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나 죽거든 이렇게 기려주오.

한 사람이 살았으나 이젠 보이지 않네.

피기도 전에 먼 길 떠난 사람.

그가 부르던 삶의 노래는 중간에 그치고

남아 있던 노래 하나

이젠 그마저 영원히 사라졌네.

그 슬픔마저도.


「나 죽은 뒤에」

- 하임 내크먼 바이어리크



  하임 G. 기너트 박사는 1973년 11월 4일, 오랫동안 고통스런 투병 끝에 눈을 감았다. 당시 그의 나이 51세였다. 죽기 몇 주일 전, 첫 번째 저서인 『부모와 아이 사이(Between Parent and Child)』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앨리스, 이 책은 고전이 될 거야.”

  그의 예언은 현실이 되었다.

  하임 G. 기너트는 임상 심리학자이자 어린이 심리 치료사, 부모를 교육하는 교사였다. 그의 저서 『어린이 집단 심리 치료』, 『부모와 아이 사이』, 『부모와 십대 사이』, 『교사와 학생 사이』는 부모와 교사가 어린이를 대하는 방법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이 책들은 1년 넘게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었고, 30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존 W. 샌트록, 앤 M. 미넷, 바버라 D. 캠벨이 펴낸 『자조(自助) 부문 도서에 대한 권위 있는 안내』라는 책자에서 기트너의 책들은 최고 점수(‘강력하게 추천한다’)를 받았고, 자조 분야에서 가장 훌륭한 도서를 소개한 목록에 수록되기도 했다.

  하임 G. 기너트는 「투데이」쇼에 고정 출연한 최초의 심리학자였다. 그가 매주 쓴 칼럼은 중요한 특종 기사로 국제적으로 연재되었다. 그는 매달 잡지 『매콜』에 기사를 썼다. 또 뉴욕 대학교 대학원과 아델피 대학에서 심리학과 조교수로 봉직했다.

  그가 책에서 주장한 의사 소통 기술을 통해서, 어른들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다정한 마음을 가지고 아이들의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또 어린이들의 감정을 파악하여 대응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어린이 심리 치료사입니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어린이들을 치료합니다. 치료를 할 때는 보통 한 어린이를 1주일에 한 시간씩 1년 동안 만납니다. 그러다 보면 어린이의 정신 이상 증세가 사라지고, 기분도 훨씬 더 좋아지고, 다른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학교에서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던 증세도 사라집니다.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나는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이들이 자신감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어 병든 어린이들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면, 부모와 교사들은 그 원칙과 실천 방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심리 치료사들은 치료만 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어린이들을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해주는 일은 매일 그들과 접촉하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그는 부모와 어린이 지도 집단에 대한 교육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부모들이 좀더 다정한 마음으로 좀더 효과적으로 어린이들을 대하고, 어린이들이 자기 감정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그들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부모들에게 다음과 같은 것을 요구했다. 모욕을 느끼지 않고 규칙을 지키게 하는 법, 인격을 훼손하지 않고 비판하는 법, 판결을 내리지 않고 칭찬하는 법,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고 분노를 표현하는 법, 감정과 지각, 그리고 의견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고 인정하는 법을 배우기를 원했던 것이다. 곧 부모들이 어린이들이 자기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믿고 자신감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그들을 대하는 방법을 터득하기를 원했다.

  심리학자가 되기 전에, 하임 G. 기너트 박사는 이스라엘에서 교사 생활을 했다. 그는 예루살렘에 있는 데이비드 옐린 사범 대학을 졸업했다. 몇 년 간 교사 생활을 하면서, 그는 교실에서 어린이들을 대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컬럼비아 대학교 사범대학에 진학했고, 그곳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51세라는 한창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하임 G. 기너트는 감동적이고 창의적이고 지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았다. 그의 저서와 강연, 칼럼들 도처에서 우리는 어린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방법에 관한 그의 혁신적인 발상들을 확인할 수 있고, 이러한 발상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육아 워크숍의 발전에 공헌하여, 부모와 교사들에게 섬세하고 배려하는 방법으로 어린이들을 대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 했다.

  영어가 모국어는 아니었지만, 하임 G. 기너트는 영어를 사랑했다. 절제 있고 정확한 영어로 쓴 시에 그 사랑을 담기도 했다. 그 옛날 현인들이 그랬듯이, 그는 자기 지혜를 비유, 알레고리, 경구에 담아 나누어주기도 했다. 다음과 같은 그의 말은 의미 깊다.

  “부모가 되지 말고, 부모로서 인간이 되시오.”

  50세에 생을 마감한 한 유대교 율법 학자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가족이 장례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장남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긴 생을 사셨어.”

  가족들은 모두 화를 냈다.

  “그렇게 일찍 돌아가신 분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아버지께서 충만한 삶을 사셨기 때문이야. 중요한 책을 여러 권 썼고,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친 분이셨어.”

  이 이야기는 내게도 위로가 된다.


2003년, 박사 앨리스 기너트






얘야, 손을 내게 내밀렴.


내 안에서 빛나는 너의 신뢰의 빛을 받으며 걸을 수 있도록.


- 하난 칸(Hannan K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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