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뇌연구

1950년대 로저 스페리 주창

뇌는 두개의 반구로 나뉘어 있다. 이 반구는 좌우 대칭으로 마치 호두를 두쪽 낸것처럼 생겼으며, 두개의 반구는 뇌량이라는 두툼한 신경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이 뇌량을 제거하면 양쪽의 뇌가 분리되어 기능한다.

 1. 그 결과 뇌가 분리된 환자의 왼손에 보지 못하도록 어떤 물건을 쥐어준다면,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이름을 대지는 못한다.

 

- 1의 조건 : 왼손의 물건에 대한 정보(촉각 정보)는 우뇌로 올라가겠지요...그럼 우뇌는 무엇이라고 말할 것인가?

 

2. "자네는 왼손에 무엇을 들고 있는가?" 에 그는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할지 모른다.

 

- 2의 이유 : 우뇌는 언어영역이 없으므로(좌뇌에만 언어영역이 존재함)

 

3. '자네'라고 불린 사람은 좌뇌에 살고 있다. 따라서 자기의 왼손에 감춰진 물건에 대해서는 도통 짐작을 못한다.

 

-자네란 말을 듣고 말할 수 있는(언어능력을 가진 좌뇌만이 대답할 수 있다. 따라서 왼손에 들어온 촉각정보는 우뇌에게만 전달되어 좌뇌는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정보를 받지 못한 것이다.

 

또다른 분리뇌 설명...이 설명에 의하면 경향성이 있다고 보네요...

요즘 라디오에 자주 나오는 광고가 있다. 어느 생활정보지에서 하는 광고이다. 광고 내용은 이렇다. “창업하시는 분들께 좋은 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은 오른쪽보다 왼쪽을 쳐다보는 본능이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길의 왼편에 창업을 하면 장사가 더 잘 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정말 사람들에게는 오른쪽보다는 왼쪽을 쳐다보는 본능이 있는 것일까? 사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본능(instinct)이라는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본능이란 말이 어떤 현상에 대하여 단지 이름을 붙인 것 뿐, 왜 그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원인을 설명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저 타고났으니 그렇게 한다는 식의 무책임한 설명 밖에 안되는 것이다. 따라서 본능으로 치부해 버리기 보다는, 다른 원인을 찾아 설명하려고 한다. 분명 사람에게는 오른쪽보다는 왼쪽을 쳐다보는 본능이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의 한 분야인 생리심리학에서는 바로 뇌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사람의 뇌는 좌뇌와 우뇌가 있다. 중심에는 깊이 파여진 골이 있고, 그 골 왼쪽을 좌뇌(좌반구) 오른쪽을 우뇌(우반구)라고 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뇌를 처음 보았을 때에는 좌뇌와 우뇌가 대칭을 이루고 있어서, 혹시 그 기능이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그러나 여러 사례와 실험을 통하여, 좌뇌와 우뇌가 다름을 증명하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분리뇌(split-brain) 환자이다. 분리뇌란 그 말대로 뇌가 분리되었다는 것이다. 1960년대 초 Vogel Bogen이라는 의사는 발작이 심한 간질환자를 치료하기 위하여, 좌우반구를 연결하는 신경다발인 뇌량(corpus callosum)을 절단하였다. 뇌량은 좌우반구를 연결하고 있기 때문에, 좌반구와 우반구가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전달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쪽 뇌에서 일어난 이상흥분이 이 교량을 타고 다른 쪽까지 퍼져 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 뇌량을 절단하면 간질발작 증세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수술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간질발작은 예전보다 현저히 줄었으며, 그렇게 심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간 환자의 아내가 며칠 후 주치의를 찾아와서 남편이 수술 후에 이상해진 것 같다고 하는 것이다. 한 손으로는 소설책을 들고 읽으려고 하고, 동시에 다른 손으로는 그림책을 들고 읽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옷장에서 옷을 꺼낼 때에도 한 손으로는 와이셔츠를 입으려고 하고, 다른 손으로는 티셔츠를 입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마치 남편의 마음이 두 개로 나누어진 것 같다고 하였다.
 

좌우반구의 연결인 뇌량을 절단한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일까? 이 환자를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실험이 진행되었다. 실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시각체계와 뇌의 속성을 알 필요가 있다. 우리의 시각체계는 왼쪽 시야의 정보를 우반구로 보내고, 오른쪽 시야의 정보를 좌반구로 보내게 된다. 물론 이것은 정면을 쳐다볼 때이다. 평소에는 고개와 눈을 돌리기 때문에 정보가 좌우반구로 고르게 들어가지만, 정면을 응시할 때에는 왼쪽 시야와 오른쪽 시야가 나뉘어져서 우반구와 좌반구로 들어가게 된다. 또한 우리가 말을 할 수 있게 하는 언어는 좌반구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좌반구에 있는 특정 영역이 언어의 이해와 산출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의 각 뇌는 반대쪽 몸을 통제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신체의 왼쪽 부분은 우반구가 통제하고, 신체의 오른쪽 부분은 좌반구가 통제한다고 한다. 뇌의 이상으로 얼굴에 마비가 올 때에도 왼쪽이나 오른쪽 얼굴에 따로 마비가 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이다.
 

이제 실험을 살펴보자. 연구자들은 환자 정면에 스크린을 놓고 정면을 응시하게 한 다음 왼쪽에 "Ball"이라는 단어를 보여주었다. 시각체계에 따라 환자의 왼쪽 시야에 보여준 "Ball" 이라는 단어는, 환자의 우반구로 갔다. 그리고 이 환자에게 “방금 화면에서 무엇을 보았습니까?”라고 물어보면, 환자는 “아무 것도 못 보았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어떻게 된 것일까? 위에서 말했듯이 언어를 담당하는 뇌는 좌반구인데, 방금 들어온 "Ball"이라는 정보는 우반구에 들어왔다. 그런데 평소 같으면 이 정보가 뇌량을 통하여 좌반구로 전달되었을 텐데, 뇌량이 절단된 환자이기 때문에 좌반구로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이 때 실험자가 환자에게 “당신이 방금 본 것을 앞에 있는 물체 중에 찾아서 왼손으로 집어보세요.” 라고 말하면, 환자는 너무나 확실하게 공(ball)을 집게 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왼손을 통제하는 것은 우반구이고, 우반구는 "Ball"을 보았기 때문에 집을 수 있는 것이다.

분리뇌 실험을 계기로 좌우반구 기능의 차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그 결과 학자들은 대략 이런 결론을 얻었다. 좌반구는 언어능력이 있고, 논리와 추론에 있어서 뛰어나다고 한다. 우반구는 공간지각 능력이나 정서를 담당한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오른쪽보다는 왼쪽을 잘 쳐다보는 이유가 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가 정면을 응시할 때 왼쪽 시야는 우반구로 정보를 보내는데, 우반구가 공간지각 능력이 뛰어나기에 사람들은 왼쪽을 잘 응시하는 것이다.
 

지하철을 탈 때 사람들은 자리를 맡기 위해서 문이 열리자마다 오른쪽보다는 왼쪽으로 뛰어간다. 물론 100%의 사람들이 왼쪽으로 간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통계적으로 오른쪽보다는 왼쪽으로 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지나가는 사람을 뒤에서 불러보라. 그 사람은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기 보다는, 왼쪽으로 몸을 돌리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좌뇌와 우뇌의 차이는 웃는 얼굴이나 화난 얼굴에서도 알 수 있다. 정서는 우반구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우반구에 담당하는 왼쪽 얼굴의 정서표현이 더 강하다. 이것을 더욱 명확하게 알려면, 웃는 얼굴이나 화난 얼굴 표정을 디카로 찍어보자, 포토샵에서 사진의 왼쪽 얼굴을 대칭으로 복사해서 하나의 얼굴로 만들고, 오른쪽 얼굴을 대칭으로 복사해서 하나의 얼굴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그러면 왼쪽 얼굴로 만든 얼굴의 정서 표현이 더 강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 오른쪽 얼굴보다는 왼쪽 얼굴쪽으로 찍는 것이 더 잘 나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서를 담당하는 우반구는 공간지각 능력이 있기 때문에, 정서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그 장면을 언어로 묘사해 주는 것보다,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이다. 역겨운 것을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좌반구는 언어와 논리를 담당하기 때문에, 정서 유발은 잘 안된다.

하지만 좌반구는 언어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좌반구로 정보가 직접 들어오는 오른쪽에 있는 글을 더욱 편하게 읽는다. 요즘에는 극장에서 영화 자막이 아래 쪽에 있지만, 예전에는 영화 자막이 오른쪽에 세로줄로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언어 정보를 바로 좌반구에서 처리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좌반구와 우반구의 차이는 성차를 설명하기도 한다. 여자와 남자의 뇌 구조 자체는 다르지 않지만, 여자는 남자보다 좌반구를 많이 사용하고, 남자는 여자보다 우반구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는 말을 잘하고, 남자는 주차를 잘 하는 것이다! 남자는 말수가 여자보다 적고, 여자는 남자보다 주차를 잘 못하지 않는가?

또한 최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남자와 여자의 뇌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는데, 그것은 좌뇌와 우뇌를 연결주는 뇌량이 여자가 남자보다 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여자가 남자보다 더 유연한 것 같다.
 

이렇게 좌반구와 우반구의 차이, 혹은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모든 사람에게 100% 적용되지는 않을 수 있지만, 확실히 이러한 경향성은 존재한다고 한다. 이것을 잘 활용하면 많은 이점이 있을 것이다. 처음 얘기했던 것처럼 창업에도 응용할 수가 있고, 평소 이해하기 힘들었던 이성 친구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현상에 머무르기 않고, 자신에게 부족한 능력을 계발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남자라면 언어 능력을 키우고, 여자라면 주차 연습을 많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지금 어느 쪽을 보고 있는가?

level04CorpusCallosum.jpg← 그림 2. 뇌량

위에서 좌반구와 우반구가 하는 일이 다르다고 했지만 둘이 떨어져 있다는 것은 아니다. 둘은 뇌량(corpus callosum)이라는 큰 신경섬유다발로 연결되어 있다.

좌반구와 우반구를 연결해주는 뇌량의 중요성을 모르던 시절, 뇌량은 그저 한쪽에서 일어난 간질을 다른쪽에 전달시키는 다리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미국의 한 의사가 뇌량을 절제하는 수술로 간질을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수술방법으로 간질이라는 불치병을 없앴다면서 노벨상까지 타게 되었다. 그런데 수술받은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수술을 한 뒤부터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것이 뭐가 문제냐고 하겠지만 이들의 상태는 정말 심각했다.

 

0198162246.jpg그림 3. 분리뇌실험→

'그림 3'의 위에는 인물 사진이 있다. 이 사진은 나누어서 왼쪽과 오른쪽에 다른 사람을 반반씩 붙여놓은 것이다. 뇌량절제술을 받은 사람들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고 사진에 누가있냐고 물으면 오른쪽에 보이는 소녀만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직접 골라보라고 여러 사진들을 주면 왼쪽의 여자사진을 골라낸다. 이러한 난감함이 수술을 받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환자들은 종종 두개의 자아가 있는듯이 행동한다. 오른손에 책을 들고 읽고있는데 왼손이 가로챈다던지(그의 반분은 책을 싫어하는것인듯...) 옷을 한손에 들고 또 고르고 있는다던지... 등등 많은 사례가 있다.

이 실험을 진행했던 Roger Sperry와 Michael Gazzaniga의 덕분에 좌반구는 언어처리에 지배적이고, 우반구는 시각-공간지각에 지배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또한 뇌량이 그 둘의 정보를 상호교환하는 다리와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 연구로 노벨상을 탔다고 한다.

참고로, 처음에 '뇌량절제술'로 노벨상을 탔던 의사는 자신이 수술했던 환자에게 총으로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이미지출처
  1. http://www.psyblogs.net/neuropsychologie/?post//Decouverte-historique-du-systeme-nerveux
  2. http://www.wiredtowinthemovie.com/mindtrip_xml.html
  3. http://www.answers.com/topic/split-brain-and-the-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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