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뇌편측화(cerebral lateralization)와 언어영역(language area)

 

 

 

우리 몸의 기관은 양측성인 것이 대부분으로 양쪽이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이는 한쪽이 손상되었을 경우에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발달한 진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뇌 역시 진화단계의 초기에는 양측성으로 발생하였고 양쪽의 기능이 동일하였다고 생각되지만, 사람에서는 뇌가 매우 발달하여 대단히 많은 신경원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양쪽 뇌의 기능이 이차적으로 분화되었다. 이와 같이 양쪽 뇌의 동일한 부분의 기능이 서로 다른 현상을 대뇌외측화(cerebral lateralization)라고 하며, 한쪽에만 우세하게 어느 기능이 발달하였다면 그 기능이 우세화(dominance)되었다고 하고 그 쪽 반구를 어떤 특정한 기능에 대해 우세반구(dominant hemisphere)라고 한다. 이러한 대뇌외측화는 몸의 양쪽에서 모두 입력을 받거나 출력을 내보내는 감각피질과 운동피질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주로 연합피질에서 나타난다.

사람에서 대뇌외측화의 대표적인 예는 언어(language)이며, 언어가 자리잡은 반구를 우세반구(dominant hemisphere)라고 한다. 오른손잡이의 96%와 왼손잡이의 70%는 좌반구(left hemisphere)에 언어중추(language center)가 있으며 따라서 좌반구가 우세반구이다. 왼손잡이의 15%는 우반구에 언어중추가 있어 우반구가 우세반구이며, 나머지 15%는 양쪽 반구 사이에 언어기능에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 언어영역 중의 하나인 베르니케영역(Wernicke's area)이 있는 측두평면(planum temporale)의 크기를 보면 65%가 왼쪽이 오른쪽보다 크고 24%는 거의 동일하였으며, 11%에서만 오른쪽이 컸다.

일반적으로 우세반구는 말하기, 쓰기 등 언어 외에 간단한 산술적 계산(calculation)도 담당한다. 반면 비우세반구(non-dominant hemisphere)는 복잡한 3차원적 구조를 인식하는 공간지각(spatial perception), 노래(sing)나 악기 연주(playing musical instrument) 등의 예술적 기능, 사람 얼굴의 인식(face recognition), 한자인식 등을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의 뇌에는 두 개의 대표적인 언어영역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언어의 표현(expression)에 관여하는 부위로 브로카영역(Broca's area) 또는 운동언어영역(motor language area)이라고 하는 부위이고 다른 한 부분은 언어를 수용(reception)하여 이해하는 측면에 관여하는 부위로 베르니케영역(Wernicke's area) 또는 감각언어영역(sensory language area)이라고 한다. 브로카영역은 하전두이랑(inferior frontal gyrus)의 삼각부(pars triangularis)와 판개부(pars opercularis)를 함께 일컫는 용어로 브로드만영역 44와 45에 해당하는 부위이다. 베르니케영역, 즉 감각언어중추(sensory speech center)는 측두엽 상측두이랑(superior temporal gyrus)의 뒤쪽과 두정엽 하두정소엽(inferior parietal lobule)의 변연상이랑(supramarginal gyrus, 연상회, 모서리위이랑)과 각이랑(angular gyrus, 각회)에 있으며, 브로드만영역 22 후반부와 39, 40에 해당한다.13) 감각언어영역과 운동언어영역은 상세로다발(superior longitudinal fasciculus, 궁상다발 arcuate fasciculus)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그림 11-13). 또한 정상적인 언어기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운동영역의 하나인 보완운동영역(SMA)이 손상되지 않아야만 한다.

언어영역이 손상되면 실어증(aphasia)이 나타난다. 감각성실어증(sensory aphasia, 베르니케실어증 Wernicke's aphasia)은 베르니케영역이 손상된 경우로 언어를 이해하는 측면에 문제가 생겨 청각이나 시각은 정상이지만 말을 듣거나 읽었을 때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감각성실어증에서 자발적으로 말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두정엽쪽의 베르니케영역이 많이 손상되면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여 말하지 못하는 착각성실어증(jargon aphasia)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본인이 한 말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환자는 별로 이 부분에는 마음을 두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두정엽과 측두엽의 베르니케영역 중에서 일부분만 손상되면 다른 언어기능에는 이상이 없으나 특별히 적절한 단어를 찾는데 문제가 생기는 명칭실어증(anomic aphasia)이 생길 수 있다. 역시 감각성실어증의 한 형태 중에 각이랑(angular gyrus, 브로드만영역 39)부분이 손상된 경우 쓰여진 글을 읽어서 이해할 수 없는 증상 만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며, 이를 독서불능증(alexia)이라고 한다.

브로카영역이 손상되면 성대(vocal cord)의 근육에는 이상이 없어도 말을 할 수 없게 되는 운동성실어증(motor aphasia)이 나타난다. 손상이 심할 경우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으나 보통의 경우에는 간단한 한 두 음절의 말은 할 수 있다. 언어를 이해하는데에는 전혀 이상이 없기 때문에 환자 본인은 감각성실어증 환자와는 달리 크게 좌절하며 제대로 말을 하려고 노력하다가 결국은 다시 똑같은 한 음절의 말을 반복하게 된다. 운동성실어증에 동반되어 나타날 수 있는 증상 중에는 글자 하나 하나는 쓸 수 있지만 이를 합쳐서 의미있는 글 또는 단어를 쓸 수 없는 실서증(agraphia)이 있다.

감각성언어영역과 운동성언어영역을 연결하는 상세로다발(superior longitudinal fasciculus)이 손상되면 전도성실어증(conduction aphasia)이 나타난다. 전도성실어증에서 환자는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있으며 자발적으로 말할 수도 있으나 다른 사람의 말을 따라할 수 없으며, 말하는 것은 착각성실어증(jargon aphsia)에서와 같이 단어의 사용이 적절하지 못하다. 이 경우에도 환자가 자신의 말을 이해하는 데에는 이상이 없기 때문에 환자 본인은 자신의 말이 잘못 된것에 대해 크게 좌절하며 제대로 말을 하려고 노력하거나 아예 말을 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언어영역 전체가 손상된 경우에는 위의 증상이 모두 나타나며 이를 전실어증(global aphasia)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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