와 그 가족도 먹어야 되는 한약이므로 믿을 수 없는 회사와 거래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자체 실험실이 없는 소규모 영세 회사(약업사 포함)들은 몇 년 전부터 경영이 어려워져 문을 닫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식품은 어찌 보면 매일 하루 3끼 섭취하게 되고, 의약품은 1년에 많이 복용해 봐야 수일에서 수십일이다.

그렇다고 보면 식품용 한약재에 대한 관리기준이 오히려 의약품용보다는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되는 게 아닐까?하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그러나 식약청에선 반대로 한다.

의약품용 한약재는 관리기준을 엄격하게 하고, 식품용은 느슨하게 한다.

그렇다 보니 중금속 함량이 높아서 의약품용 한약재 관리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식품용으로 유통시키게 된다.

내 생각에는 한의원(한방병원)이 아닌 곳에서 유통되는 '식품용 한약재'도 한의원(한방병원)에서 유통되는 '의약품용 한약재'와 똑같이 엄격한 관리기준을 적용해야 된다고 본다.

 

그래야만 한의원(한방병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한약을 달여 먹고 생기는 문제들을 조금이나마 예방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식품용을 의약품용과 섞어서 판매하는 일부 몰지각한 제약회사들의 문제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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