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 이론(Gaia Theory)> 거대한 유기체로써의 지구를 논하다Posted at 2010/02/02 17:20 | Posted in 과학


▲달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 우리의 고향 행성이자 지구 상 모든 생물의 유일한 터전이다.

 최근에 환경에 관해서 말이 많다. 배우 안성기가 나레이션을 담당하여 화제가 됬던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에 이은 눈물 시리즈의 2번째 작품 아마존 환경 다큐 <아마존의 눈물>의 시청률은 2부 연속 20%에 달했다. 뛰어난 영상미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화제작 <아바타(Avatar, 2009, James Cameron 연출, 각본>는 '자연숭배(Naturalism, 종교적인 뉘앙스 상 애니미즘(Animism)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사상을 불러일으킨다며 바티칸 교황청의 질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저 사람들 왜 저래?" 하는 식으로 냉담했다. 이것들 모두 서구의 가능론적 사고에 물들어있던 사람들이 드디어 우리의 터전에 조금 씩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좋은 증거다.

 얼마 전에 일어난 세계적인 기상 이변도 한 몫 했다. 최근 전례없는 폭설과 한파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사람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새로운 빙하기가 찾아와 북반구 전체가 얼음 속에 파묻힌다는 설정의 재난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 2004, Roland Emmerich 연출, 각본)>가 현실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의 저서 <가이아 : 지구 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1978)>의 표지

 이러한 와중에,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이 있다. 바로 가이아 이론(Gaia Theory)이다.

 가이아 이론이란 1978년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그의 저서 <가이아 : 지구 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Gaia : A New Look at Life on Earth)>에서 소개한 이론이다. 여기서 가이아(Gaia)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등장하는 여신의 이름으로 게(Ge)라고도 하는데, 만물의 어머니으로써의 땅을 인격화한 것이다. 가이아 이론은 지구 상의 모든 생물과 환경이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어 유기적 존재로써의 '지구'를 구성한다는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여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가이아 이론에 따르면, 지구 상의 모든 생물과 환경은 능동적인 상호 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 상호 작용 안에서 일정한 균형의 상태를  유지한다. 이는 특히 대기권과 해양권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써, 대기 중의 산소의 양이 항상 일정한 것과, 기온과 바닷물의 온도가 생물이 살 수 있는 적절한 정도에서 유지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즉, 생물계와 물리화학적 무생물계가 서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시스템으로써 작용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말을 잔뜩 써놓았지만 쉽게 풀이하자면 이렇다. 우리는 숨을 쉴 때, 산소를 먹고 이산화탄소를 뱉는다. 반대로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먹고 산소를 뱉는다. 그러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비율은 일정하게 유지되고, 생물은 그 안에서 계속해서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를 먹는 식물과 산소를 먹는 동물의 개체 수 역시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만약 이 균형이 깨지면, 그 영향은 생물계 뿐만이 아니라 무생물계, 즉 우리가 사는 환경에 까지 미치는 것이다.

  가이아 이론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환경문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해답과 정당성을 부여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가이아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자행하고 있는 환경 파괴는 지구의 균형을 무너트리는 행위이며 이는 곧 무생물계와 생물계의 공통적인 파멸로 자연스럽게 귀결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바로 지구 온난화다. 

This figure was produced by Leland McInnes using python and matplotlib and is licensed under the GFDL. All data is from publicly available sources. 

Data Source

1. (red) EPICA Dome C temperature datahttp://doi.pangaea.de/10.1594/PANGAEA.683655 

2. (dark blue) Vostok CO2 datahttp://doi.pangaea.de/10.1594/PANGAEA.55501

3. (steel blue) EPICA DomeC temperature data, 423-391 kybp

4. (pale blue) EPICA DomeC CO2 data, 650-413 kybp

5. (cyan) EPICA DomeC CO2 data, 800-650 kybp

  6. Current CO2 level

 위는 기온과 이산화탄소의 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다. 붉은 색이 기온이며, 나머지 파란 그래프는 각종 출처에서 수집된 이산화탄소 데이터(추정치)를 나타낸다. 그래프의 모양이 거의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즉 생물의 작용(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와 무생물계의 현상(기온 변화)가 일정한 균형을 이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우측 상단에 화살표로 표시된 현재의 이산화탄소 수치다. 역사 상 전례 없이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 수치가 어떤 재앙을 가져올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일부 학자들은 이것이 곧 지구 온난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지구 온난화에 관한 여러가지 음모론이 들끓고 있는 실정이며, 유럽에서는 오히려 지구 온난화가 허구라는 주장도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지구의 균형을 파괴하고 있다. 

 가이아 이론은 인간이 지속해서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스스로 고민하게 해준다. 해답은 인간이 자연에 손을 대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자행하고 있는 일련의 환경 파괴 행위를 멈추고,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생활 패턴을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향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마치 영화 <아바타>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묘사된 판도라 행성의 원주민 나비 족이 그러하였듯이 말이다.

▲일명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불리우는 위성 사진. 
  잘 보이지는 않지만 우측 중심부에 있는 작은 점이 바로 지구다.

 1990년 2월,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on)은 지구에서 64억 킬로 미터 떨어져있는 보이저 1호의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리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찍어낸 지구의 모습은 0.12픽셀에 지나지 않는 작은 점의 모습이었다. 칼 세이건은 당시의 감회를 동명의 저서를 통해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 봤을 모든 사람들,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들,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 지도자들, 인간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이다.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려고 했던 역사 속의 수많은 정복자들이 보여준 피의 역사를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의 한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이, 거의 구분할 수 없는 다른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잔혹함을 생각해 보라. 서로를 얼마나 자주 오해했는지, 서로를 죽이려고 얼마나 애를 써왔는지, 그 증오는 얼마나 깊었는지 모두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을 본다면 우리가 우주의 선택된 곳에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암흑 속 외로운 얼룩일 뿐이다. 이 광활한 어둠 속의 다른 어딘 가에 우리를 구해줄 무언가가 과연 있을까. 사진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까? 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우리의 오만함을 쉽게 보여주는 것이 존재할까? 이 창백한 푸른 점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 칼 세이건(1934~1996), 저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중에서

 비록 우리 인류가 우주의 중심을 스스로에 놓고 있기는 하지만, 실상 우리는 우주 속에서는 하나의 티끌이나 마찬가지인 작은 존재이다. 우주가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도, 우리가 우주를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저 우주라는 거대한 물질(Matter)과 반물질(Antimatter)의 바다 속에 뒤엉켜 있는 하나의 구성원일 뿐이다.

 하물며 그 우주 속에 찍혀있는 하나의 점에 불과한 지구가 우리를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은 이제 버릴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 생명체는 지구를 벗어나서는 존재할 수 없으며, 지구 역시 우리 생명체가 없이는 그저 돌멩이 덩어리에 불과하다. 

 지구는 우리다. 우리는 지구다.

 우리는 하나다.

▲영화 홈(Home, 2009, 얀 아르튀스-베르트랑(Yann Arthus-Bertrand) 연출.)의 첫 장면. 
환경과 지구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아직도 이 영화가 준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지구는 우리의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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