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조상도 약 4백만 년 전까지는 다른 영장류처럼 네발로 기어다녔지만, 진화과정에서 다른 유인원들과는 달리 직립보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직립보행의 상태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인간에게는 최소한 세 가지의 변화가 나타났다.

첫째, 걸어다니면서 일부러 냄새를 맡는 동작을 취하기 어려워지자 후각기능이 쇠퇴했다. 그 대신 시각기능이 발달하였다.

이로 인하여 멀리서도 다른 사람의 머리나 가슴, 생식기 등 체형이나 체격을 보고서 곧바로 성별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직립보행의 진화과정에서 여성의 신체에서 골반의 위치가 이동하였다. 이로 인하여 성교행위의 자세가 다양해졌고, 여성도 예전과는 달리 성관계를 통해서 가끔 기쁨을 맛보는 것도 가능해졌다.

즉 네발 짐승의 시절 여성의 둔부에서 남성이 성교를 시도하던 후미성교 자세로부터 이제는 남녀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는 상태에서의 정면성교도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얼굴을 마주보는 상태의 성교행위도 남성이 여성의 몸 위에서 시도하는 방법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변형된 형태가 존재한다.

서양의 선교사들이 폴리네시아 지역에 들어가 선교활동을 펼 때까지 원주민들은 네발 짐승들처럼 후미성교만을 시도하고 있었다.

흔히 그 선교사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남성이 여성의 몸위에서 시도하는 성교행위를 원주민들에게 전수했다고 해서 ''선교사 체위(missionary position)''라고 한다. 물론 선교사들이 원주민들에게 그 체위의 이점을 전해주고 싶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사도 바울의 가르침에 따르면, 여성은 성교에서도 남성 밑에서 복종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또 성 어거스틴(St. Augustine)의 가르침에 의하면 남성 상위체위 이외의 다른 체위는 모두 자연에 거슬리는 도착적인 행위에 해당된다.

선교사들은 원주민들이 시도한 후미성교를 비롯하여 다른 형태의 성교체위들을 모두 비자연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뜯어말렸다. 이를 계기로 ''선교사 체위''라는 용어가 생겨난 것이다.

셋째, 진화과정에서 여성이 다른 포유동물의 암컷들과 구별될 수 있는 또 다른 특이사항이 있다. 암컷 동물들은 발정기에만 주로 교미를 하지만, 직립보행의 진화과정에서 여성의 발정기는 생리주기로 바뀌었다.

이를 계기로 여성들도 특정한 시기를 가리지 않고서도 남성들과 성적인 관심을 주고받게 되었다. 이때부터 원시인들은 종족보존의 차원을 떠나서 순수한 쾌락을 위한 성적 접촉이 시도되고 있다.

<윤가현, 문화속의 성, 학민사, p.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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