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야 미안하다, 네가 ADHD인 줄도 모르고 … [중앙일보]

`힘찬이 선발대회` 부모 수기 으뜸상 당선작

ADHD라는 병명이 있다. 우리말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정도로 풀이되는 이 병을 앓는 어린이가 늘고 있다. 요즘 초등학교 한 반에 한두 명이 이 병에 걸렸다고 한다. 이 병은 방치할 경우 심한 학습장애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청소년기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조인스닷컴은 최근 대한소아청소년의학회와 함께 'ADHD 아동'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해 '힘찬이 선발대회'란 행사를 열었다. 아동들의 그림과 부모 수기도 공모했다. 9월부터 두 달간 1208명이 참가했다. 부모 수기 부문 으뜸상을 받은 이준호(가명) 어머니의 수기를 실는다. 대회에 참가한 아이들의 그림은 조인스 헬스케어(mentalhome.joins.com)에서 볼 수 있다.

지금 4학년인 준호(가명)는 태어나면서부터 조그만 소리에도 울고 수시로 깨는 예민한 아이었다. 백화점에선 손을 잡지 않으면 어디론가 사라져 수시로 장내 방송을 타기도 했다. 첫 아이라 양육 경험이 없었던 난 주의력이 조금 떨어진 정도로만 생각했다. 초등학교 입학하고 첫 학부모회의 때였다. 회의가 끝난 뒤 담임 선생님이 소매를 잡아당겼다. "어머님은 저랑 상담하고 가세요." 선생님은 "아이가 별나다"며 특수 학급에 보내기를 희망했다. 고민 끝에 1학년 여름방학 때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ADHD'라는 진단을 받았다. 너무나 생소한 병명에 어쩔 줄 몰랐다.

관련 서적을 뒤졌다. ADHD는 선천적인 장애로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청소년기, 성년기까지 증상이 지속될 수도 있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고도 했다. 남편과 나는 절망했다. 난 울기만 했다. 아이가 나쁘다고 생각했던 것들, 상처를 주었던 내 모습에 괴로워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주를 이제 막 시작한 것 같았다. 힘들었다.

한편으론 무심코 아이를 혼냈던 일들이 후회됐다. 누구를 붙잡고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아이가 가진 '장애'를 차츰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도 노력하고 애를 썼다. 일단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행동관찰일지'에 아이의 모든 행동을 하나하나 기록했다. ADHD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배우고 아이의 행동 변화를 더욱 유심히 관찰했다. 또 사회성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해 친구와 잘 지내기 위한 요령을 배우게 했다. 놀이치료 기관에도 보냈다. 거기서 실컷 놀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서 말을 잘 따라 주었다.

집에서는 '구슬 주기'를 했다. 꼭 지켰으면 하는 행동을 설명하고 지키면 상으로 색깔이 다른 구슬들을 주었다. 일정량의 구슬이 모이면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사줬다. 준호는 지금도 속옷이 보이게 옷을 입거나, 음식을 흘리고, 준비물을 빼먹곤 한다. 하지만 중대한 결함이나 실수가 아니면 지나친다.

물론 가끔 속상해 아이를 나무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한다. 그때마다 지난 관찰일지를 찾아본다. 이전보다 나아진 지금을 보면 다시 아이가 자랑스러워진다. 새로운 힘을 얻는다. 지금 준호와 함께 있는 우리 가족은 너무 즐겁다. 함께 산길을 걷고, 식사를 하고, 여행을 하고, 함께 잠드는 사소한 모든 일상에 감사한다. 보다 많은 주위 사람들이 우리 아이와 같은 경우를 이해하고 따사롭게 대해 주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 이미지 컴퍼넌트 사이즈 조절 try { var oContent = document.getElementById("articleImage"); if(oContent) { for(var nIdx=0; nIdx 250) { oContent.getElementsByTagName("img")[nIdx].width = 250; } } } } catch(e){}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