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된 좌뇌에 휴식을 -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5번」 1악장
한지영  | 2005-03-01

현대인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사실이 속속들이 알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스트레스가 왜 생기는지, 어떻게 해소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속 시원한 대안을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다. 현대인을 지치게 하는 스트레스의 주범은 과도한 좌뇌(左腦)의 사용에서 기인한다. 인간의 좌뇌는 언어적이며 분석적이고, 상징적이며 추상적인 영역의 작업들을 담당한다. 또 시간을 다투며 합리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도 좌뇌가 해야 하는 일이다. 어디 그뿐인가. 수리(數理)적인 일, 순차적인 일, 논리적인 일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가정에서 의무적으로 해내야 하는 많은 일들이 바로 좌뇌의 영역에 해당한다. 그래서 좌뇌는 과열될 수밖에 없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좌뇌의 과열을 식혀 줄 수 있는 것은 우뇌를 활동하게 만들어 우뇌와 좌뇌의 균형을 맞춰 주는 방법뿐이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우뇌를 움직이게 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쉬운 것은 바로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이다. 복잡한 업무나 집중력을 요하는 공부를 해야 하는 사람에게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들려 주면 두뇌의 피로가 적어지면서 좌뇌의 효율성이 최대한 상승될 수 있다. 당연히 업무나 공부의 효과도 배가(倍加)될 것이다. 클래식 음악인들이 일반적으로 건강한 까닭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해소해 줄 수 있는 좋은 클래식 음악이란 어떤 것일까? 음악의 조건인 음약이 적절하고 음색이 아름다워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다 리듬과 음량의 변화가 적은 조건을 갖춘 음악이 제격이다.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바로 이와 같은 조건을 잘 갖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1685년 바로크 시대 독일에서 태어난 작곡가 바흐는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람으로, ‘음악의 아버지’답게 그의 음악은 오늘날에도 많은 음악학자들에 의해 연구되고 또 인류의 가장 귀중한 보물로 남아 있다.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모두 6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브란덴부르크를 다스리던 루드비히 공에게 헌정되었다고 해서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었다. 바로크 음악의 최고봉으로 평가받고 있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6곡 모두 뚜렷한 특색을 지니며 오묘한 색채감과 밝고 순수한 즐거움을 발산하는 것이 가히 바흐의 음악답다. 특히 ‘빠르고 느리고 빠르고’의 3부 형식은 고전주의 음악의 소나타 형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
브란덴부르크 문은 독일의 베를린에 있다. 분단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의 경계 지점에 있는데, 루드비히 공의 업적으로 세워진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분단된 국가 동떠� 서독의 이름을 아무 말 없이 지켜보았던 브란덴부르크 문은 독일이 통일을 이루던 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날 광장에서는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이 연주되었는데, 4악장에서의 '환희의 송가'를 들었던 브란데부르크 문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숨기며 건실한 독일인의 모습으로, 무표정한 외모 뒤에 감출 수 없는 열정을 지닌 바흐의 모습으로 그렇게 서 있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20세기 최고의 첼리스트인 로스트로포비치는 무너진 벽돌더미 앞에서 홀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했다. 이 곡은 기억력 향상에 큰 영향을 주는 곡으로 수험생 등 공부하는 학생들이 이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2백 50년이 되도록 변함없이 인류가 바흐의 음악을 사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힘차고 변함없는 음악에 숭고한 인간성을 담은 그의 음악이 어지러운 인간의 마음을 묵묵히 하나로 만들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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