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유효기간은 ? 사랑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최종수정일: 2010-02-12 11:01조회: 5752

오늘 저녁에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그 사람이 떠오르고 그 사람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얼굴이 발그레 상기됩니다. 그 사람의 마음에 들려면 어떤 옷을 입고 나갈까? 무슨 선물을 좋아할까? 한참 이런 고민을 하다가 결국 식사도 못하고 출근을 했습니다. 그러나 배도 고프지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그 사람을 만날 생각에 마음이 들뜨고 괜히 웃음이 나왔습니다. 내가 왜 이러는 걸까요? 제가 사랑에 빠진 거 맞죠?

 

 

사랑의 감정에 따라 나타나는 행동 양상에는 대뇌에서 나오는 여러 화학물질들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도파민, 아드레날린, 페닐에틸아민, 옥시토신, 엔도르핀 등. 이 중 도파민은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는 시기에 분비된다고 합니다.

대뇌의 변연계에서 사랑의 화학적 작용이 시작되면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만들어 집니다. 사람이나 사물에 호기심이 생겼을 때 도파민의 분비량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도 많아지고 뇌의 활동도 활발해집니다. 또한 아드레날린이라는 일명 흥분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각성물질이라고도 하고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호르몬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분비되면 눈동자의 동공도 커지고, 호흡도 빨라지고, 심장도 두근두근 거립니다. 심장이 빨리 뛰면서 체온도 올라가서, 땀이 나기도 하고 얼굴이 빨개지기도 합니다. 

사랑에 빠졌을 때에는 신경전달물질인 페닐에틸아민도 만들어집니다. 이것은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천연각성제 구실을 합니다. 이때는 이성으로 제어하기 힘든 열정이 분출되고 행복감에 빠집니다. 이때쯤 되면 사랑하는 사람을 껴안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면서 뇌하수체에서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많은 동물실험에서 옥시토신은 짝짓기, 성적흥분, 오르가슴, 둥지 만들기, 출산이나 산란, 젖먹이기 등의 모성행동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인간의 경우도 오르가슴을 느낄 때 옥시토신이 다량 분비 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이어 엔도르핀이 분비되는 시기는 안정을 되찾아 서로를 소중히 여기게 됩니다. 엔도르핀은 일종의 마약 성분과 같은 물질로 통증을 없애주고 즐거움과 기쁨을 안겨 주는 작용을 하는 호르몬입니다.

 

 

사랑의 기쁨이 몸과 마음에 충만한 상태를 경험하게 해 줍니다. 이밖에 사랑과 생식기능에 관계된 호르몬에는 성선자극호르몬 분비호르몬, 스테로이드 호르몬 등이 있습니다.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성선자극호르몬 분비호르몬은 뇌하수체의 여포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과 황체형성호르몬 분비를 자극합니다. 여포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은 생식소의 발육을 촉진시키고, 황체형성호르몬은 특히 암컷의 배란을 유도합니다. 이 두 호르몬에 의해 생식소에서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정자와 난자가 성숙합니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정상적 생식 기능의 조절과 유지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30개월이라는 속설을 증명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연구소의 신디아 하잔 교수팀의 최근 연구결과 남녀 간의 애정이 얼마나 지속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2년에 걸쳐 다양한 문화 집단에 속한 남녀 5천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하였는데, 남녀 간에 가슴 뛰는 사랑은 18~30개월이면 사라진다고 밝혔습니다.

남녀가 만난 지 2년을 전후해 대뇌에 항체가 생겨 사랑의 화학물질이 더 이상 생성되지 않고 오히려 사라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대뇌의 화학물질의 변화에 따라 사랑의 감정이나 행동 양상이 변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랑은 여전히 풀기 힘든 비밀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60세가 넘는 노부부가 손을 꼭 잡고 바다를 걷는 모습을 본적이 있는지요. 두 사람이 남긴 발자국을 보며 하잔 교수팀이 밝혀낸 연구가 덧없게 느껴집니다. 사랑은 그만큼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글.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신과 박이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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