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집으로 가는 골목길은 좁고 멀기만 한데, 매번 앞에 오는 사람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골목길에서 사람은 양방통행인지라 이런 일이 다반사지만 그럴 때마다 나의 뇌는 하얗게 경직된다. ‘어느 쪽으로 피할까’ 눈동자를 좌우로 한참 굴리다 오른쪽으로 비켜 선다. 그런데 그 사람이 여전히 내 앞에 서 있다. 몇 번의 실랑이 끝에 드디어 전진. 나의 우유부단한 행동은 항상 이런 식이다. '하늘이시여, 차라리 저를 사뿐히 즈려밟고 가주세요.'      

 생각과 행동의 수줍은 망설임, 기저핵

기저핵은 우리가 생각이나 행동을 결정하는 데 있어 결재를 해주는 곳으로, 대뇌반구의 중심 깊숙이 안전하게 자리 잡고 있는 핵의 집단이다. 사람이나 자전거가 마주 오는 좁은 길, 뇌는 피하라는 신호를 기저핵에 보낸다. 그러나 그 신호에도 기저핵의 결재가 떨어지지 않으면 자전거를 코앞에 마주할 수도 있다. 기저핵의 운동 담당 부위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엔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이나, 반대로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움직이게 되는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에 걸릴 수 있다. 

Tip 도파민이 부족했던 파킨슨 씨

기저핵은 운동에 대한 결정 권한이 있지만 도파민이 없으면 그 결정은 심각한 혼란을 초래한다. 기저핵이 근육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 도파민이기 때문이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의 손상으로 도파민이 부족하게 되어 발생하는 운동기능 장애이다. 파킨슨병은 서서히 진행되어 진단이 어렵기에 판명이 났을 때는 이미 도파민을 전달하는 신경세포가 80% 이상 파괴된 이후이다. 국내의 한 연구에 의하면 매일 하루 1시간 정도의 빠르게 걷기 운동으로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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