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1. 늙으면 뇌의 크기가 줄어든다

 

그렇다. 샤힐 박사 등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전체 부피가 감소한다. 이러한 위축효과는 70세 이후면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특히 측두엽과 해마의 부피 감소가 두드러진다. 해마는 장기 기억으로 가기 전 기억을 보관하는 곳이고, 측두엽은 언어기능, 청지각 처리, 장기 기억과 정서를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뇌의 부피가 줄어들면 남은 공간은 어떻게 될까? 단단한 머리통까지 쪼그라드는 것은 아니다. 그 줄어든 공간은 뇌실의 부피가 증가하는 것으로 메워진다.

 

2. ‘뇌연령’처럼 평균적인 뇌활동 지수가 있다

 

그렇지 않다. 평균적인 ‘뇌연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의사들한테 ‘뇌연령’ 운운하면 농담하는 줄 안다. ‘뇌연령’을 전파한 ‘닌텐도 DS’에서처럼 ‘수치 계산’ 같은 단순한 방법으로 ‘뇌의 건강’이 측정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노화에 따라 뇌 기능이 감소하는 것은 확실하다. 신경전달물질을 받아들이는 수용기의 수가 줄어들고 신경전달물질의 농도 자체도 변화한다. 늙는 것도 우울한데 정서, 인지, 기억까지 쇠퇴하다니.

그러나 ‘머리가 잘 돌지 않는다’는 것은 느낌일 수도 있다. 일본의 뇌신경 전문의 쓰키야마 다카시가 ‘브레인 프리즈(brain freeze)’라는 용어를 개발했는데, 말 그대로 ‘머리가 굳어서’ 순발력 있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다. 같은 작업만 반복하면 이렇게 된다.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10년 전에는 줄줄 잘만 외우던 영화배우와 감독의 이름을 버벅대는 것은 당연하다. 요즘 당신이 영화를 잘 보지 않아서이다. “옛날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하고 한숨을 쉬기 전에, 당신이 지금 한눈을 감고도 척척 하는 일을 10년 전에 할 때는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떠올려보길.

 

3. 뇌세포는 한번 죽으면 재생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 정상인의 뇌세포가 새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한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모든 부위는 아니고 뇌실 주변과 해마의 특정 영역 두 군데에서였다. 특정 질병 상태에서 뇌세포가 새로 만들어지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뇌출혈로 인해 뇌에 피가 부족한 허혈에서 그랬다.

 

4. 뇌 표면의 주름이 많으면 머리가 좋다

 

그렇지 않다. 이러한 오해는 아인슈타인의 뇌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죽은 뒤 토머스 하비 의사는 검시 중 그의 머리를 240조각으로 촘촘히 잘라 보관했다. 그의 뇌를 본 많은 이들의 ‘첫인상’은 뇌에 ‘주름이 많다’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가설이 이런 오해를 뒷받침하기도 한다. 하등동물에서 고등동물로 올라갈수록 뇌에는 주름이 많아진다. 그럴싸한 설명이 따라붙는다. 뇌가 주름진 것은 표면적을 넓혀 산소 공급을 받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이고. 그러면 주름질수록 머리가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같은 종(種) 내에서는 이러한 뇌의 물리적 특성보다는 뇌세포 간 연결 정도가 지적능력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 인간과 침팬지는 유전정보를 지닌 유전자에서 겨우 1.2% 다르다. 그런데 뇌에서 발현되는 유전자에서는 15~18%가 다르다. 뇌의 진화는 다른 영장류에서 인간을 구별해냈다. (사진/ 연합)

5. 여자가 아이를 낳고 나면 머리가 나빠진다

 

그렇지 않다. 출산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증상일 경우가 많다. 과학 저널 <네이처>는 오히려 아이를 출산하는 것이 지능을 발달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리치몬드 대학 신경학 교수 킨슬리가 새끼를 낳은 쥐를 연구해서 내놓은 결과에 따른 것이다. 어미 쥐가 미로에서 먹이를 찾는 속도는 보통 쥐에 비해 3배나 빨랐다. 연구진은 ‘새끼의 양육’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 높은 지능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임신 중 증가하는 에스트라디올과 프로게스테론 등 성호르몬도 한몫했다. 이 성호르몬이 뇌의 신경세포들 사이의 접촉을 증가시켜서 뇌발달을 촉진한 것이다.

 

6. 좌뇌와 우뇌가 하는 일은 정해져 있다

 

꼭 그렇지는 않다. ‘분할뇌’를 연구한 고전적인 실험이 좌뇌와 우뇌의 역할을 구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간질환자에게는 한쪽에서 일어난 마비를 다른 쪽 뇌에 전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두 반구를 연결하는 ‘뇌량’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다. 뇌량을 제거한 환자는 분리된 뇌, ‘분할뇌’를 가지게 된다. 스페리는 분할뇌 환자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그 대상을 집어내라고 주문하는 실험을 했다. 오른쪽 시야에 들어온 자극에 대해서는 단어를 쉽게 말하지만 왼쪽 시야에 들어온 대상에 대해선 단어를 대지 못한다. 왼쪽 시야는 우뇌가, 오른쪽 시야는 좌뇌가 관할하는데, 좌뇌가 관할할 때만이 단어를 댈 수 있었던 것이다. 대신 누드사진을 왼쪽에 제시하면 얼굴을 붉힌다. 붉힌 이유에 대해서는 엉뚱한 말을 한다. 좌반구에 언어 중추가 있다는 것은 이런 실험을 통해서 확립되었다. 가자니가와 르두의 실험은 좌반구가 해석 또한 담당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분할뇌를 가진 사람에게 왼쪽에 눈이 쌓인 그림을, 오른쪽에는 닭발을 보여준다. 그림을 몇 가지 주고 본 것과 관련된 것을 고르라고 하면 오른손은 닭 머리를, 왼손은 눈 치우는 삽을 선택한다. 왜 삽을 선택했냐고 물으면 “닭장을 청소하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왼손이 삽을 선택한 이유를 우반구는 설명을 못하므로, 좌반구가 알고 있는 정보인 닭과 연결시켜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역할 분담이 모든 뇌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양쪽 뇌가 모두 언어 중추의 역할을 나눠서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반인 중 오른손잡이의 80% 이상과 왼손잡이의 50%가 좌반구에 언어 중추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어렸을 때 한쪽 뇌에 손상을 입은 사람은 반대쪽 뇌가 손상된 뇌의 일을 대신한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한다.

 

7. 남자는 여자에 비해 좌뇌가 더 발달했다

 

그렇지 않다. 좌뇌와 우뇌가 하는 일을 쉽게 구분해서 좌뇌를 이성 뇌, 우뇌를 감성 뇌라고 한다. 과거에는 이성을 관장하는 좌뇌를 우세한 뇌, 우뇌를 열등한 뇌라고 부르기도 했다. 더 이성적이라고 생각되는 남자의 뇌는 좌뇌가 더 발달되어 있다고 많은 이들이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를 종합해보면 남자는 여자에 비해 오히려 우뇌가, 여자는 남자에 비해 좌뇌가 발달해 있다. 그렇다고 어느 편을 우세하다, 열등하다고 말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8. 잘못된 기억은 뇌의 오작동이다

 

그렇지 않다. 기억만큼 불완전한 것도 없다. 단어 외우기 실험에서 cake, cookie, sugar, chocolate, candy 등의 단어를 보여준다. 얼마 뒤 ‘sweet’라는 단어가 있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실험자는 매우 강하게 보았다고 확신한다. 더 놀라운 것은 잘못 기억할 때의 뇌영상이 제대로 기억할 때의 뇌영상과 똑같다는 점이다.

참기억과 오기억은 구분 못하지만,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은 뇌가 구분할 수 있다. 입모양을 통제하는 근육은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눈 주위 근육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래서 진정으로 즐거워하지 않는 사람은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다.


기억을 파괴하는 스트레스

출산 스트레스 때문에 일시적인 기억감퇴를 느끼듯이 확실히 ‘스트레스’는 기억의 적이다. 장기적인 만성 스트레스는 신체조직을 파괴한다. 위궤양, 협심증, 뇌졸중 등의 주요 원인이 스트레스이다. 신체 장기뿐이랴, 기억도 파괴된다. 파괴되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만성적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분비를 자극한다. 해마에는 코르티솔 수용체가 가장 많은데 증가한 코르티솔은 이런 해마 수용체를 파괴하고 분비를 억제하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뇌세포의 파괴가 더 많이, 더 빨리 진행돼 ‘빈곤’의 악순환이 일어난다. 특히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를 물리치는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를 억제한다.

기억력 감퇴를 예측한다는 ‘소변 검사’도 이 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소변 내에 에피네프린과 코르티솔 양을 조사하여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하고 그 양이 많으면 기억력 감퇴 위험신호를 내보내는 것이다.

최면에 대한 다른 얘기

최면 치료는 문제의 원인을 알기 위해 어릴 때 기억이나 상황을 불러내어 이를 치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행동과학 연구자들 일부는 최면이 기억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에 반대한다. 숨겨진 사실을 기억해내는 게 아니라,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대해 자신감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을 뿐이라고 한다. 어떤 이유로 머릿 속에 떠오른 정보에 대한 자기 확신을 높이는 그야말로 ‘최면 효과’라는 얘기이다.

출처 및 참고도서: <마음을 움직이는 뇌, 뇌를 움직이는 마음>(해나무), <당신의 뇌 얼어붙고 있다>(그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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