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똑똑해진건 요리 덕분 2008년 08월 12일(화)

사람의 인지력이 갑자기 발달한 것은 불과 15만년 전, 조리된 음식을 먹기 시작한 뒤부터라는 새로운 학설이 제기됐다고 라이브 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중국 상하이 소재 파트너 컴퓨터생물학연구소 연구진은 게놈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실린 연구보고서에서 인간 두뇌가 오늘날과 같은 수준으로 발달하기까지 두 차례의 폭발적 성장이 있었고 주장했다. 약 200만년 전에는 두뇌 크기가 갑자기 다른 영장류의 2배로 커졌지만 인지 능력은 크게 향상되지 않다가 15만년 전에야 비로소 갑자기 폭발적인 인지력의 성장이 일어났다는 것.

이들은 두뇌 크기의 급성장은 이전보다 고기를 많이 먹는 등 섭취하는 음식의 질이 높아진데 따른 것이지만 이후에도 근 200만년 동안 똑같은 석기를 만들 정도로 사람의 인지 능력은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15만년 전에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두뇌 발달이 일어나 이때부터 동물의 뼈 등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해 구슬 꿰는 바늘 등 많은 새로운 도구들을 발명하기 시작했으며 최초의 추상적 사고 능력을 발휘해 예술품을 창조하고 더 나아가 종교까지 창안해 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처럼 갑작스러운 인지 기능의 발달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지난 20만년 동안 일어난 인류 두뇌의 화학적 변화를 다른 영장류와 비교 추적한 결과 에너지 대사 과정에서 가장 큰 차이를 발견했는데, 이는 열량 섭취가 증가하면서 인지 기능이 갑작스럽게 향상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인류가 이전보다 많은 열량을 얻게 된 것이 음식을 더 먹어서가 아니라 약 20만년 전에 등장한 최초의 화덕 덕분인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음식으로부터 양분을 추출하기 위해 소화관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만 섬유소를 분해하고 양분 섭취가 용이하도록 음식을 가공하는 `조리' 과정은 몸 밖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리된 음식을 먹으면 그만큼 소화기에서 필요로 하는 열량이 줄어 남는 열량이 두뇌로 가게 되는데 사람의 두뇌는 이미 출산의 어려움을 일으킬만큼 크기가 문제가 됐던 터라 더 이상 크기가 늘어나지는 않고 내부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됐을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오늘날 인류는 비교적 작은 소화기를 갖고 있으며 섭취하는 열량의 20~25%를 두뇌 활동에 사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다른 등뼈동물들은 섭취 열량의 2%만을 두뇌에서 사용한다.

연구진은 이런 가설을 토대로 날음식 먹기는 권장할만한 습관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날음식 먹기 운동을 열렬히 추종하는 사람들은 매우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안게 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인지 능력 폭발이 진화 과정에서 너무 일찍 일어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우울증에서 양극성장애, 정신분열증에 이르는 정신 질환들은 진화적으로 "눈깜짝할 새"에 일어난 대사 변화의 후유증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사람의 두뇌가 폭발적으로 발전한 것은 생선을 먹기 시작한 후부터라는 등 다른 가설도 배제할 수 없지만 자신들의 연구 결과는 사람을 다른 동물과 확연히 구분하는 분수령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제공) | youngnim@yna.co.kr

저작권자 2008.08.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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