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뜬 자들의 밤…"뇌 창의력 위축" 수면장애, 심근경색 등 위험성 높아 2008년 12월 02일(화)

충분한 수면을 통해 영감이 떠올랐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폴 매카트니는 잠을 충분히 자고 일어나니 ‘예스터데이(Yesterday)’의 선율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고 한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역시 '지킬박사와 하이드(Dr Jekyll and Mr Hyde)'의 아이디어를 꿈을 통해 얻었다고 말한다.

의학자들은 수면을 취하는 동안 뇌가 휴식을 취하고, 연계성이 없는 정보를 연결시켜 새로운 사고방식과 아이디어를 제공한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수면은 건강한 삶의 중요한 척도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로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는 환율과 주가 때문에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불면증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불면증 치료'로 건강보험 급여를 받은 환자 수는 2005년 21만7천957명, 2006년 26만3천924명, 2007년 32만8천825명으로 계속 상승했다. 2008년은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올 9월 말까지만 25만9천219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수면장애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다. 하지만 그대로 방치하면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불면증 치료'로 건강보험 급여를 받은 환자 수는 최근에 계속 상승했다.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올 9월 말까지만 25만9천219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눈뜬 자들의 밤= 수면장애 요인 중 하나인 수면무호흡증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저산소증과 교감신경계 항진 등으로 말미암아 심장과 혈관계통의 질환 발생 위험성이 높아진다. 수면무호흡증의 경우 고혈압과 심부전, 뇌졸중의 위험성이 정상인보다 약 2.89배, 2.38배, 1.97배 정도 높아지며, 심근경색은 20배까지 높아진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은 비만인 사람들에게는 '공공의 적'이다. 비만한 사람들에게 수면무호흡증이 자주 발생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수면 장애를 겪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뚱뚱하게 될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주목을 끌기도 했다.

몬트리올대 연구팀에 따르면 최근 1천138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릴 때 수면 장애를 겪은 아동은 커서 뚱뚱하게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아동 시절부터 숙면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수면 장애는 우울증 유발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노스텍사스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특히 청소년기 불면증은 성인이 돼서 우울증 발병을 2.3배 높이고, 알코올 중독이나 자살 충동을 유발할 위험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서는 불면증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우울증이 올 수 있고, 반대로 우울증이 있는 경우 불면증이 나타나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잠을 자는 당신, "창조력 증진"= '잠이 보약'이란 말도 있듯 충분하게 잠을 자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최근 미국 암연구협회에 따르면 충분하게 수면을 취한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유방암이나 대장암 발병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협회 연구진은 10년간 5천968명의 젊고 건강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잠을 하루 7시간 이하로 자는 여성들은 각종 암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뇌의 창의력'이 위축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옥스퍼드 대학교 신경과학 러셀 포스터 교수는 최근 영국 일간지 타임즈(Times)와의 인터뷰에서 "충분한 수면은 기억들을 통합하고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하지만 충분하게 잠을 자지 못하면 뇌의 창의성이 위축된다"고 말했다.

충분한 수면이 아닌 짧은 낮잠은 어떨까? 미국 뉴욕 CUNY대 윌리엄 피시바인 박사팀은 낮잠을 자면 단순 기억력뿐 아니라 배운 사실을 응용하는 창조력까지 증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박사팀에 따르면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대학생들에게 자매 등 2음절로 된 한자어를 배우도록 한 후, 한 그룹은 90분 동안 낮잠을 자도록 하고 다른 그룹은 낮잠을 자지 않도록 했다. 실험결과, 낮잠을 잔 그룹의 대학생들은 이전에 익혔던 한자어 중 늘 같은 뜻을 가진 단어가 있다는 것을 더 금방 깨닫고 이를 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피시바인 교수는 "짧은 낮잠도 단순한 기억력뿐 아니라 이를 응용하는 창조력 등 전반적으로 뇌 활동이 증진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건강한 잠을 자기 위해서는 밤에 커피나 핫초코, 콜라 같은 카페인이 든 음료 및 초콜릿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 
◆건강한 잠을 자기 위한 생활수칙=
건강한 잠을 자기 위해 꼭 지켜야 할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에디슨이나 나폴레옹처럼 3-4시간의 수면으로 충분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인슈타인과 같이 9-10시간의 수면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일반적으로 7-8시간의 수면이 권장되는데 이것은 단순히 많은 사람들의 평균적인 수면시간이다.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수면시간을 측정해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①밤마다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난다=특히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아침에 잠이 깨면 바로 일어나 밝은 빛을 쬐는 것이 정신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된다.

②저녁에 과식을 하지 않는다= 과식 자체가 자극이 돼 잠들기 힘들어진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따뜻한 우유 한 잔 혹은 치즈 등을 먹는 것은 도움이 된다.

③밤에는 커피나 핫초코, 콜라 같은 카페인이 든 음료 및 초콜릿 등을 피한다.

④저녁 7시 이후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면 정신적으로 흥분해서 잠들기 힘들다.

⑤침대는 수면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쓰지 않는다= 침대에서 책을 보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 등 다른 일을 하지 않는다.

⑥잠자리에 들기 1시간 전에 반신욕 혹은 뜨거운 샤워를 통해 체온을 올린다. 긴장이 풀어지고 잠이 잘 온다.

⑦오지 않는 잠을 자려고 노력하지 마라= 잠을 자려고 노력하게 되면 오히려 못 자면 어떻게 될까 하는 잠에 대한 불안과 스트레스가 생긴다. 결국 스트레스, 각성 호르몬인 코티졸의 분비가 증가되고 교감신경의 흥분이 발생해 잠이 멀리 달아나 버린다. 이런 경우에는 침대에서 나와 지루한 책 등을 읽어 몸이 스스로 지루하고 졸리게 만들어 수면에 드는 것이 좋다.

우정헌 기자 | rosi1984@empal.com

저작권자 2008.12.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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