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뇌
자각, 상징, 내성 능력, 자아성찰, 심적 모형을 만드는 능력, 이 모든 것 들이 마음의 특성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마음을 탐구하는 여러 연구자 들. 곧 리키, 굿올,모리스, 험프리 박사 등은 그같은 마음의 특성을 연 구함으로써 그 본질을 밝혀내려 노력해 왔다. 이들의 탐구는 인간이 마 음을 연구해 온 건 역사에서 아주 일부분에 속할 뿐이다. 실제로 인간의 마음이 가지는 의미, 목적, 기능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인류의 문화와 함 께 시작되었으므로, 인간의 마음에 대한 탐구 노력의 역사는 문화의역 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철학과 함께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다. 그리스 철학자들은 인간의 지식이 경험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최 초로 이해한 사람들이었다. 즉,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인간이 가진 지 식 자체도 철학자들이 자연의 어떤 대상을 분석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연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원전 4세기 경에 인간 마음의 작동은 인간이 알 고 있는 어떤 것과도 다른 특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인간의 뇌는 물리적으로는 동물의 뇌와 유사할 수도 있지만. 단지 체온을 조절하는 일을 주로 하는 속 빈 구조에 불과하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생각했다. 즉,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마음은 몸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체였다. 이러한 심신 '이원론' 개념은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 시작되어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마음에 대한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몸에서 중요한 기관은 뇌가 아닌 심장이라 고 생각했다. 이렇게 아리스토텔레스가 심장을 강조한 것은 플라톤과는 다른 점이다. 플라톤은 마음(당시에는 '혼'이라고 불렀다)이 심장이 아닌 뇌에 있다고 보았다. 플 라톤은 뇌가 둥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기하학적으로 완전한 도형인 구(球)의 모양에 들어 맞다고 생각했다.2세기경의 그리스 의사였던 갈레노스는 풀라톤의 뇌중심설을 받아들였지만, 그렇다고 그 시대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심장중심설이 완전히 잊혀진 것은 아니었 다.
현대에는 마음이 뇌 속에 있다는 사실이 대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완전히 그런 것은 아니다. 마음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심장 중심설과 플라톤의 뇌중심설이 혼합되어 전통으로 남아 있는 재미있는 유산이 있다. 즉. 감정은 적어도 비유적으로는 항상 심장에 있다고 말한 다. 사랑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심장이 터질 듯하다, 고 말한다. 밸런 타인 데이 카드에는 뇌가 아니라 심장이 그려져 있다. 뇌가 아니라 "내 가슴 속에 비가 내리네"(It's raining in my heart)라고 작고한 로큰 롤 가수 버디 홀리는 애절하게 노래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사랑은(짝사 랑이든 아니든) 뇌가 아니라 가슴, 곧 심장이 담당한다고 생각한다.
뇌는 자신의 활동을 스스로 조절한다
마음과 뇌의 생리학적 과정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데 사용되는 현재의 방법은 제한되어 있다. 그 이유는 윤리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 때문 에 실험 목적으로 뇌에 개입하는 절차들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앞의 '노화'에서 기술했던 뇌 혈류, 뇌 산소 소비량, 포도당 사용량 등은 윤리적으로 제한받을 만한 절차들이 아니기 때문에 사고기 능을 연구하는 데에도 중요한 절차들로 사용되고 있다. 잠시 두 눈을 감 아보자. 눈을 감으면 더 이상 시각 체계도 처리를 하지 않는다. 그 다음 에 눈을 뜨고 아무것도 없는 하얀 벽을 쳐다보고 있으면, 시각정보 처리 가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창 밖에 있는 복잡한 거리 풍경을 내다보자. 그러면 이때 일어나는 시각정보 처리는 더 복잡한 것으로 바뀐다. 즉, 일차 시각피질 내에,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시각 연합 영역들에 여러가 지 풍부한 형태와 움직임이 기록되어야 하고 이들이 분석되어야 한다. '눈 감기―흰 벽 쳐다보기―복잡한 풍경 바라보기' 의 단계들에서 다음 단계로 옮아감에 따라 산소, 혈류. 그리고 포도당 필요량이 증가한다.
몸 안에서 전기화학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조직들(뇌, 심장, 콩팥, 허 파, 골격근 등)은 한 가지 원리를 따른다. 그 원리란 일을 많이 할수록 연료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뇌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하는 부위일수록 가장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에너지 신진 대사를 측정하면 그 부위의 활성화 정도를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원리에 따라 어떤 특정 활동과 관련이 큰 영역들이 어디인지 알 아내려면 산소, 포도당, 혈류를 점검하면 된다. 이런 상황은 한 스파이 가 적국에서 완전 가동되고 있는 공장을 알아내기 위하여 각 공장에서 사용하는 연료의 양을 추적하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신경과 학자들도 똑같은 원리로 뇌에서 어느 부위가 일을 가장 많이 하는지를 알아낸다. 즉, 어떤 뇌세포가 가장 많은 '연료' 를 사용하여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가?
1970년대 말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루이 소콜로프 박사는 특정 한 뇌 영역의 세포들이 하는 일을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은 방사성 탈산소포도당 또는 DG(탈산소포도당)라는 화학물질을 사용한 다. 방사성 탈산소포도당이란 뇌세포가 끌어들여 사용하는 보통 포도당 과 비슷한 물질로, 보통 포도당과 달리 분해되거나 배출되지 않는다. 방 사성 탈산소포도당은 활동하는 뇌세포에 계속 남아서 '뇌가 하는 일' 의 잣대 구실을 한다. 스웨덴의 스톡홀름에 있는 카롤린스카 병원의 임상 신경생리학과의 퍼 롤랜드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뇌의 작업이란 특정한 방식으로 구조화된 정보처리의 모든 형태로 구성됩니다. 지각, 계획 세우기, 수의적 운동의 수행, 사고하기, 꿈꾸기, 기억하기 등등. 그리고 여기에 이런 특정한 정보 처리에 필요한 에너지 를 소모하는 다른 과정들이 더해집니다."
해야 할 과제가 복잡할수록 뇌가 할 일도 많아진다. 허공을 바라보고 앉아서 아무 생각도 안 할 때와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 때, 또는 강경하면 서도 자연스럽고 재치있는 어조가 요구되는 편지를 쓸 때를 비교해 보 면 잘 알 수 있다. 후자의 두 활동은 가만히 있을 때보다는 뇌의 일이 많 아져 정신적 피로를 훨씬 많이 느끼게 할 것이다. 이런 생각은 혈류량, 포도당, 그리고 산소의 신진대사에 관한 연구들로써 지지된다. 즉, 과제 가 복잡할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신경과학자들은 PET 스캔과 방사능 표지를 단 물질들을 이용하여 뇌 가 하는 일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뇌세포의 신진대사들을 보여주는 데, 여러 종류의 일을 함에 따라 뇌세포의 신진대사들이 다르게 나타남 을 생생한 색채로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그 방법을 이야기해 보자.
먼저 피험자가 방사능 표지를 단 기체(예를 들어 산소)를 들여마시거 나 방사성 탈산소포도당 주사를 맞는다. 방사능 표지가 붙은 물질이 뇌 에 들어가면, 두개골 주위로 빙 둘러가며 붙어 있는 탐지기들이 그것을 탐지하고 측정한다. 그러면 뇌의 상이한 영역들이 하는 '일' 에 따라 방 사성의 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서로 다른 뇌 부위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방사성 정도에 기반하여 컴퓨터는 그 차이를 갖가지 색깔로 부호 화해서 지도를 그려낸다. 이 지도로 신경과학자들은 인간의 뇌를 기능 적으로 해부할 수 있으며 음조나 단어를 들을 때, 또는 번쩍이는 빛에 반응할 때와 같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영역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를 발견해 낼 수 있다.
그리하여 이러한 연구들에서 하나의 일반 법칙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그 법칙이란 바로 뇌가 언제나 스스로 알아서 자신의 활동을 조직화해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그 순간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그 활동에 적절한 뇌 영역들만이 선택적으로 활동하도록 동원된다. 롤 랜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뇌가 쉬고 있다가 특정한 종류의 뇌 작업을 하게 되면, 이럴 때 생기 는 변화는 뇌가 스스로 알아서 자발적으로 이룩해냅니다. 실험실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예로 들자면, 실험 지시를 듣고 난 다음 뇌는 그 과제 에 필요한 특정한 뇌 작업에 몰두하게 됩니다. 실험에서 피험자에게 제 시한 지시문 어디에도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작동시켜야 할 피질 부위가 어디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습니다. 지시문에 어느 뇌 부위 를 활성화시키라는 사항이 들어 있지 않아도, 뇌는 들어온 정보를 바탕 으로 스스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해야 할 피질 영역들을 선 발해내어 조직화해야만 합니다."
이같은 원리에 따라 뇌의 좌반구에 있는 브로카 언어영역( '언어' 참조)은 어떤 사람이 말로 된 명령어나 이야기를 들을 때면 항상 활성 화된다. 그러나 그 사람에게 가락이 있는 음의 리듬과 같은 비언어적인 정보를 분석할 것을 요구하면 '오른쪽' 반구에 있는, 좌반구의 브로카 영역에 해당하는 부위가 가장 활발히 활동한다.
카롤린스카 병원의 롤랜드와 그 연구팀이 수행한 또 다른 실험에서는 한 여성에게 자신의 검지에 '주의집중'할 것을 지시하고, 어느 순간 그 손가락을 살짝 건드릴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그러나 사실은 어떤 접촉 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검지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 는 것만으로도 손과 손가락에서 느끼는 감각과 관련 있는 피질 부분, 그 리고 그 주위의 연합 영역들, 전두전피질(superior frontal cortex )의 뒤 쪽과 중간 부분, 그리고 전두중앙피질 등에서 뇌혈류량이 증가했다. 이 실험의 결과로 알 수 있듯, 아주 단순한 행위인 손가락 끝의 희미한 감 촉을 탐지하는 일도 광범위한 뇌 부위들을 활동시킨다.
그러나 롤랜드의 실험에서 가장 흥미로운 측면은 자극이 전혀 없을 때도 뇌의 감각 부위를 비롯한 많은 부위들이 흥분한다는 점이다. 이 실 험에서 접촉을 예상하는 것만으로도 피험자의 뇌는 스스로 조직화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런 실험처럼 외부의 자극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개인 적인 일, 이를테면 수학 계산을 하고 있다고 해보자.
이때 PET 스캔이 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까? 일반적인 측면에서 는 이 물음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한 실험에서 피험자는 머릿속으로 계산할 것을 요구받았다. 그 결과 PET 스캔에 두정엽의 한 부분이 밝게 나타났다. 또 이와는 다른 두정엽 의 한 부위는 피험자에게 집 근처의 골목길 중 한 곳을 걷고 있다고 상상 하라고 했을 때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피험자에게 자 신의 응접실을 생각해내고 그 곳에 있는 가구들을 기술하라고 요구했을 때는, 골목길을 걷는 상상과는 또 다른 뇌 영역인 전두중앙피질의 중간 부분이 흥분했다.
이런 실험들의 결과에서 특별히 흥미로운 사실은 뇌의 전두전 영역과 전두엽 영역은 항상 활동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쉴 때조차도 전측 전두전 영역은 다른 뇌 영역보다 신진대사가 활발하 고 지역적으로 혈류량 증가를 보인다. 어째서 전두엽과 전두전엽 영역 은 뇌의 다른 부위들이 별로 활동하지 않을 때도 활발하게 활동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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