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세상을 바꾼 10가지 심리학 실험을 깊이있게 보여주는데요, 마지막 실험이 ‘드릴로 뇌를 뚫는’ 실험입니다. 뇌에 구멍을 뚫어 무언가를 잘라 정신병을 치료하는 거죠. 이 수술을 처음으로 개발한 포르투갈 의사 안토니오 에가스 모니즈는 194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기도 합니다.

사실 과학 분야에선 이 실험은 그야말로 ‘막장 실험’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잘못된 노벨상 3위 안에 오르는 사례이기도 하고요(하나는 ‘기생충이 암을 일으킨다’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기억이 나질 않네요).

지난해 한 교수님과 이 실험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참 그 과학자를 비난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신병을 치료하겠다고 뇌를 자르다니, 얼마나 부작용이 큰지 모르고. 수술을 받았던 사람 중에는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책의 저자는 신기하게도 모니즈 박사에 대해 의외로 호의적인 감정을 보여줘 깜짝 놀랐습니다. 수술 방법이 너무 과격해 보여서 그렇지 사실은 분명히 치료 효과가 있다는 거지요(학계에선 여전히 반대가 많습니다).



포르투갈 의사 안토니오 모니즈는 정신병 환자에게 뇌의 일부 부위를 절단하는 수술을 처음 실시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 수술은 매우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미국에선 엄격한 조건을 갖춰 이 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책에 나온 한 환자는 젊었을 때부터 생겼던 심한 강박증이 수술 뒤 사라졌다고 합니다. 요즘은 뇌 수술을 굉장히 정교하게 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이 수술을 받을 정도라면 다른 치료법이 없는 환자이기 때문에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거지요.

물론 모니즈 박사는 지금 관점에서 충분한 정보 없이 굉장히 위험한 실험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 아직도 이 수술이 (물론 많이 개선되었겠지만)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뇌의 특정 연결 부위를 잘라 정신병을 완화할 수 있다는 사실에도 놀랐습니다.

가장 놀란 것은 예전에 막장 과학으로 알았던 기술이 엄연히 생존해 있고,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는 거지요(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혹시 언젠가 꽃이 필 막장 과학은 지금 없을까요?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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