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키 순서? 키 늘이기 대작전 ‘붐’

 

“성장판 닫히기 전 키우자” 성장클리닉 북적 …
호르몬 주사 맞고 요가까지 단신 탈출
총력
김민경 기자

 

어린이들이 전용 스포츠 클럽에서 키를 키우는 데 효과적인 스트레칭을 배우고 있다. 학부모들이 위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돼 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6학년생인 윤정이의 하루는 벽에 붙여놓은 ‘성장 측정’ 자로 키를 재는 것으로 시작한다. 147.5cm. 어젯밤에 쟀을 때는 146cm였다(2004년 초등학교 여학생 6학년 평균 키는 150.3cm).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은 아침엔 눌렸던 척추가 늘어나 밤에 쟀을 때보다 키가 커진다.

윤정이는 팩에 든 한약을 꿀꺽꿀꺽 마셨다. 성장클리닉으로 유명한 한의원에서 지어온 것이다. 다른 일에는 덜렁대는 윤정이지만 이 약만은 절대 잊지 않고 하루 세 번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한 달 동안 약을 먹으면 두 달 후에 ‘성장통’이 오는데, 그때 다시 약을 먹게 된다.

윤정이네 가족은 이번 여름방학을 ‘작은 키와의 전쟁’ 기간으로 선포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 덕분인지 키가 3cm나 컸다. 일주일에 한 번 ‘키 크기 요가’ 수업을 받는데, 수업 없는 날엔 집에서 40만원을 주고 구입한 키 크기 기계에 거꾸로 매달려 스트레칭을 한다.

“성장클리닉에서 제 뼈의 성장판이 거의 닫혀 키가 크지 않을 것이란 말을 들었을 땐 정말 깜짝 놀라 많이 울었어요. 반에서 작은 편에 속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거든요. 물론 지금은 신경 많이 쓰죠. 의사 선생님이 그냥 두면 151cm까지밖에 안 자란다고 하니, 저도 창피할 것 같고, 엄마 아빠도 절대 안 된대요. 방학 때 약도 먹고, 운동도 하니까 키가 자라서 기분이 좋아요.”

우연히 성장판 엑스레이를 찍어본 윤정이에게 의사는 성장판이 거의 닫혔다는 진단을 내렸다. 체지방률이 높아 초등학교 3학년 때 생리를 시작한 데다 신경까지 매우 예민해 이미 키가 다 자랐다는 것이다. 의사는 성장호르몬 주사 맞기에도 너무 늦었다고 했지만, 성장클리닉 한의원에서는 약을 먹으면 157cm까지는 자랄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이 엄마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 아이가 그 약을 먹고 10cm가 큰 것을 보고 주저 없이 그 한의원에서 40만원을 주고 일종의 ‘성장탕’을 주문했다.

피부과 의사이자 초등학교 3년생의 학부모인 김모 씨 역시 아이가 표준보다 작아 호르몬 주사를 맞혀야 할지 고려 중이다. 김 씨는 아이의 키를 크게 하려면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 밤 시간에 숙면을 취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학기 중에 아이가 학교와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보통 9시. 그 시간에 간식 먹고, 숙제하고 나면 10시 이전에 잠자는 것이 불가능하다. 불규칙한 수면 습관이 성장에 가장 큰 적이긴 하지만, 키도 커야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니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고려대 구로병원 성장클리닉 송해룡 교수가 ‘골연령’ 엑스레이를 보며 성장클리닉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아들을 서울 한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는 박미영 씨는 “학교 운동회에 갔다 아이 키 번호가 2번인 걸 알고 충격받았다. 요즘 남자들 공부는 기본이고 몸짱, 얼짱 아니면 사회생활 제대로 하기도 어렵다고 하지 않는가”라고 말한다. “아기 때 국산 분유보다 훨씬 비싼 수입 분유로 키웠는데 결국 아이 키가 이렇게 작은 걸 보면 소용없었나 보다. 이번에도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성장클리닉에 간 박 씨는 “의료보험도 되지 않는 침과 약을 처방하면서도 아이들로 성황을 이루는 병원을 보고 다시 놀랐다”고 말한다.

박 씨 아들은 일주일에 세 번 성장클리닉에 가서 발목과 무릎에 침을 맞고 단백질 중심으로 식사를 한다. 매일 밤 성장판 자극에 좋다는 줄넘기를 200개 한다. 박 씨는 혹시 아들이 꾀를 낼까봐 옆에서 숫자를 세며 감시한다.

박 씨는 “평소에 외모에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던 아이들 아빠가 매일 아이들 키를 재고 ‘골연령’을 본다며 손가락을 들여다본다. 그럴 때면 마치 내 키가 작은 것을 탓하는 듯해 죄지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주위에서도 아빠 키는 큰데 엄마 키가 작을 경우, 엄마들이 아이의 키 문제에 더욱 필사적인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시댁이나 남편으로부터 ‘엄마 닮아 작다’는 말이 듣기 싫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들 요가 시키고, 약 먹이면서도 쉬쉬해요. 스스로 유난 떤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게 했는데도 키가 크지 않으면 창피해서죠.”

2004년도 학생 신체검사 결과표(체격검사)
구 분 키(cm) 몸무게(kg)
초등
학교
1학년 120.63 119.60 23.96 22.78
2학년 126.67 125.24 27.13 25.89
3학년 132.07 131.10 30.73 29.39
4학년 137.64 137.04 34.87 33.12
5학년 142.85 143.65 39.32 37.18
6학년 149.08 150.33 44.36 43.15

학교
1학년 156.21 154.80 49.74 47.45
2학년 163.25 157.73 55.65 51.08
3학년 167.84 159.42 60.19 53.36
고등
학교
1학년 171.42 160.29 63.40 53.97
2학년 172.69 160.62 66.26 55.20
3학년 173.60 161.11 68.11 55.79

‘얼굴 못생긴 건 용서해도 키 작은 건 용서할 수 없다’는 유머는 이제 진리처럼 받아들여진다. 대중 스타의 필요충분 조건은 큰 키가 되었다. 표정 연기보다 옷과 스포츠카를 돋보이게 하는 7등신이 미디어의 환영을 받는다. 못생긴 얼굴은 ‘쿨하다’고 하지만, 작은 키는 치료가 필요한 일종의 ‘질병’으로 간주된다.

뼈 나이 14~16세 성장판 닫히면 키 교정 사실상 불가능

또한 성형수술은 어른이 된 뒤 언제든 가능하지만, 키의 성장은 의사들에 따르면 ‘뼈의 나이’(실제 연령과 다르다)가 14~16세가 되는 청소년기에 성장판이 닫혀버리고 나면 교정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점들이 학부모들의 활화산 같은 책임감과 결코 닫히지 않는 ‘교육열 성장판’을 자극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성장클리닉을 비롯하여 성장 보조제와 키 크기 요가 및 피트니스 등 ‘키 크기 산업’은 우리나라 젊은이들(15~25세)을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키(남자 173.3cm, 여자 160.9cm)로 키워놓았고, 미국 성인(남자 175cm, 여자 162.5cm)과의 차이를 불과 1cm대로 줄여놓았을 정도다.(자료: 상계백병원 성장클리닉)

 

 

어린이들은 성장을 방해하는 음식들에 노출돼있다. 동시에 서구인을 기준으로 한 ‘큰 키’에 대한 갈망도 미디어와 현실 어디에나 있다.

1989년 ‘수술로 키를 늘일 수 있다구요?’란 책을 펴낸 송해룡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키를 키우는 일리자로프 수술은 왜소증 같은 병적 원인으로 인해 키가 작은 사람들을 위한 수술로 제안한 것인데, 책을 써낸 뒤 키에 대한 관심이 일면서 성장클리닉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는 “요즘은 방학 때 아이 키를 키워보려는 학부모들이 늘어났는데, 몸 만들기를 ‘과외’와 비슷하게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대중 스타를 통해 자기 모델을 찾는 아이들이 큰 키를 희망하는 건 당연하다. 상계백병원이 초·중·고교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상적인 키는 남자 181cm, 여자 169cm로 대답했다.

송 교수는 자신의 대학생 딸의 키는 158cm로 요즘 젊은 세대가 원하는 이상형은 물론이고 평균에도 못 미치지만 한 번도 아버지에게 키를 크게 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며 웃었다.

송 교수의 성장클리닉을 찾은 신수현 군도 방학을 맞아 성장클리닉을 찾은 경우다. 수현이는 만 11세로 138cm(평균은 142cm)이니 크게 작은 키는 아니다. 검사 결과 성장판이 많이 열려 있고, 골연령도 자기 나이를 보이고 있으며, 구루병 검사 및 모든 호르몬 검사에서도 정상치를 보였다. 송 교수가 “‘가족성’으로 인해 키가 좀 작다”고 말하자 수현이의 아버지는 호르몬 주사요법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각종 과외로 지친 상태서 ‘키 키우기 과외’ 추가

아버지 신 씨는 “내 키가 165cm라 사회생활 하면서 어려움도 많이 겪고 마음 고생도 많이 했다. 아들도 나처럼 될까 걱정이 크다. 크기 전에 미리 안전장치를 해두려고 왔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네 번 집에서 직접 주사를 놔야 한다는 말에 수현이가 “주사 안 맞겠다”고 겁을 내자 신 씨는 약간 망설이는 듯했으나 “어떻게든 키는 키워놓겠다”고 말했다.

7년 전 울산에 성장클리닉을 낸 한의사 김수성 씨는 “3년 전부터 키 크기 열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요즘은 방학 때마다 오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성장판이 일단 닫히면 키가 크기 어렵지만 골프 등 모임에서 누구네 아이가 어디 가서 키가 컸다고 입소문이 나면 회원들이 모두 그리로 몰려가는 식”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 초청된 단편영화 ‘해피버스데이’는 ‘훌륭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 아들의 키를 매일 강제로 늘여 ‘괴물’을 만들어놓은 아버지 이야기로 실제 왜소증을 가진 황정영 씨가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키 늘이기 열풍은 청소년기 아이들 사이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제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둔 주부 이은지 씨는 시간 날 때마다 아이의 발목과 무릎을 스트레칭해준다. 갓난아이 때부터 성장판 부분을 자극하면 키가 커진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강남의 어린이 피트니스 클럽들이나 백화점 문화센터의 ‘아기 요가’ 강좌는 대개 키 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등학교 1학년생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고등학생 정도가 되면 일요일에 ‘등 맞추러 간다’는 애들도 있다. 키는 클 만큼 컸으니 눌린 척추를 펴서 키를 늘인다는 것이다. 엄마들이 의사보다 더 유식하다”고 말한다. 숨겨진 키 1mm라도 찾아내려는 노력의 결과다

 

키에서 남부러울 것이 없을 듯한 패션 모델들도 좀더 큰 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톱모델들을 많이 배출한 동덕여대 스포츠모델학과 황지선 조교는 “99년 학과가 신설됐을 때 163cm 키의 모델도 있고 173cm가 평균이었는데, 올해 신입생들은 전원이 177cm 이상이고, 180cm 이상도 5명이나 된다. 옷과 쇼가 서구 기준으로 맞춰지니 큰 규모의 무대에 어울리는 모델들을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다. 고등학교 땐 다들 ‘한 키’ 된다는 말을 듣던 학생들이 여기 오면 상대적으로 작은 느낌이 들어 키를 키우기 위해 나름의 비법들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 수람기공체조를 가르치는 유영준 교수는 “일부 모델 에이전시들은 키 180cm에 50kg이란 식으로 키와 몸무게로 오디션 제한을 한다. 몸이 근육인지 지방인지에 대해선 전혀 고려가 없다. 몸무게를 더 줄일 수 없는 모델들은 키라도 2~3cm 키우기 위해 척추 늘이기 체조를 하는데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날 정도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성분을 알 수 없는 약을 먹어 신장이나 간을 해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키 늘이기 열풍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심야의 과외수업 스케줄로 아이들의 잠을 줄이고, 체육시간에 영어수업을 하면서, 또한 어디서나 트랜스지방산이 들어 있는 패스트푸드와 과자들을 팔고, 미디어는 몸무게를 비정상적으로 줄이라고 강요한 뒤, 여기에 ‘키 키우기 과외’를 하나 더 얹었다는 것이다.

김영훈 고려대 스포츠의학실 운동치료사는 “여기서 기구를 통해 키 키우기 운동을 한다. 그러나 밖에서 ‘그냥’ 뛰어노는 것만큼의 효과는 없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 키 키우기 수술을 소개한 송해룡 교수는 지금의 키 늘이기 열풍에 꽤 시니컬해져 “우리나라 사람들의 골연령 자료를 모으는 중이다.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의 표준 골연령 데이터가 없어 미국에서 만든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도 없는데 어디에 맞춰 키를 키울 것인가”라고 반문한다.

그러나 송 교수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몸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정상적으로 성장하는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병적 원인으로 키가 크지 않는다면, 어렸을 때 이를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래 어린이 100명을 키 순서대로 세워 세 번째 안에 든다면 성장이 멈추기 전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어렸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잘못된 수면과 식습관을 고친다면, 아이들은 하늘로부터 받아 몸 안에 잠재된 키만큼 클 수 있다. 그것이 모두가 바라는 이상적인 몸이 아닌가

 

 

숨겨진 10cm를 찾아라!

전문의 진단 ‘우선’ … 적절한 운동·균형 식단·호르몬 치료로

작은 키 극복 가능

이나리 기자

 

상계백병원 성장클리닉 박미정 교수가 진찰을 받으러 온 박준영(10) 군의 키를 재고 있다.

만 10살, 초등학교 4학년생인 준영이는 키 139cm, 몸무게 31kg이다. 대한소아과학회에서 발표한 2002년 ‘한국 소아발육 표준치’를 기준으로 할 때 준영이는 제 또래 평균보다 키는 3.4cm, 몸무게는 3kg이 부족하다. 혹 성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기로 했다.

어떤 의사에게 갈까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성장클리닉’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하면 수많은 병원 이름이 뜬다. 대부분은 한의원이다. 그중 한 곳을 골라 갈 수도 있으나, 가장 ‘안전한’ 길은 대학병원의 소아내분비 전문의를 찾는 것이다. 저신장 진단과 치료의 핵심에 ‘호르몬’이 있기 때문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 김덕희 교수, 서울아산병원 유한욱 교수, 한양대병원 신재훈 교수,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의 이병철 교수와 서병규 교수, 상계백병원 성장클리닉의 박미정 교수, 고대 안산병원 이기형 교수, 영동세브란스병원 김호성 교수 등이 저신장 치료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전문의들이다.

고대 구로병원 성장클리닉처럼 정형외과 전문의가 주축이 돼 움직이는 곳도 있다. 고대 구로병원 송해룡 교수, 신촌세브란스병원 한수봉 교수, 영동세브란스병원 박희완 교수, 경희대병원 정덕환 교수 등이 이름 높다. 여러 정형외과에서 저신장 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과 특성상 역시 척추측만증이나 연골 무형성증(흔히 ‘난쟁이’라 불리는 병), 심하게 휜 다리 등 물리치료 및 외과적 시술이 필요한 중증 환자 치료가 전문 분야다. 준영이는 사지 기형이나 왜소증이 아닌 만큼 내분비 전문의인 상계백병원 성장클리닉의 박미정 교수를 찾았다.

저신장의 기준은 뭘까

박 교수는 “클리닉을 찾는 하루 40~50명의 상담자 중 실제 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어린이는 한두 명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평균보다 키가 좀 작다 해도 바른 생활습관과 적절한 운동, 균형 잡힌 식생활만으로 상당 부분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몇 년간 줄곧 학교에서 키가 1~3번 정도이거나 △매년 4cm 미만으로 자라거나 △사춘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작은 키에 성장 속도도 더디다면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춘기 전에는 매년 5~6cm 이상 자라는 것이 정상이며, 사춘기 직전부터 15·16세까지는 7~12cm가 자란다.

 

저신장의 원인은 무엇인가

 

손목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있는 박준영 군. 저연골형성증으로 수술을 받은 어린이가 고대 구로병원 스포츠의학실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저신장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가장 흔한 것이 가족성 저신장이다. 부모, 조부모, 친척 중 키가 작은 사람이 여럿 있고, 매년 4cm 이상 자랐음에도 평균 키보다 작은 경우다.

체질성 성장 지연은 말 그대로 체질적으로 성장이 늦게 나타나는 것. 골연령이 나이에 비해 2~3세 낮으며 사춘기도 그만큼 늦게 시작된다. 이 경우 지금 키는 작더라도 성인이 됐을 때는 정상 키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호르몬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성장호르몬이나 갑상선호르몬의 부족, 스테로이드호르몬이나 성호르몬의 과다가 그것이다. 성호르몬이 과다하면 어린 시절에는 키가 빨리 크고 2차 성징도 빨리 나타나나, 이후 성장이 멈추다시피 해 성인이 됐을 때는 오히려 평균보다 작은 키를 갖게 될 수 있다. 때문에 박 교수는 “여아의 경우 만 8세에 가슴이 나오고 만 10세에 초경을 시작하면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당뇨병이 있을 때도 키가 잘 크지 않는다.

그 외 선천성 심장병, 암, 만성 폐질환·간질환 등 만성질환, 영양 흡수를 방해하는 장질환 등도 저신장의 원인이 된다. 임신 중 영양공급이 잘 안 돼 출생체중이 몹시 적었을 때도 키가 크지 않을 확률이 높다.

아이의 키에 문제가 있을 때는 무엇이 원인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저신장의 원인을 찾기 위해 하는 기본 검사가 손목 등 관절 부위에 대한 엑스레이 촬영이다. 성장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나

‘성장클리닉’이란 이름을 내세운 몇몇 병원에서는 지나치게 비싼 가격의 ‘패키지 검사’를 유도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러나 기초 조사는 손목 엑스레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것만으로 저신장의 원인을 알 수 없을 때는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을 추가하게 된다. 비용은 10~15만원 정도다. 물론 호르몬 치료나 정형외과적 수술까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더 많은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준영이는 골연령이 실제 나이보다 한 살 이상 어린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가족, 친지의 키가 비교적 큰 만큼 운동과 영양 섭취에 주의하면 176cm까지는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엑스레이 검사 결과 나타난 성장판의 형태와 부모의 키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도달 가능한 키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호르몬 치료가 능사인가

 

검사 결과 저신장증이 심각하고 앞으로도 키가 클 여지가 별로 없는 경우에는 다양한 치료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중 잘 알려진 것이 호르몬 치료다. 부족한 성장호르몬이나 갑상선호르몬을 주사 형태로 주입하거나, 과다한 성호르몬 등을 조절하는 것. 박 교수는 “1년에 3cm 정도 자라던 아이에게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결과 치료 첫해엔 10cm, 두 번째 해에는 8~9cm, 다음 해에는 7cm가 자라는 등의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유전적 영향이 강할 때는 충분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박 교수는 “성장호르몬이 꼭 필요한 경우는 10% 미만”이라며 “어떤 치료법이나 그렇듯 남용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치료를 통해 효과를 볼 수 있는 적정 시기 또한 따로 있는 만큼 반드시 성장 전문의의 검진을 받고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비용도 비싸 1년에 1000만원 정도가 든다.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아이가 받을 심한 스트레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성장호르몬 투여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의학적 보고는 아직까지 없다.

다리 기형이나 왜소증일 때에는 일리자로프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뼈를 자른 뒤 핀이나 강선을 피부 바깥쪽으로부터 뼈를 관통해 삽입한 다음, 동그란 링을 연결해 거기 연결된 막대기를 하루 1mm씩 늘리는 방식이다. 그렇게 하면 새로운 뼈가 생기면서 키가 커진다. 선천적 왜소증인 경우에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질병이 없을 때에는 2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정상인도 자기 뼈 길이의 10% 이내로 다리를 늘릴 수 있으나,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잘 걷지 못하고 관절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고 있다

 

성장판이란

성장판은 팔, 다리, 손가락, 발가락, 팔꿈치, 대퇴골 등 신체 뼈 중 관절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긴 뼈의 끝부분에 있다. 이것이 골질로 바뀌면서 뼈가 자라는 것. 성장판은 활발히 자라다 남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 여성은 에스트로겐이 분비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굳어져 2년 정도가 지나면 완전히 단단한 뼈로 바뀐다. 이를 두고 보통 ‘성장판이 닫혔다’는 표현을 쓴다.

‘키 키우기’ 치료는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전문의들은 아이의 키에 문제가 있을 경우 초등학교 3~5학년에는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의학적으로는 만 5세부터도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생활습관 바꾸면 롱다리 보인다

규칙적 운동·기체조 성장판 자극 … 헬스·역도 등 과도한

근력 운동은 도움 안 돼

이지은 기자

 

 

‘위아래 뛰기’는 키 크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어린이 전용 스포츠 클럽 ‘마이짐’에서 트레이너의 지도에 따라 운동하는 아이.

한방에서는 성장 부진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운이 약하거나 영양 섭취 및 운동량이 부족할 때 오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성장호르몬이 최대한 분비·활성화될 수 있도록 아이의 건강 상태를 최적화하는 것이 한방 치료의 핵심이다. 김정훈 노원 도원아이한의원 원장은 “사시사철 감기를 앓거나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비염이나 아토피성피부염 등 만성적인 질환을 가진 아이들은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며 “아이의 체질을 고려하고 이상이 있는 내부 장기를 치료해 신체가 균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처방한다”고 설명했다.

이명덕 이솝한의원 원장도 “아이가 실제 나이보다 어른스러워질 때부터 성장이 멈추고 노화가 시작된다. 아이 본연의 자연 상태로 돌아가게 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장 곡선을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성장호르몬을 직접 투여하는 양방 치료법과는 달리 한방에서는 성장탕 등의 약물요법, 침요법, 추나(推拿)요법 등을 통해 치료한다. 약물은 아이의 체질이나 장기의 기능적 차이에 따라 다르게 처방하는데, 간과 신장을 보강하는 약재는 꼭 포함된다. 간은 근육, 신장은 뼈의 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 노창은 숭실한의원 원장은 “특히 속단, 두충, 산조인, 가시오갈피, 백복령, 녹용 등은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고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 성장에 큰 도움을 준다”면서 “고도성장기(여아는 10~12세, 남아는 12~15세)를 벗어난 아이들의 경우 이런 류의 약재를 주로 처방한다”고 덧붙였다. 침요법은 성장점이 있는 경혈을 자극해 성장을 돕는 것이고, 추나요법은 비뚤어진 뼈를 바로잡아 줌으로써 척추가 제자리를 찾도록 도와주는 치료법으로 이것만으로도 1~2cm는 키울 수 있다.

성장 돕는 한방치료법 한 달에 40만원 선

치료는 앞서 말한 세 가지 요법을 아울러서 시행한다. 비용은 한 달에 40만원 선. 3개월이 기본 단위지만 1년 이상 치료를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김정훈 원장은 “몇 cm를 키우느냐보다는 미비했던 성장 곡선을 제자리로 끌어올리는 게 치료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운동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성장 기체조 교실을 진행하는 숭실한의원 양생연구소 김규철 소장은 “기체조는 측만된 척추를 바로잡아 비뚤어진 몸을 반듯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 성장판도 자극해준다. 또 명상 시간을 통해 아이들의 스트레스도 풀어준다”고 했다.

운동 자체만으로도 성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어린이 전용 스포츠 클럽의 운동 프로그램은 거의 성장 촉진과 비만 예방에 맞춰져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마이짐’의 프로그램 개발팀 김지연 수석연구원은 “아이의 키와 체형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3~6세 때 ‘위아래 뛰기’와 팔다리를 늘여주는 스트레칭을 많이 하면 키 성장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모든 프로그램이 여기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뛰어오르는 동작 많은 줄넘기·철봉 ‘효과 만점’

 

아이를 진료하고 있는 김정훈 노원 도원아이한의원 원장.

다음은 김 연구원이 알려주는 키 크기 운동법. 철봉운동, 줄넘기, 농구, 배구, 태권도 등 뛰어오르는 동작이 많은 운동이 좋다. 헬스나 역도 등 과도한 근력 운동은 체내의 필요한 영양소들이 근육을 키우는 데 소비돼 성장에는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기계체조나 씨름, 마라톤 등 체력 소모가 많은 운동도 좋지 않다. 무리한 운동으로 성장판이 상하면 오히려 손해. 유산소 운동 또한 힘들지 않은 강도로 20분 정도 하는 게 좋다. 줄넘기 등도 아스팔트가 아닌 흙바닥이나 고무바닥 위에서 한다. 운동 전후에는 꼭 스트레칭 체조를 해준다. 어떤 운동이든 효과를 보려면 매일 30분~1시간 정도 꾸준히 해야 한다. 시간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2시간 후에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또 김 연구원은 “스스로 운동할 수 없는 연령의 아기는 엄마가 전신 마사지를 해주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마사지는 아기의 혈액순환을 높이고 체온을 증가시켜 근육의 발달을 돕고 형태를 바로잡아 예쁜 체형을 만들어준다. 보통 생후 1~2개월부터 가볍게 시작하는 게 좋다. 아프게 꾹꾹 누르는 것은 금물. 얼굴에 로션을 바르는 정도의 강도로 살살 주물러준다

 

집에서 하는 성장체조 5

몸 늘이기


① 천장을 보고 편안하게 눕는다.
② 양손을 깍지 껴서 머리 위로 뻗는다. 이때 척추를 곧게 세우고 발끝도 뻗어 몸을 최대한 길게 한다.
③ 깍지 낀 양손을 배 위로 내리고 전신의 힘을 자연스럽게 뺀다(같은 동작을 5회 반복한다).

엎드려 비행기 팔다리 만들기


① 엎드린 자세로 누워 전신의 힘을 뺀다.
② 양팔을 어깨까지 천천히 펼친다.
③ 비행기가 날고 있는 것처럼 두 발을 모은 채 발끝을 뻗으며, 상체를 천천히 들어올린다.
④ ③의 자세에서 양발도 위로 들어올린다.
⑤ 처음 자세로 돌아간다(같은 동작을 5회 반복한다).

자전거 타기


① 다리를 펴고 앉아서 양손을 등 뒤쪽으로 손끝이 몸 쪽을 향하게 놓는다.
② 다리를 30cm 정도 들어올려 자전거 타는 동작을 한다.
③ 앞으로 페달을 밟는 방법으로 돌리고 뒤쪽으로 페달 밟기도 한다. 이 동작은 무릎의 성장판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가위 젖기


① 다리를 펴고 앉아서 양손을 등 뒤쪽으로 손끝이 몸 쪽을 향하게 놓는다.
② 다리를 30cm 정도 들어올려 양다리를 벌렸다 모았다 하는 가위 젖기 동작을 한다.
③ 골반과 대퇴골 사이의 관절에 많은 자극이 되어 성장에 도움이 된다.

앉아서 하는 스트레칭 체조


① 양다리를 쭉 펴고 허리를 똑바로 펴서 앉는다.
② 양손을 머리 위로 뻗어서 배가 허벅지에 닿도록 천천히 내리면서 양손으로 발끝을 잡는다. 이때 발끝에 손이 닿으면 그 자세에서 10초간 멈춘다.
③ 다시 처음 자세로 돌아온다.
④ 이번에는 양다리를 양옆으로 일자로 펴서 앉는다.
⑤ 양손을 어깨 높이로 옆으로 들어올린 뒤 오른쪽 손이 왼쪽 발끝에 닿도록 상체를 옆으로 구부린다. 이때 상체는 정면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 반대쪽으로도 실시한다.
(*자료제공: 마이짐)

 

 

종근당의 ‘롱키본’과 ‘아이앤본’, 한미약품의 ‘IGF’ 시리즈, 광동제약의 ‘본칼슘’ 등 올 2월 제정한 건강기능식품법에 의거해 만들어진 성장 보조식품들도 잘 골라 쓰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성장기 어린이 및 청소년에게 필요한 칼슘, 비타민, 철분 등 영양소와 생녹용, 홍화씨, 가시오갈피 등 한방 약재들이 주 성분을 이루기 때문. 또 요즘에는 ‘톨플러스’ ‘닥터키’ 등 체형 및 자세 교정기구들도 40만원 이상의 고가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이 기구들은 대부분의 경우 부작용은 없으나 과장된 광고나 고가의 가격에 비해 성능은 그렇게 뛰어나지 못하다. 실제로 소비자단체협의회에 접수된 성장 보조식품 및 교정기구에 대한 불만 사례가 올해만 21건에 이른다. 취재 중 만난 정형외과 전문의는 “교정기구를 통해 특정 부위만 강화하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는 요가나 체조,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키 크는 생활습관’ 가이드
귤·콩·해조류 섭취 ‘도움’


일찍, 충분히, 제대로 잔다 최근 미국 위스콘신 대학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잠잘 때와 누워 쉴 때 뼈의 90% 이상이 성장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실제로 성장호르몬은 밤 10시~새벽 2시에 가장 활발하게 분비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성장호르몬은 잠든 지 1시간 후부터 4시간 동안 분비된다고 한다. 일찍 잠자리에 든 뒤 최소 6~7시간 숙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칼슘·유지방 너무 먹어도 문제 귤, 살코기, 녹황색채소, 콩, 간, 식물성 기름, 뼈째 먹는 생선, 해조류 등이 좋다. 그러나 지나친 육류 섭취는 오히려 위에 부담을 주고 지방이 축적되어 성장판을 막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칼슘 과잉도 마찬가지다. 소화기능이 좋지 않은 아이에게 잡곡밥 등을 강요하는 것도 금물이다. 우유 역시 소화에 문제가 있을 땐 먹이지 않는 편이 나으며, 지나친 유지방 섭취는 체내에 노폐물을 쌓이게 하므로 좋지 않다. 성장이 늦는 아이들 중에는 비위가 약하고 아토피성피부염, 잦은 감기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식생활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명덕 이솝한의원 원장은 “소금으로 절인 음식은 절대로 먹지 말라”고 강조했다. 물리적 성장에도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지나친 소금 섭취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발효식품인 간장은 아이들의 식욕을 돋워주기 때문에 좋다.


 
출처 : 블로그 > ****** 바디다이어트/메조테라피전문병원 | 글쓴이 : 바디사랑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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