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전달물질인가 신경조절물질인가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작은 힘, 호르몬 시리즈 15탄 브레인   vol.16

 

한 독자로부터 《브레인》으로 문의가 왔다. “책에 따라 도파민, 세로토닌 등을 신경전달물질이라고도 하고 신경조절물질이라고도 해놨는데 어떤 게 맞나요?”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브레인》이 나섰다.


속도와 영향력의 차이

결론부터 말하면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과 신경조절물질(neuromodulator)은 거의 같은 작용을 한다. 도파민, 세로토닌, 아드레날린을 신경전달물질 또는 신경조절물질이라고 해도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속도를 강조하기 위해서 도파민, 세로토닌 등을 신경조절물질이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있다.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등은 엄밀하게 따지면 신경조절물질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다고 한다.

물론 신경전달물질과 신경조절물질 간에 차이가 있긴 하다.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에서 방출되어 뉴런을 자극하거나 억제하는 반면, 신경조절물질은 시냅스 연결의 전체적인 효율성을 높이거나 낮추어 영속적인 변화를 불러온다. 속도에서도 차이가 난다. 신경전달물질은 1천 분의 1초인 밀리초 단위로 스프링클러처럼 방출되고, 신경조절물질은 1초 단위로 방출된다. 특히 호르몬에 있어서 혼동하지 말아야 할 점은 우리 몸을 조절하는 호르몬은 혈류를 타고 전달되지만,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신경전달물질) 대뇌피질에서 중추신경계를 타고 전달된다는 점이다. 신경전달물질 중에서 일부는 혈류를 타고 가기도 하지만 이는 미미하다.

신경전달물질 중에는 글루탐산과 GABA 등이 있다. 글루탐산은 신체에 있는 모든 세포에서 발견되는 아미노산으로 신경계에서도 빨리 흥분시키는 신경전달물질로 이용된다. GABA(Gamma-Aminobutyric Acid)는 뉴런이 아무렇게나 작용하지 않도록 전기 임펄스가 축색돌기로 이동하는 것을 억제한다. 신경전달물질은 지금까지 50종류 이상 밝혀졌는데, 앞으로 어떤 종류가 더 발견될지 흥미롭다.


호르몬의 본 뜻은 ‘흥분시키다’

신경전달물질은 1921년 오토 뢰비 박사가 미주신경을 연구하던 중에 그 존재를 증명해냈다. 그 전에 과학자들은 신경세포들 사이에 있는 세포질이 전깃줄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정보가 전달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오토 뢰비 박사는 신경세포를 현미경으로 자세히 관찰한 결과 신경세포 사이에는 항상 일정한 ‘간격’이 있고, 이 간격을 이어주는 신경전달물질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뇌와 몸의 무수한 신경세포들은 거미줄처럼 서로 다른 수천, 수만 개의 신경세포와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그 중심에 호르몬이 있다. 신경세포는 호르몬의 화화작용을 통해 정보를 서로 주고받으며 인체의 대사 활동을 이뤄내고 성장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 뇌의 기능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신경전달물질과 신경조절물질을 포함한 호르몬이라는 단어는 ‘흥분시키다’라는 뜻이 있는 그리스어 ‘homan’에서 유래되었다. 지금 당신의 뇌는 무엇에 흥분하고 있는가? 

글. 김보희
kakai@brainmedia.co.kr
도움말. 《뇌, 생각의 출현》저자 박문호, 포스텍 생명공학과 교수 김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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