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재발견

 

의식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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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마르틴 후베르트 지음
역자
원석영 옮김
출판사
프로네시스 | 2007.04.27
형태
페이지수 328 기타정보
ISBN 10-8901065614
이용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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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뇌 과학 이야기. 이 책은 뇌 연구자들이 수백 년 동안 연구한 뇌와 마음의 관계에서부터 의식과의 관계, 전통적인 인간상의 변화와 미래 인간상에 관한 내용을 담아 설명한다. 또한 뇌 연구의 현재 상황을 비판하면서 신경과학이 지향하는 인간상에 대한 내용을 다양한 인터뷰와 사례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낸다.

《의식의 재발견》은 새로운 인간상의 출현과 감정의 힘,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 정체성 놀이와 개인과 타자, 자유와 양심 등의 내용으로 구성했다.

목차

들어가면| 이 책의 독자들을 기다리는 세포하늘

1장 여러 인간상
새로운 인간상의 출현
전통적인 인간상: 정신은 본성을 형성한다|정신=뇌, 환원주의적 인간상|
제3의 인간상|결론: 뇌를 통해 인간을 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2장 감정의 힘
뇌는 얼마나 합리적인가?
감정 복합|우리 안에 있는 동물|감정은 어떻게 신체에서 나오는가?|
감정 시스템|합리적 감독관|오성에 저항하는 감정|모순적 조화?|
감정과 문화|결론: 감정 합리적인 존재, 인간

3장 의식과 무의식
뇌는 어느 정도의 의식을 원하는가?
어디에나 있는 무의식|의식이라는 극장에서|의식에 대한 설명, 꿈|
무의식의 영역에서|억압된 것과 억제된 것|
프로이트 식 꿈이론의 신경과학적 부활|결론: 열린 경계,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

4장 정체성 놀이
뇌는 어떤 나를 원하는가?
역설적인 나|나-해석자에 대한 탐색|신체, 뇌 그리고 자아|
나, 다른 사람 그리고 뇌의 평온|기억으로서의 동일성|
결론: 나라는 것, 구성의 실재성

5장 개인과 타자
뇌는 얼마나 사회적인가?
분열된 인간|미러셀의 작은 방에서|상호 주관적 태도와 시뮬레이션|
반영의 한계|관점전환|결론: 나와 타자, 단일성과 차이

6장 자유와 양심
누가 책임을 지는가?
자유의지를 가진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뉴런의 속박|손과 손가락 실험|
어떻게 인간 자율성을 구제할까?|환상의 실재성|양심의 자유|
결론: 현실주의적 자율성, 실천으로서의 자유의지

7장 뇌 혹은 영혼
세포하늘 여행의 결론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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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상세이미지

▶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는 갈대인가? 신경세포의 지시에 따르는 로봇인가?

미국의 신경생리학자인 벤저민 리벳은 자유의지에 관한 유명한 실험을 했다. 그는 “당신의 손가락을 움직이고 움직인 시간을 명심하라”는 주문을 피실험자들에게 내렸다. 피실험자들의 뇌에는 뇌의 전기값을 기록하는 감지기가 부착되어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 결정을 내린 다음 손가락이나 손을 움직이고 동시에 언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시계를 보고 알아냈다. 그러면 실험 진행자는 그들이 알려준 시간과 뇌 전기 측정값을 비교했다. 그 결과 피실험자들이 결정을 내리기 1000분의 350초 전에 그들의 뇌에 어떤 신호가 떴다. 뇌는 피실험자들이 결정하기 전에 이미 손가락이나 손의 움직임을 준비했던 것이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뇌의 도구에 불과하다.
―본문 243~245쪽

천문학자들은 16세기에 등장한 새로운 도구인 망원경의 렌즈를 별이 총총히 빛나는 하늘로 향했다. 그때까지 우주의 중심은 지구이며 하늘은 한낱 지구를 도는 바퀴로 상상했으나 이제는 지구란 태양 주위를 도는 작은 점에 불과함을 알게 되었다. 그로부터 400년이 지나 인간은 자신의 사유기관을 들여다보는 기계를 만들어냈다. 천억 개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지고 신경세포 사이사이에 무수히 가지를 친 수백조 개의 신경이 연결된 세포하늘(뇌)을 손상시키지 않고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수천 년간 지속되어온 인간에 대한 견고한 생각(인간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한다)에 결정적인 일격을 날렸으며, 뇌 연구자들은 의기양양하게 선언했다. “인간은 한 조각 자연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언명은 “나의 뇌의 신경세포가 발화한다, 고로 ‘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뇌 연구자인 볼프 싱어에 따르면 이러한 추세는 마침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나 다윈의 진화론보다 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 전통적인 인간상에 맞서는 신경세포의 인간상

철학자들은 수천 년간 홀로 생각하고 결단하며 행동에 나서는 견고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이야기해왔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갖고 있어서 자신의 물질적 조건들을 반성적으로 사유할 수 있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감정적인 충동 역시 인간에게 영향을 주긴 하지만 인간은 이성과 합리성이라는 능력으로 이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과 마음을 물질과 육체보다 우위에 두는 이러한 이원론은 20세기 들어 사유기관인 뇌를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뇌의 정보처리 과정을 파악함에 따라 심각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는 세계를 지각할 때 그 실재를 객관적으로 모사하는 게 아니라 뇌에서 실재의 정보들을 구성한다. 예를 들어 벽 앞에 놓인 꽃병에 대한 지각은 시각 시스템을 구성하는 뉴런들이 꽃의 색, 형태, 배경을 암호화하여 이러한 신호를 상호 교환하고 결합하여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율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이란 객관적인 실체가 아니라 뇌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 저명한 신경철학자인 미국의 폴 처치랜드는 극단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나는 괴롭다,는 뉴런 a와 b가 발환한다로, 나는 인간에 대해 숙고하고 있다,는 유런 x,y,z가 발화하고 있다,로 번역할 수 있다.” 이러한 견해는 리탈린이나 프로작 등 신경전달물질을 투여하여 신체와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됨으로써 더욱더 강화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환원주의적 인간상의 치명적인 약점이 곧 드러났다. 뇌 연구자들은 뇌의 특정한 영역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각종 데이터들의 분석은 세련된 통계치에 맞추어 조정된다. 무엇보다 인간 감정의 복잡 미묘한 체험들을 묘사할 때 신경세포의 작용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대체 무슨 수로 신경세포의 기계적 과정이 우리가 느끼는 황혼의 장려함, 바이올린 현의 미묘한 울림, 사랑에 빠진 순간의 불가해한 심적 상황을 해명할 수 있겠는가?


▶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

전통적인 인간상은 더 이상 성립할 수 없으며, 이를 대체할 두 가지 인간상이 제시되었다. 하나는 인공물과 외과수술, 화학물질을 통해 임의로 조작될 수 있는 신경기계라는 물질주의적 관념이고, 또 하나는 정신과 마음이 뇌와 신체, 사회적 과정 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을 발전시키는 존재로서의 인간상이다. 인간은 단순히 뉴런의 조종을 받는 로봇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 환경과 관계를 맺는 뇌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발전시키도록 고무하는 존재인 것이다.
정신과 물질, 마음과 신체는 특정한 상황에서 서로 경쟁하고 투쟁하지만 복잡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항상 균형을 이룬다. 감정이 먼저 생겨나 강

력한 힘을 발휘하긴 하지만 의식과 합리적인 사고가 이를 제어하며 주어진 상황을 넘어서 전체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한다. 다음 실험을 보자.

미국 심리학자 조슈아 그린은 영화의 소재로 쓰였을 법한 실험을 실시했다. 전시에 당신의 아이와 다른 사람들이 함께 지하실에 숨어 있다. 밖에서는 약탈하는 적군이 거리를 배회한다. 이때 당신의 아이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이제 두 가지 가능성만 존재한다. 당신 손으로 아이를 죽여서라도 조용하게 만들거나 적군들이 당신을 발견하여 당신과 아이와 지하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죽이거나이다. 이 상황에서 피실험자들은 그들의 아이에 대한 감정적인 애착을 극복하도록 도덕적으로 강제되었다. 그들이 갈등하며 숙고하고 있는 동안 무엇보다 합리적이고 인지적인 과제를 관장하는 뇌 영역들이 활동했다. 예를 들어 배외측 전전두피질, 즉 안쪽 두정엽 또는 전방 대상피질이 활동했다. 합리적인 해결책과 감정적인 본능이 갈등하자 외측 전전두피질은 통제 메커니즘을 작동시켜 합리적인 숙고가 감정적인 본능의 영향에 맞서게 하는 것이다.


신경과학이 제기하는 새로운 인간상은 뇌를 폐쇄적인 기계로 파악하지 말고 열려 있는 물질 시스템으로 파악할 것을 촉구한다. 인간은 뇌와 의식, 정신과 물질이 상호작용하여 발전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인간상의 기초인 자연과 정신의 도식적인 분리는 폐기되며, 인간을 신경기계로 파악하는 극단적인 환원론 역시 용납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의 정신은 반성과 의사소통을 통해 신경토대에 영향을 미치고 감정을 제어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의식, 나, 자유의지를 실체로 파악하는 전통적 인간관과 그러한 관념을 임의로 구성될 수 있는 허구적 구성물로 파악하는 포스트모던적 인간관을 모두 넘어설 수 있다.


▶ 이 책은… “인간을 시대에 걸맞게 이해하려는 노력”

이 책은 뇌 연구의 현 상황을 가장 중요한 국면들과 관련하여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비판적이고 흥미롭게 요약하고 가능한 결과들을 설명하려 한다. 인간을 시대에 걸맞게 이해하고자 한다면 최신 과학의 성과들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인간상은 무엇인가, 이것에 도전하는 신경과학의 인간상이란 무엇인가, 둘 다를 지양하는 또다른 인간상은 무엇인가,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뇌과학과 신경과학, 정신분석, 사회학 이론들을 동원해 문제를 제기하고 가능한 답을 내리고 있다. 폭넓은 인터뷰, 다양한 실례를 들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며, 질문-성찰-결론이라는 구성을 취해 제기된 문제를 하나하나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뇌과학은 인간이 결국 경험과 환경에 열려 있는 네트워크-영혼임을 밝히고 있다. 인간에 대한 신경생리학적 연구가 진전됨에 따라 ‘인간이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 역시 격렬한 논쟁에 휩싸일 수밖에 없으며 어쩌면 다음 세기에는 토마스 메칭어의 말처럼 “오늘날 태양이 지구 둘레를 돈다고 진지하게 믿는 사람들은 웃음거리가 되듯이, 우리가 영혼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진지하게 믿거나 인간을 ‘육체와 영혼의 통합체’라는 개념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웃음거리가 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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