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인지과학은 뇌와 마음의 연결고리를 찾아 가는 여정" [BRIC 공동] 서울대학교 WCU 뇌인지과학과 이상훈 교수 2009년 11월 09일(월)

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 브릭(BRIC)과 사이언스타임즈가 공동으로 융합분야 인터뷰 시리즈 'BRIC이 만난 사람들'을 연재합니다. 이는 국내외 생물학 관련전문가를 인터뷰함으로써 연구자와 동료들에게는 자부심과 긍지를 불러 일으키고, 과학자를 희망하는 청소년들에게는 훌륭한 모델을 제시하기 위함입니다. [편집자 註]

Q.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에 대해 소개해달라

"뇌인지과학 전공은 그 동안 국내 대학들이 협동과정이나 센터 형태로 운영되어 왔지만 실제 정규 학과로 존재한 적은 없었다. 이번에 WCU사업에 의한 정규 학과 개설로 인하여 뇌인지과학 분야를 제대로 자리 매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 학과의 두 가지 목표는 아주 기본적이지만 도전적인 것으로 연구와 교육이다.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다양한 동물 모델이나 인간 모델도 사용할 수 있고, genetics, molecular biology, systems neuroscience, clinical neuroscience 등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여 기억, 학습, 지각, 주의, 의사결정 등과 같은 주제를 서로 넘나들며 창의적으로 연구를 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 분야의 학생들은 multilingual scientist가 되어야 한다. 소수 정예가 되더라도 지식과 기술로 무장된 전문가로서 창의적이고 우수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 분야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목표이다."

Q. 뇌인지과학이란?

"뇌인지과학은 뇌과학, 인지과학, 뇌인지과학, 또는 인지신경과학 등으로 불리기도 하며, 젊은 과학이고 융합 과학이다. 뇌인지과학의 키워드는 연결(linking)이라고 할 수 있는데, 뇌(brain)와 마음(mind)을 여러 수준에서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Genetics나 cell biology에서부터 synapse, neuron, 이보다 더 높은 population neuron, system 수준의 circuit level, 더 높은 수준인 각 영역들간의 관계 등 여러 수준에서 뇌와 마음을 연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뇌와 마음이라는 서로 다른 도메인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연결하는 전략은 결국 수에 있다. 다시 말해 측정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경 활동을 생물학적으로 측정하는 Neurometric, 마음과 행동을 측정하는 Psychometric, 시뮬레이션이나 모델에서 어떤 행동이 발생하는지 측정하는 Computemetric이라는 분야가 있다. 즉, 뇌와 마음이라는 각 도메인을 실증적인 데이터를 통해 종합적으로 이해해야만 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Q. 마음에 관한 인지 과정을 연구하는 방법론은?

"심리학자들의 가장 큰 공로는 손에 잡히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을 측량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이다. 선배 심리학자들의 롤모델은 물리학자들이었다. 물리학자들이 물리적 세계의 속성을 측정하고 측량하고 거대한 이론들을 가지고 종합적으로 설명을 하려고 했던 것처럼, 심리학자들도 150여년 동안 인문학이나 종교, 철학의 대상이 아니라 암실같이 캄캄한 곳에서 마음을 계속 측량해 왔다. 그 결과 좋은 테크닉들이 많이 개발되어 왔고, 그 중 psychometric(심리 측정)이 아주 큰 분야이다.

X축에 물리적인 입력이 있다고 하면 Y축에는 마음이 숫자로 표시되는 것이다. 실제 실험실에서 매일 하고 있는 것은 마음에서 나오는 psychometric curve와 뇌에서 나오는 neuron의 활동 curve를 computational modeling의 힘을 빌려서 하나로 그려볼 수 있다. Neuron의 활동과 마음의 활동이 수로 표현되어 Y축을 공유하면서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관련된 수업이나 학문을 접하게 되면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Q. 해외 석학 교수들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참여 교수진으로는 모두 12분으로 국내 교수 5분과 해외 교수 7분이다. 해외 교수들의 참여가 더 많은 것은 아마도 이 분야의 국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학기에 4분이 오시고 내년 봄에 3분이 오실 예정이다.

우리 학과는 세가지 unit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로 molecular biology, synaptic plasticity 분야를 연구하는 Molecule to Cognition unit은 서울대 강봉균 교수님과 서울대 의대 김상정 교수님이 이끌고 계시고 영국의 Graham Collingridge 교수님, 캐나다 Min Zhuo 교수님이 참여하신다.

두 번째는 System and Behavior Neuroscience unit으로 내가 주축이 되어 이끌고 있다. 이인하 교수님은 이번에 Iowa 대학에서 서울대로 자리를 옮기셨고 electrophysiology를 연구하는 분으로 현재 학과의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리고, 미 학술원 회원이기도 한 Vanderbilt 대학의 Randolph Blake 교수님은 behavior neuroscientist이고, 영국의 Marcus Kaiser 교수님은 computational neuroscience를 연구하는 분이다. 나는 brain imaging을 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툴을 가진 교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세 번째는 Clinical Neuroscience and Computational Neuro Anatomy unit이다. 주로 환자들의 뇌를 바탕으로 brain imaging이나 clinical neuroscience로 접근을 한다. 또한 뇌로부터 생산되는 data가 막대하기 때문에 통계학적 접근을 하고 있다. 정무경 박사님은 brain imaging data들을 처리할 수 있는 통계학적 전문성을 가지고 계시고, 현재 핵의학과 이재성 교수님과 함께 연구를 하고 계신다. 그리고, 정신분열증 연구의 권위자인 권준수 교수님은 Vanderbilt 대학의 박소희 교수님과 함께 연구하고 있다. 박소희 교수님은 clinical cognitive neuroscientist로 인지과정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는 분이다."

Q. 사용되는 연구 장비의 종류와 보유현황은?

"중점을 두고 있는 장비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two photon imaging system이라는 장비로 cell의 high resolution imaging을 가능하게 해주는 장비이다. 다른 하나는 연구 전용 fMRI 장비로써 System and Behavior Neuroscience unit과 Clinical Neuroscience and Computational Neuro Anatomy unit 간의 거점 연구 장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서울대학교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의미에서 약 30~40억원 규모의 대학 자체 예산으로 구입이 진행되고 있다. 그외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Eye-tracker, EEG, TMS 등이 있다."

Q. 입학 학생들과 교육과정을 소개해달라

"학과의 공식 언어가 영어라서 모두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국내 학생들이 약간의 부담을 느끼기도 하지만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잘 하고 있다. 더구나, 해외 학생들로부터의 입학 지원도 많이 들어오고 있어서 상당히 고무적으로 생각한다. 우리 학과가 추구하는 것은 철저하게 박사 중심이기 때문에 석박사 통합과정을 통하여 박사를 할 의지가 있는 학생들만 선발을 하고 있다. ARAC(Academic research advisor committee)라는 것이 있어서 한 학생당 지도교수 1분, 같은 unit 내 다른 교수 1분, 다른 unit의 교수 1분, 이렇게 3분이 공동으로 지도를 하게 된다.

지도교수가 주로 많은 지도를 하게 되지만 ARAC의 임무는 반드시 한 학기에 담당 학생을 한 번 이상 만나 학생을 지도해야 하고 Academic committee chair에게 평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거나 경고를 줄 수도 있다. 2학년 1학기가 되면 일종의 자격평가로 박사로 진학할 기회를 줄 것인지에 관하여 ARAC의 검토와 faculty meeting을 통해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구축하고 있다.

국내 연구 여건은 해외로 나가 공부하는 것과 비교해서 격차가 아주 많이 줄었다. 연구 환경은 잘 갖추어져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언어문제나 다양한 전문가의 여러가지 발표를 들으며 자극 받는 기회가 적다는 점인데, 우리 학과는 그런 면에서 많은 잇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Q.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뇌인지과학은) 과학분야 중에서도 블루오션이다. 10년 전과 비교해서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느낄 정도이다. 그래서 기초학문의 교육을 잘 받고 있다면 뇌인지과학을 할 자격은 충분하다. 지금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면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없는 학습 능력을 가졌으면 한다. 누구나 태어나면서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수업시간에 수동적으로 받아적고 배우면서 그냥 정해져 있는 길을 가려고 하는 학생들은 좀 힘들 것이다. 물리학이나 심리학, 수학, 생물학 등 다른 학문들에 대해서 오픈할 수 있고 배울 의지가 있는 학생들이라면 우리 학과에 와서 신나게 연구하면서 지낼수 있을 것이다."

Q. 성공적인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서울대학교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큰 규모의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 큰 부담이기도 하지만, 책임감을 느끼고 큰 발전을 가져올 성과를 반드시 이루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생길 수 밖에 없고 불평은 계속 나올 것이다. 사업관리 기관에서는 그런 문제들을 탄력적이고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내려서 피드백을 해 주었으면 한다. 현장에서는 시간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업단장들과 학과 소속 교수님들을 관리 차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가진 동반자로 인식 해 주길 바란다. 물론 지금도 우리들의 요구에 대해 빨리 반영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고 변화도 느끼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중요한 것은 학습능력인 것 같다. 성공해야 할 목표가 뚜렷하기 때문에 기존의 관행으로 처리하는 것 보다 목표를 위해 어떻게 계획하고 실행하고 협력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계속 고민하는 창의적인 행정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Q. 학과의 목표와 앞으로의 계획은?

▲ 이상훈 교수 
"첫 해는 연구 환경과 교육 환경을 구축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 후 2년 동안은 각 교수님들이 구축하는 분야를 더욱 심화시켜서 높은 수준의 연구에 매진할 것이다. 동시에 여러 모델들과 방법들, 주제들을 공유하면서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주제를 선정하고, 나머지 2년 동안 정해진 주제를 제대로 시도해 보고자 한다.

우리 학과의 성공을 가리키는 바로미터로 두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하나는 5년 뒤에도 해외 교수님들이 계속 서울대 남아서 정규 교수로 일할 수 있고, 앞으로 해외 학자들을 더 모셔오거나 다른 연구기관 또는 포스닥 인력들이 우리와 함께 연구하고 싶어 함으로써 계속 학과가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학생들이 엄청나게 몰려오고 더 나아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Ph.D를 마친 인력들이 우리 학과로 포스닥을 지원할 정도가 되는 것이다. 그 자체가 돌진해야 할 목표는 될 수 없지만, 교육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지표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뇌인지과학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철학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의견일 수 밖에 없는 질문이다. 지금 얘기하는 것들을 다른 동료들이 공유할지는 잘 모르겠다. 나에게 큰 키워드는 의식(consciousness)이었던 것 같다. 의식이라는 말이 과학 저널에 등장한 지가 채 10년이 안된다. 그러나, 지금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점차 근접하고 있지만 아직도 설명하기 곤란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있다. 아마 의식이라는 것에 대해 한 마디 할 정도가 된다면 뇌에 대한 상당한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유명한 물리학자의 말을 인용하면, 진전하고 있다는 증거는 답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질문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가졌던 궁금증에 대한 답은 아직도 먼 것 같다. 하지만, 나와 동료 과학자들이 옛날보다는 제대로 된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하고 있고 그 사실들이 축적되고 있는 것을 느낀다. 좀더 폭넓은 이해가 이루어지고 과학적인 질문들이 많이 나오게 되면 근접한 해답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Q. 연구내용을 소개해달라

"박사 과정 때는 행동신경과학을 공부했다. 정신물리학(Psychophysics)이라는 분야가 있는데, neural system을 이해하기 위한 물리적인 변수들 중에서 시각을 대상으로 한 visual neuroscience를 전공했다. 그러다가 fMRI 가 나오면서 박사 후 과정을 fMRI를 하는 연구실로 들어갔고 예전에 해 왔던 양안경쟁(binocular rivalry) 현상을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뇌 영상을 만들어서 마음과 매칭되는 neural event들을 측량하는 연구들을 했다. 서울대로 부임해서도 계속 진행해 왔다. 2007년 까지 4~5편의 논문들은 이를 중심으로 한 내용들이다.

예전에는 시각체계가 규칙적이면서도 아주 안정된 시스템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점점 공부할수록 주의, 학습, 기억 등 여러 가지에 의해 탄력적으로 변하는 표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물체를 오랫동안 보고 나면 시스템이 변화하기도 하고, 지각에 의한 훈련을 통해서도 시스템이 변화하기도 하며, 또는 주변의 영향으로 물체가 왜곡되어서 환각(illusion)이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도 활발히 하고 있는 연구 내용은 그런 현상들이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해 가는지, 탄력적인 정보를 어떻게 인코딩하고 디코딩해서 지각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그 과정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리: 박지민 기자 | 사진: 이강수 기자


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저작권자 2009.11.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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