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보는 세상]⑧조물주도 놀랄 첨단 신경재생 기술  2009년 05월 03일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이었던 미국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는 낙마 사고로 척수 손상을 당한 뒤 사지마비 장애인으로 여생을 살았다. 국내에서도 유명 가수 강원래 씨가 척수 손상으로 하지마비가 된 뒤 지금까지 혼자서 걷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척수와 뇌 등 중추신경계는 한번 손상이 되면 재생되기 어렵다. 손상을 입은 환자는 평생을 장애를 가진 채 살아야 한다.

모든 동물의 뇌와 척수는 재생이 되지 않는 걸까. 그렇지 않다. 개구리 같은 양서류, 도마뱀 같은 파충류의 경우 실험적으로 척수를 잘라내도 며칠 만에 다시 움직임을 되찾는다. 왜 조물주는 하등동물의 중추신경에는 재생능력이라는 선물을 줬을까. 스위스 취리히대 뇌연구소의 슈와브 박사에 따르면 사람 같은 포유동물의 중추신경 시스템은 양서류나 파충류에 비해 훨씬 정교하고 세밀하게 구성돼 있다. 또 일단 복잡한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성되면 쉽게 변하지 못하도록 재생을 억제하는 물질들이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사람의 중추신경은 정교함과 세밀함을 갖추기 위해 재생능력을 희생했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아주 세밀한 고성능 컴퓨터가 구식 라디오에 비해 고장을 수리하기 어려운 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손상된 뇌나 척수를 재생하고 장애를 극복하는 것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불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그렇진 않다.

1980년 캐나다 맥길대 아과요 박사는 신경세포 및 신경세포를 이어주는 전선 같은 축삭을 둘러싸는 분자 수준의 환경을 적절히 조절하면 포유동물의 뇌와 척수도 개구리나 도마뱀 같이 재생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후 뇌 연구의 눈부신 발전과 줄기세포 연구의 등장으로 손상된 뇌와 척수를 재생시킬 수 있는 치료법이 머지않은 미래에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뇌과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뇌척수 손상으로 인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신경 가소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성인의 뇌나 척수도 신경세포의 활성을 증가시키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특히 손상을 받은 뒤에는 이런 가소성이 증진된다. 미국 앨라배마주립대에서 개발한 ‘구속치료법’은 뇌졸중 때문에 한쪽 손이 마비된 환자의 환자들의 반대쪽 정상 손을 사용하지 못하게 구속함으로써 마비된 손의 활동을 증가시켜 기능을 좋아지게 한다. 즉 손상 때문에 기능이 떨어진 신경계의 활성을 운동이나 작업을 통해 증가시키면 가소성이 증진돼 기능이 좋아질 수 있다.

최근에는 운동이나 작업을 통한 가소성을 좀더 극대화하기 위한 새로운 융합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즉 정보기술(IT)과 뇌과학의 접목으로 신경계의 활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신경자극긱기와 기능성 전기자극술, 뇌기계접속장치 등이 개발돼 뇌척수 손상으로 인한 기능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인간의 뇌척수와 컴퓨터를 연결해 저하된 뇌신경기능을 대치할 수 있는 뇌기계접속장치는 ‘600만불의 사나이’와 같이 공상 속에 존재하던 ‘바이오닉스’ 기술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게 하는 꿈의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어쩌면 사람의 뇌와 척수에는 재생이라는 선물을 주지 않았던 조물주마저도 깜짝 놀랄 만한 방법이 아닐까.

크리스토퍼 리브 씨는 장애인이 된 뒤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일념으로 재활치료와 기능성 전기자극술을 이용한 치료 등을 적극적으로 소화해 손가락 3개를 약간 움직일 정도로 기능이 회복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소식은 전 세계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줬고, 이를 통해 리브 씨는 영화 속 슈퍼맨보다 위대한 영웅으로 존경받았다. 이제 이들의 희망을 현실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건 뇌과학자들과 이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국가의 몫이 아닐까.
김병곤 아주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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