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진료실에서의 진료 목적 중에 가장 큰 한 가지는

나의 진료실을 환자와 더불어 아티스트의 열정이 넘치는

창조적인 작업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與患

 

아래글은 통증의 원리와 통찰이라는 책의
저자이신 성정원의 저자서문이다.

공감이 되어 옮겨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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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인체를 다루고 있다는 숭고한 사명감,

환자들로부터 자연스레 느껴지는 존경의 눈빛,

심신의 고통중에 있는 가엾은 환자들과 함께 하면서

자연스레 얻어지는 의사로서의 보람,

자신의 분야나 진실을 탐구하고자 하는 그 순수한 열정,

 

이 모든 것을 상실한 채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는

이 시대의 대다수 의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가엾다못해 측은하다.

 

앞서 언급한 고귀한 가치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만이 남아있다.

그들을 부양하기 위해 죽을 때까지

몇 평짜리 닭장과 같은 진료실에 갇혀

스스로를 혹사시키며 희생하고 있다.

 

더 이상의 보람도, 열정도, 자존감도 소명의식도

찾으려야 찾아보기 힘들다.

환자들에게 물어뜯기지 않고

역으로 그들에게 상처주지 않는 것만으로

이미 만족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여기에도 처방전은 있다.

자신의 보람, 열정, 자존감, 그리고 소명의식이 고취되면,

환자들은 더 이상 나를 짜증나게 괴롭히는 성가신 존재가 아닌

본래의 속성대로 측은지심을 느끼고 공감해야 할

 대상으로 탈 바꿈될 수 있다.

 

그들의 진정한 구세주가 될 수 있는

그러한 방법을 논하고 싶 었다.

단지 학문적 지식이나 임상적 기술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니다.

철학에 관한 문제이다.

생각하는 의사!

비로소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어

감사하다는 어느 선생님의 말씀이

아직도 내 귀에 선명하게 들린다.

 

고지식함의 대명사로 낙인찍힌 의사들의 진료행위도

아티스트의 작품 활동처럼 창조적인 직업이 될 수 있다.

진료실 안은 단지 경제적인 목적으로

어쩔 수 없이 내가 그곳에 있어야만 하는 곳이 아니라

무언가 창조적인 성취와 보람을 얻고자

자발적인 노력과 열정으로 충만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신세한탄만 하며 자신도 모르게 우울해져 가던

비참한 의사에서 벗어나 행복한 열정이 넘치는

그동안 잃고 지냈던 이상적인 의사의 모습을 다시 되찾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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