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은 에너지를 전환하고 상품을 생산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그 덕분에 인류는 주변 생태환경에 예속된 상태에서 대체로 해방되었다. 인류는 숲을 베어내고, 늪의 물을 빼고, 강을 댐으로 막고, 들판에 물을 대고, 수십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철로를 놓고, 고층 빌딩이 즐비한 거대도시를 건설했다.

세상이 호모 사피엔스의 필요에 맞게 변형되면서, 서식지는 파괴되고 종들은 멸종의 길을 걸었다. 과거 녹색과 푸른색이던 우리의 행성은 콘크리트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쇼핑센터가 되어가는 중이다.

오늘날 지구상에는 70억 명이 넘는 사피엔스가 살고 있다. 이 모든 사람을 한데 모아 거대한 저울 위에 세운다면 그 무게는 약 3억 톤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가축화한 모든 농장 동물 암소, 돼지, , -을 더욱 거대한 저울 위에 세운다면 7억 톤에 달할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현재 살아 있는 대형 야생동물 호저에서 펭귄, 코끼리에서 고래에 이르는-의 무게를 모두 합쳐도 1억 톤에 못 미친다.

어린이 도서나 각종 도해서, TV 화면은 여전히 기린과 늑대와 침팬지로 넘쳐나지만 실제 세상에는 이들이 매우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다. 세상에 남아 있는 기린은 약 8마 마리에 지나지 않지만, 가축화된 소는 15억 마리에 이른다. 늑대는 20만 마리밖에 남지 않았지 개는 4억 마리다. 침팬지는 25만 마리에 불과하지만, 사람은 70억 명이다.

인류는 정말로 지구를 접수했다.

[사피엔스] 유발하라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