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뇌가 하는 것이다.
하루 몇 시간만 자고 열심히 공부를 했어도 시험 당일 뇌가 입력한 정보를 꺼내주지 않으면 난감한 일이다.
공부를 강요하지 말고, 자녀의 뇌가 활성화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어제 외운 영어단어가 입에서만 맴돈다’ ‘요즘 건망증이 심하고, 공부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는 증상이 나타나면 뇌가 약간 무뎌진 것이다.
특히 뇌의 사령탑이라 할 수 있는 전두엽의 활동이 저하됐을 가능성이 높다.
전두엽은 이마부터 좌우 관자놀이 부근까지 뇌의 넓은 부분을 차지하는 영역이다. 인간의 뇌는 전두엽이 발달하면서 앞쪽으로 밀고나와 이마를 형성했다. 이는 원숭이나 침팬지의 납작한 이마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전두엽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해 올바른 사고와 행동을 하도록 도와주는 ‘컨트롤 타워’다. 지성과 마음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주변 상황이나 기억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주요 기능이다.
예컨대 참고서를 사러 갔다가 출판사를 보고 과거에 샀던 책에서 실망했던 기억을 떠올려 사지 않는다고 치자. 이를 결정하는 것이 전두엽이다.
복수의 사건을 동시에 처리하거나 미래를 예측해 계획을 짜는 역할도 한다. 식탁에 늘어놓을 세 가지 반찬을 동시에 요리하려고 그릇과 요리 재료를 준비하고, 계획대로 진행하는 사람은 전두엽이 제대로 기능한다고 보면 된다.
무엇보다 이런 기능을 하기 위해선 과거에 입력한 정보가 빠르게 출력돼야 한다. 따라서 전두엽이 둔해지면 머리가 멍한 상태가 된다. 혀 끝에 맴돌았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 상태가 된다는 것은 전두엽이 피곤하거나, 퇴행해 기억을 꺼내는 능력이 무뎌졌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전두엽의 기능은 왜 떨어질까.
첫째는 과부하다.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담으려고 하다 보면 제대로 입력되지 않을 뿐 아니라 뇌 속에 정리돼 있지 않아 정작 필요할 때는 사용하지 못한다.
둘째는 우울감과 같은 정서적인 원인을 들 수 있다.
의욕이 떨어지고, 마음이 어두워도 전두엽의 활동은 저하된다.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면서 신경전달물질인 뇌 속 세로토닌이 줄어든다.
셋째는 수면 부족이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의 뇌는 낮에 일어났던 사건이나 정보를 가공해 필요한 것을 뇌세포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따라서 학생들이 충분히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뇌가 뒤죽박죽된 정보를 꺼내지 못해 공부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전두엽을 활성화하는 방법은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이 견디기 힘들 정도의 빡빡한 학습 일정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휴식시간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책상에 앉아 그냥 쉬는 것보다는 몸을 움직이는 운동·놀이와 같은 휴식이 좋다.
아이를 칭찬하고, 즐겁게 하면 뇌가 훨씬 활성화된다. 단순히 선생님이 좋다는 이유로 해당 과목의 점수가 올라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숙면이다. 잠을 오래 자라는 것이 아니고 효율적으로 깊이 자라는 뜻이다.
고종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