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기 [쿨리지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소나 염소 등의 가축에서 관찰된 것으로서,

이를테면 한 마리의 암컷과 연속적으로

여러 번을 교미해서 사정한 수컷은

더 이상 그 암컷과는 교미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때 거기에 새로운 암컷이 나타나면

수컷은 다시 교미를 시작한다.

 

이러한 쿨리지효과는 소나 염소 등 가축 이외에도

야생인 벵골원숭이 등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여자여, 그대의 남편이

그대와의 섹스를 회피하는 것은 피곤해서라거나,

그대의 아름다움이 쇠락해서라거나,

하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듯싶다.

그대의 남편은 지금 바로

쿨리지 효과를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차라리 다행이라고?

허긴 그대의 자존심은 덜 망가질 수도 있겠지.

그대에게서 매력이 사라져서 그런 건 아니라니까 말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대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결과는 마찬가진 걸....

 

그렇다.

남자는 섹스 그 자체뿐만 아니라,

여자와 섹스를 나누기까지의 과정을 중시한다.

남자를 모르는 여자가 자기의 손으로 점점

'꽃이 피어나는' 과정이라면 더욱 금상첨화일 것이다.

어디를 어떻게 하면 이 여자가 어떠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게 되면

그 여자에게서 더 이상의 자극을 얻질 못한다.

 

그것은 몹시 가지고 싶어했던 장난감이라도

누가 사주면 2,3일 놀아 보고는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고,

또다시 새로운 장난감을 갖고 싶어하는

어린아이의 행동과 마찬가지다.

 

2.

 

결혼식 때, 대부분의 남자들은

아내가 된 여자에 대해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

협력하여 가정을 만들어 갈 결심을 한다.

특히 연애 결혼일 경우에는

자기가 반한 여자를 차지하게 된 기쁨으로 가득 차 있으므로

영원한 사랑이 있을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생각할 여지가 없다.

 

아내가 된 여자의 대부분은,

남편은 나라고 하는 여자와 결혼했으니까

영원히 나를 사랑해 주기 바란다.

나 이외의 여자에게 눈을 돌려서는 안된다.

더구나 다른 여자에게 연애 감정을 품는 일 따위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평균 수명까지 산다고 치고,

40년 가까운 인생을 30세 무렵에 선택한 여자에게

충성을 지켜 나갈 수 있을까?

40년이라는 것은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긴 시간이다.

이런 일이 정말로 가능한 것일까?

 

신혼 시절에는 아내의 모든 것에 반해 있을지도 모른다.

아내가 없으면 이 세상을 살아갈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40년이나 계속될 리가 없다.

 

아내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물을 내리는 소리가

언제부터인지 동물적으로 들리기 시작하면서

사소한 것들이 견디기 힘들어진다.

 

한입 가득 상추쌈을 싸서 밥을 먹는 모습도,

머리는 헝클어지고 잠이 덜 깬 얼굴로

식탁에 아침을 차리는 모습도,

곁에서 잠든 모습까지도.

 

내가 과연 이런 여자와 살고 있다는 말인가.

회의가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된다.

 

밤중에 갑자기 잠이 깨어 보니

옆에서 아내가 정신 모르게 자고 있다.

일순간 '누구야, 이 여자는?',

'어째서 내 옆에서 자고 있지?'

라고 생각할 때도 있을 것이다.

 

이 남자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다.

그것이 일순간이든 아니든 간에

'누구야, 이 여자는?' 따위와 같은 착각을 하는

남자의 머리 구조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것일까?

 

3.

 

결혼식 때 서로들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으니까

절대로 나 이외의 여자를 사랑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여자여,

원칙으로는 맞는 생각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질 못하다.

 

모든 남자가 부러워할 만한,

재주 있고 용모가 아름다우며 정다운 여자를

아내로 삼은 남자일지라도

남들이 보기에는 분명 재주도 모자라고 용모도

못 미친다고 생각되는 다른 여자에게서

아내로부터는 찾을 수 없는 매력을 느낀다.

 

전철 속에서도, 회사에 가서도,

성인 클럽에서 술을 마셔도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친해지고 싶고 한 이불 속에서

같이 자 보고 싶은 생각이 난다.

 

아내와 함께 드라마를 보고 있어도

미모의 탤런트가 나오면,

'저 여자와 섹스할 수 있다면...'

하고 망상에 잠긴다.

 

남자란 그런 동물인 것이다.

남자는 언제나 섹스하고 싶어 몸부림친다.

단, 그것이 자신의 아내만 아니라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그대가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하지만 그대의 남자는 여전히 모르는 체 한다.

그대 남자의 섹스에 대한 욕구가 약해진 탓도 아니고,

그 욕구가 어디에선가 충족되었기 때문도 아니다.

그냥 그대와의 섹스가 싫은 것이다.

 

때로는 '피곤하다' 든지

'내일은 출장을 가야 하니까'하고

변명을 늘어놓기도 한다.

물론 그것은 피곤 때문도, 출장 때문도 아니다.

그냥 그대와의 섹스가 싫은 것이다.

 

남자는 '내일은 출장을 가야 하니까'하고

섹스를 거부하는 마음의 밑바닥에는

낯선 고장에 낯선 여자와의 섹스를

상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4.

 

그대와 섹스를 나눈지 벌써 몇 달 째인지,

보채는 그대를 모르는 체 지낸지

벌써 몇 날 째인지 모른다.

이번마저도 거절하면 어떠한 앙탈을

받아야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있다.

 

그제야 남자는 마지 못해

심각한 생각을 갖기 시작한다.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단지 해야 하는 일일 뿐이다.

남편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생존수단,

단순한 의무감의 발로일 뿐이다.

 

그래 그것은 신혼때와 같은 공격전일 수가 없다.

그것도 자진해서 치르는 방어전이 아니라

의무에 입각한 의무방어전이요,

지명에 의해서 강요된 지명방어전일 뿐이다.

 

그러기에 그 시작은 그대의 요구가 있다고 해서

즉시 개시될 수 있는 그러한 성질의 것도 아니다.

 

남자는 눈을 감고 갖은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얼마 전에 있었던 술집 여자와의

섹스 장면을 연상하기도 했을 것이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보았던 포르노 비디오의

한 장면을 상상하기도 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곁에서 발가벗은 채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그대를 애무하면서도

속으로는

'이건 내 마누라가 아니다,

이건 내 마누라가 아니라 전혀 다른 여자다'라고

수없이 되뇌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대와의 섹스는

아예 애초부터 불가능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대는 그런 냉소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늙어 가야 한다.

연못 속 개구리처럼 돌멩이를 맞아 가면서

그렇게 늙어 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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