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능력 향상…난독증 치료에 효과

늘어나는 두뇌 개발 프로그램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뇌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진화한다는 데 있다. 음성으로 구성된 언어를 문자로 만들어 문명을 꽃피운 것도 시작은 우리의 뇌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우리 뇌는 아직도 미지의 세계다. 연구해야 할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두뇌 개발을 통해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 최근 많이 연구되고 있지만 두뇌 과학 전체로 놓고 보면 아직도 시작 단계라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 몇 년간 서점가에서는 두뇌 개발 관련 도서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들 도서들의 공통점은 어떻게 하면 두뇌를 개발할 수 있느냐다. 출판가뿐만 아니라 의료계, 교육계도 두뇌 관련 비즈니스는 핫 이슈 중 하나다. 일부에서 ‘허무맹랑한 상술에 불과하다’며 우려하고 있지만 학부모는 물론 일반 직장인들의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5일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이모 양은 집 근처에 있는 BFC학습연구소를 찾았다. 두뇌 개발 전문 기관을 방문한 것이 처음인 이 양은 평소 책을 읽어도 집중이 잘 안되고 피로를 쉽게 느껴왔었다. BFC학습연구소는 이 양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부터 실시했다. 총 5가지로 구성된 검사 결과를 토대로 이 양은 청각, 시각, 운동감각, 두뇌 정보처리 등을 꾸준하게 훈련할 계획이다.

이 연구소는 집중력과 청취, 표현법, 인지 감각 등을 프로그램에 맞춰 체계적으로 훈련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러다 보니 10대 청소년들 수요가 많다. 대부분 두뇌 활동 저하로 학습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다. 배지수 BFC학습연구소 원장은 “신경정신과적 치료보다는 훈련과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두뇌를 골고루 사용하도록 해 전 분야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리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능 향상에 대해서도 배 원장은 “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 3~4개월 정도 꾸준히 훈련한다면 10~15점 정도는 올라갈 수 있다”면서 “직장인 등 성인들에게도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환자 중 10~20%는 성인들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 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배 원장은 “뇌파 훈련을 꾸준히 반복하면 감정 절제력을 키울 수 있다”면서 “평정심을 찾은 상태에서 업무에 임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많이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뇌파 훈련, 기업 CEO에게 효과적

HB두뇌학습클리닉은 난독증 개선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난독증이란 지능과 시력·청력 등이 모두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언어와 관계되는 신경학적 정보처리 과정의 문제가 생겨 글을 원활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책을 읽을 때 단어나 줄을 뛰어넘거나, 읽은 위치를 되풀이 읽고 자주 잃어버린다든지, 독서 중 주의가 쉽게 흐트러진다면 난독증을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또 책을 읽을 때 자주 쉰다거나 두통 증세를 느끼는 것도 난독증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평소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 손가락이나 자를 대고 책을 읽는 것도 난독증에 따른 결과다. 난독증이 있는 아이들은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시간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올라가지 않는다. 이 병원이 지난해 6~8월 전국 초·중·고생 426명을 대상으로 학습 관련 두뇌 기능 평가를 시행한 결과 38.3%의 학생들이 지능은 정상이지만 글자를 읽거나 쓰는데 어려움이 있는 ‘난독증’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형배 HB두뇌학습클리닉 대표는 “지난 4월부터 광진구 자양고 한 개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난독증 극복 훈련을 실시했는데 3개월 만에 성적이 오르고 집중력이 향상되는 결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한국교총 영재연구원이 실시하는 두뇌 개발 훈련은 의학적 치료보다는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인지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앞서 두 기관과 다소 차이가 있다. 교총 영재교육원이 올 초 개발한 두뇌 훈련 프로그램 마인드 피트(Mind Fit)는 인지능력 진단, 훈련, 평가로 구성돼 있으며 이를 토대로 단기 기억력, 시야 확장 능력, 순발력, 시각·행동 협응력, 인지적 유연성 등 총 10가지 능력 배양이 주된 목적이다.

초기 10가지 항목으로 개인별 능력을 평가한 뒤 뇌기능이 떨어진 부분을 맞춤별로 훈련한다는 점도 여타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다. 이스라엘 두뇌 개발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인 코그니 피트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마인드 피트는 훈련이 끝날 때마다 학습자의 두뇌 능력 향상 정도를 평가하는 쌍방향 수업을 지향하고 있다. 진단 평가 후 총 24회에 걸쳐 훈련이 진행되며 이 과정이 끝나면 종합 평가를 토대로 자신의 두뇌 능력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두뇌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최대 장점이다. 교총 영재교육원 홍생표 연구처장(교육학 박사)은 “두뇌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방과후 학습 교재로 활용하기를 희망하는 학교들의 문의 전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영재교육원은 초등학교 서울 2곳에서 시범 교육을 진행 중이며 2학기부터는 전국 30여 개 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영재교육원이 마련한 ‘방과후 학교 두뇌교실’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두뇌 개발 훈련과 오프라인을 통한 인지학습 시간을 각각 30분씩으로 구성해 수업을 하고 있다.


5개 이상 이미지 동시 기억 ‘어렵네’]>

거의 모든 두뇌 훈련 프로그램은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된다. 두뇌 훈련 프로그램을 경험하기 위해 BFC학습연구소를 찾은 기자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도 검진이었다. 가장 먼저 실시한 검진은 감각운동 통합 훈련. 헤드폰에서 들려오는 ‘삐’ 소리에 맞춰 손바닥에 부착된 버튼을 치면 컴퓨터 화면에는 실제 음과 인지능력 간 차이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보여준다. 음성을 듣고 버튼을 치는 시간까지를 1000분의 1로 나눠 1000분의 15 내로 들어오면 녹색표시등, 1000분의 15~1000분의 100까지는 노란색, 1000분의 100 이상은 빨간색 등이 표시된다. 반대로 늦게 치면 구간별로 노란색 빨간색 불이 들어온다. 총 14가지 동작으로 인지능력을 측정해 본 결과 오차 범위 내 인지한 경우는 전체 53.1로 비교적 양호했지만 전체 중 85.7%를 빨리 반응했다.

“53.1면 성인 정상치입니다. 운동선수는 30까지 내려가고 반대로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200까지 올라갑니다. 빨리 반응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성격이 급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배지수 원장)

그 다음 기다리고 있는 것이 종합 주의력 검사다. 총 5가지의 게임을 통해 시각, 청각, 억제 지속, 간섭 선택, 분할 주의력, 작업 기억력을 테스트했는데 가장 애를 먹인 것은 작업 기억력 부분. 가령 자동차 번호판 위치와 차 종류가 나타났다 사라진 뒤 기억을 되살려 맞춘다든지, 빠르게 움직인 구슬의 원래 위치를 맞추는 작업 기억력 테스트는 5단계 이상으로 갈수록 상당히 힘들게 느껴졌다. 결과는 ‘경계’. 작업 기억력 테스트는 단순히 현상을 기억하는 능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단시간 내 기억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를 측정하는 과정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기억력 감퇴로 이어질 수 있나요?”(기자)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면 충분한 훈련을 통해 정상치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배 원장)

기억력 저하라니,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다.

이후 검진은 모차르트와 찬트(성가)의 음악을 번갈아 들으면서 청각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이어졌다. 재미있는 것은 특수 헤드폰을 통해 소리를 두 귀뿐만 아니라 정수리에 들려주면 두뇌 피로를 줄일 수 있고 집중력도 그만큼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이다. 뇌파검사를 통해 두뇌 여러 부위에서 발생하는 32가지 뇌파를 측정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실시한 것은 세타(Theta), 알파(Alpha), 하이베타(High-beta)파를 조절하는 훈련. 긴장이 풀리면 세타파와 하이베타가 많이 나온다. 집중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알파파를 높여야 한다. 이 3가지 뇌파는 상호 보완적으로 발생한다. 정신을 집중하면 알파파 출력이 늘어나는 대신 하이베타파도 함께 올라간다. 이 때문에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알파파는 늘리고 나머지 두 뇌파는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다소 힘들게 느껴지지만 머릿속을 비우고 편안한 감정 상태를 유지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이 같은 훈련을 반복하면 집중력 향상은 물론 감정 절제도 쉽다는 것이 배 원장의 설명이다.

 



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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