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몬으로 의사소통 2006년 12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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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실험에서 겨드랑이의 땀을 사용한 까닭은 페로몬의 효과를 가진 화학신호를 분비할 장소로 아포크린(apocrine)샘이 가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강한 체취를 지니고 있다. 체취는 털이 많은 피부 안에 있는 피지선(皮脂腺)과 아포크린샘에서 분비되는 땀에서 비롯된다. 겨드랑이와 불두덩 주변에서 칙칙하게 자라는 털은 냄새를 퍼뜨리는 심지 노릇을 한다. 눈썹이나 젖꼭지를 중심으로 전신에 걸쳐 넓게 퍼져있는 피지선에서는 냄새가 자극적인 지방질의 화합물을 분비한다. 아포크린샘은 피지선과는 달리 특정한 부위, 이를테면 털이 특별히 집중된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에 위치한다. 아포크린샘의 분비물은 처음에 별다른 악취가 없지만 피부의 박테리아가 작용하면 몇시간 뒤에 오줌 냄새를 풍기게 된다. 어쨌거나 겨드랑이에서 나오는 냄새는 연인들을 황홀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예컨대 나폴레옹은 그의 연인인 조세핀에게 “내일 저녁 파리에 도착할테니 목욕을 하지 마오”라고 전갈을 보냈다. 여자의 옆구리에서 나는 냄새가 남자 안의 동물을 사로잡은 것이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에는 연인들이 이른바 사랑의 사과를 교환했는데, 부인들은 껍질을 벗긴 사과를 겨드랑이에 끼어두었다가 땀에 흠뻑 젖으면 꺼내서 애인에게 주어 그 냄새를 맡도록 했다. 오늘날 발칸 반도의 일부 지역에서는 축제 동안에 남자들이 겨드랑이에 손수건을 넣고 다니다가 춤을 추는 상대에게 건네주는 풍속이 전해지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키스를 연인들이 체취를 교환하는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화학신호를 주고 받기 위해 키스가 진화되었을는지 모른다는 뜻이다. 키스를 할 때 상대의 얼굴 냄새를 맡고 애무하면서 쾌감을 맛보게 마련이다. 최고의 향수 사향 사람은 고등 영장류 중에서 가장 냄새가 많이 난다. 역겨운 땀 냄새는 물론이고 하루에 2백75cc의 방귀를 뀐다. 체취를 없애기 위해 목욕을 하고 털이 자라나지 못하게 면도하거나 향수를 바른다. 향수는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되었다. 신에게 제물로 바친 동물을 태울 때 나는 냄새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향을 사용한 것이 그 시초이다. 향수에 대한 인류의 집착은 그 역사가 꽤 길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종교의식에서 많은 양의 향수와 향을 아낌없이 사용했고, 특히 클레오파트라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향수를 뿌렸다. 고대 로마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향수로 목욕했는데 신체의 부위별로 다른 향을 발랐다. 고대 일본에서 기생은 향수 사용량에 따라 화대를 받았다. 조세핀은 제비꽃 향의 향수를 종종 뿌렸는데, 그녀가 죽었을 때 나폴레옹은 무덤에 제비꽃을 심었다. 향수의 원료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사향이다. 히말라야 산맥의 수풀에 사는 사향노루 수컷의 배꼽 근처에 있는 향낭에서 채취하는 사향과 이디오피아에 사는 사향고양이 수컷의 사타구니에서 분비되는 사향이 유명하다. 사향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너무 흡사해서 여성의 성욕을 자극한다. 사향냄새를 맡은 여자들은 호르몬의 변화가 일어나서 월경주기가 짧아지고 배란이 잦아지면서 임신의 확률이 높아진다. 실험실에서 여러 가지의 향을 혼합하여 제조한 최초의 향수는 1922년 선보인 샤넬 NO.5이다. 현재 상품화되어 있는 향료는 세계적으로 천연향은 1천5백여종, 인공합성향은 3천-6천여종에 이른다. 특히 VNO의 존재를 확신하는 사람들은 합성 페로몬이 포함되었다는 향수를 만들어 큰 돈벌이를 기대하고 있다.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1949- )의 소설 ‘향수’(1985)의 주인공은 조향사이다. 아무런 체취를 타고 나지 않았지만 아주 예민한 후각을 가진 주인공은 최고의 향수를 만들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스물 다섯 명의 어린 소녀들을 차례로 살해한다. 이 소설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인간의 가슴 속으로 들어간 냄새는 그 곳에서 관심과 무시, 혐오와 애착, 사랑과 증오의 범주에 따라 분류된다. 냄새를 지배하는 자, 바로 그가 인간의 마음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이인식 과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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