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침에 일어나, 아이의 하루를 비참하게 만들겠다고 작심하는 부모는 없다. “할 수만 있으면 오늘 우리 아이를 야단치고, 잔소리를 해대고, 창피를 주어야지.하고 다짐하는 어머니나 아버지는 없다. 그와 반대로 많은 부모들은 아침에 일어나 이렇게 다짐한다.

  “오늘은 아이들과 아무 일 없이 지내야지. 야단을 치지도 않고 말다툼을 벌이지도 않고, 싸우지도 말아야지.

  하지만 아무리 마음을 좋게 먹어도, 원치 않았던 전쟁은 다시 벌어지고 만다.

  부모 노릇을 하다 보면, 끝도 없이 소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잊을 만하면 충돌이 터지고, 느닷없이 위기가 발생하여, 대응을 요구한다. 부모의 대응에는 결과가 뒤따른다. 부모의 대응이 적당했든 적당하지 않았든, 그것은 아이의 자존심과 인격에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모들만 아이에게 해를 끼친다고 믿고 싶어한다. 불행하게도 아이를 사랑하고, 선의를 가진 부모들도 아이를 비난하고, 창피 주고, 꾸짖고, 조롱하고, 위협하고, 매수하고, 낙인찍고, 처벌하고, 설교하고, 훈계한다.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부모들 대부분이 말이 가진 파괴적인 힘을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옛날에 자기 부모들에게 들었던 말들을 자기도 모르게 자기 입으로 말하고 있다. 본래에는 입에 담으려고 하지 않았던 말들을, 자기도 좋아하지 않았던 어조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의사 소통의 비극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곧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과 좋은 인간 관계를 맺고 좋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부모들에게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 외과의사가 수술실에 들어와서, 마취 전문 의사가 우리에게 주사를 놓기 전에, “사실 난 수술 실습을 많이 받지는 않았지만, 환자들을 사랑해요. 상식에 따라 수술할 거예요.”하고 말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인가? 아마도 두려운 나머지 도망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은 사랑과 상식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믿는 부모들을 두고 그렇게 도망치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의 일상적인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면 부모들도 외과 의사들처럼 특별한 기술들을 배워야 한다. 수술 부위에 조심스럽게 칼을 갖다 대는 숙련된 외과 의사처럼, 부모들 또한 말을 기술적으로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말이란 외과 의사의 칼과 같기 때문이다. 말을 통해서 아이는, 육체적인 상처는 아니더라도, 감정적으로 수많은 고통스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아이들과 의사 소통을 하는 방법을 개선하려면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가? 아이들에게 대응하는 방법을 점검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는 말을 알고 있다. 과거에 우리 부모들이 친구와 낯선 사람들에게 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그때의 말은 행동을 비판하는 언어가 아니라, 감정을 보호하는 언어였다.

  깜빡 잊고 우산을 놓고 간 손님에게 우리는 뭐라고 하는가? 그 사람에게 달려가, 이렇게 말하는가?

  “어떻게 된 거죠? 우리 집에 올 때마다 늘 뭘 잊고서 놓고 가니까 하는 말이에요. 이것 아니면 저것을 늘 두고 가잖아요. 당신 여동생은 그렇지 않던데. 우리 집에 올 때마다 보면, 그녀는 행동이 참 반듯해요. 당신 나이 마흔네 살이에요! 이런 버릇은 고칠 때도 되지 않았나요? 난 당신이 놓고 간 물건이나 돌려주러 다니는 노예가 아니에요. 머리를 어디 두고 다니나 봐요! 아니면 그냥 어깨에 달고 다니든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있어요?

  우리는 손님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앨리스, 여기 당신 우산 있어요.”하고 간단히 말한다. “당신 주의가 산만하군요!”라고 덧붙이지도 않는다.

  부모들은 손님 대하듯 아이들을 대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자기 아이를 겁 많고, 부끄러움 타고, 경솔하고, 미움받는 아이로 만들려고 애쓰는 부모는 없다. 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많은 아이들이 바람직하지 못한 성격을 습득하게 되고, 자신을 비롯하여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와 안정감을 몸에 익히지 못한다.

l  부모는 자기 아이들이 공손하기를 바라는데,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

l  부모는 아이들이 청결하기를 바라는데, 아이들은 지저분하다.

l  부모는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지기를 원하는데, 아이들은 불안해한다.

l  부모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데,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을 때가 자주 있다.

부모들은 모든 아이가 훌륭한 사람, 곧 동정심과 헌신, 용기 있는 인간, 곧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공정함을 준칙으로 삼아 살아가는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이와 같은 인간미 있는 목표들을 성취하기 위해서 부모들은 인간미 있는 방법들을 습득해야 한다.

l  사랑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l  통찰력만으로는 부족하다.

l  훌륭한 부모가 되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 기술을 습득하여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이 책은 부모들이 바람직한 이상들을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 책이 부모들이 가진 목표들을 아이들과 관련지어 확인하는 데 도움을 주고, 그 목표들을 성취하는 방법들을 제시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모들은 특정한 해결책을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문제들과 얼굴을 맞대고 있다. 아이를 좀더 사랑해 주고, 아이에게 좀더 관심을 보여주고, 아이에게 좀더 많은 시간을 주라는 식의 틀에 박힌 충고는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우리는 개별 심리 치료와 집단 심리 치료, 육아 워크숍에서 여러 부모 그리고 아이들과 몇 년 동안 공동 작업을 해왔다. 이 책은 그 경험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실천적인 안내서로서, 부모들이 매일 부딪히는 여러 가지 상황과 심리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방법과 바람직한 해결책을 제안한다. 이 책은 아이들과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는 부모들에게 안내 역할을 해줄 기본적인 의사 소통 원칙에서 이끌어내 특별한 충고를 제공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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