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방영되어 지적설계론이 재판에서 졌던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준 프로그램이 EBS에서 방송되었나 보다. 단순한 지적설계론 비판이 아닌 고생물학과 분자생물학, 아니 과학 자체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 주는 정말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어설픈 설명을 읽기보다는 동영상을 보는 것이 더 좋겠지만 몇 가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정리해 봤다.
지적설계론은 정말 과학일까? 정말로 과학자들이 지지할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적설계론 주창자와 지지자들 대부분은 과학과 종교를 뒤죽박죽으로 섞어 진화론 공격에 나선다는 게 명백한 사실이다. 그들의 주장 어디에도 과학적인 절차, 과학적인 용어, 과학적인 토론이 없다.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게 위장된 사이비과학과 허접한 정치세력의 활동이 있을 뿐이다.
돌연변이가 전부 유해하다고? 그건 생물학에서 농담도 되지 못하는 억지에 불과하다. 돌연변이를 무슨 괴물이 만들어지는 것으로밖에 이해 못 하는 과학적 상식이 없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과학자가 아니라면 모를 수도 있다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창조론자들이 그런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무슨무슨 창조과학자들이 했다면서 마치 전문가가 이야기 한 것처럼 속여서 생물학을 공격하니까 문제인 것이다. 모르는 게 그렇게 벼슬인가? 모르면서 왜 일반인들 앞에서 아는 척 속임수를 쓰는가?
지적설계론은 스스로도 자기들이 과학이 아니라는 것을 가끔씩 깨닫기 때문에 물귀신 작전을 잘 쓴다. 즉 자기들이 과학이 아니라면 진화론도 과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자기들처럼) 우기기만 하지, 아무런 검증도 못 한다는 식이다. 정말 그럴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윈이 살던 시대에는 꿈도 꾸지 못하던 새로운 학문인 유전학은 다윈의 진화론이 맞다는 걸 명확하게 증명했고, 왜 오늘날의 유전학과 분자생물학 등이 알게 모르게 진화론을 지지하는지, 왜 진화론이 모든 첨단생명과학의 기본이라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자칭 유전학이나 생화학, 의학 전문가라는 사람들 중에서 창조론이나 지적설계론을 지지한다는 사람들이 왜 한심한지는 여기에서 드러난다. 자기들이 전공한 학문의 가장 기본이 바로 진화론을 명확하게 증명하면서 구축되었다는 기본의 기본을 모른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현대과학의 세분화로 자기가 연구하는 효소 하나, 단백질 하나에만 열중하고 전체, 또는 그 기본을 보지 못하는 어설픈 과학자들이 늘어났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후반부에 나오는 인간의 염색체 이야기는 그런 극적인 연구결과의 하나이다. 진화론에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시기에 갈라졌을 거라고 생각되는 침팬지 등의 모든 유인원은 24쌍의 염색체를 가진다. 그런데 인간만 23쌍이다. 자 우린 무슨 가설을 세울 수 있을까? 우리 정말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자.
지적설계론: 가설 자체가 불가능. 유인원들이 24쌍, 인간이 23쌍 염색체를 가지는 건 지적설계자가 그냥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한 것이지 인간이 무슨 이유를 찾아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적설계론자들 주장에 따른다면 우린 절대로 지적설계자의 심리를 알 수 없다. 그리고 당연히 검증도 불가능하다. 이게 지적설계론이 겨우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전부다. 지적설계론이 온갖 어려운 용어와 복잡한 표현으로 과학적인 것처럼 도배한 자료들, 책들을 읽어보고 더 나은 가설이 가능한지 직접 알아봐도 좋다. 이건 당연히 과학이 아니다. 아무런 연구도 교육도 불가능하다.
진화론: 침팬지도 고릴라도 오랑우탄도 염색체가 24쌍이라면 인간과 이 유인원들의 공통조상은 당연히 24쌍의 염색체를 가졌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에서만 23쌍이라는 건 원래 24쌍에서 23쌍으로 줄어든 사건이 인간의 진화에서만 일어났었을 거라고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이건 검증이 가능할까? 첨단 생물학에서는 가능하게 되었다. 염색체의 구조를 직접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인간의 2번 염색체가 원래는 두 개였던 것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라는 흔적을 찾아냈다. 진화론의 공통조상가설을 증명한 것이다. 이게 바로 검증불가능한 허접한 사이비과학 지적설계론과 검증가능한 첨단 생물학 진화론의 차이다.
진화론은 검증 가능한 예측을 했고 시험을 통과했다.
이 사실을 놓쳐선 안 된다.
(다음 글) 법정에 선 다윈-진화론 대 지적설계론 1
http://blog.naver.com/iiai/50036102
= 창조과학과 지적설계론 관련 글 모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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