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예측은 어떻게 하나 델파이 기법과 시나리오기법 2009년 03월 02일(월)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라고 한다. 미래는 전혀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와 과학적인 추론, 합리적 해석을 통해 어느 정도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정확한 예측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겠지만 객관적인 방법으로 미래를 예측하면서 준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결과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기업이나 사회, 국가적인 차원에서 미래예측은 중요하다. 미래예측의 과학적인 방법론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미래학이다. 미래학은 이제 우리사회에서도 중요한 화두가 되어야 한다. [편집자 註]

미래예측과 미래학 미래학은 시간을 다루는 분야이다. 지나온 시간은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검증 가능하지만 다가올 시간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예측할 수 없다고 운명에 모든 것을 맡기고 수동적으로 상황에 대처할 수는 없는 법이다.

미래는 전혀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 아니라 객관적 데이터와 과학적 추론, 합리적 해석을 통해 어느 정도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가령 가능한 복수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여기에 맞게 몇 가지의 대책을 갖고 있다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나아가 변화를 이용하거나 어느 정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 사회학의 창시자 오귀스트 콩트는 실증적인 지식이 가장 과학적이고 발전된 지식이라 갈파했다. 
미래예측이나 미래학이 학문적인 방법론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사회학의 창시자 오귀스트 콩트는 실증적인 지식이 가장 과학적이고 발전된 지식이라 갈파했는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실증(實證)이란 말은 실제로 증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연과학에서는 실험을 통해 진리나 법칙을 입증하고, 사회과학도 직·간접적인 체험, 현장조사, 서베이, 가상실험 등의 기법을 동원해 나름대로의 과학성을 추구한다. 하지만 미래예측이나 미래학은 미래사회를 연구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누구도 절대 실증할 수는 없다. 이것이 미래학이 다른 학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며, 이 때문에 미래학이라는 학문은 존재할 수 없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사회과학도 엄밀한 의미에서는 실험이 가능하지 않고 진리나 법칙이 존재할 수도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비록 미래사회가 실증 가능하지는 않지만 방법론적 정합성과 객관적 자료 분석이 뒷받침된다면 미래학 또한 충분히 과학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반세기 이상의 연구를 통해 미래연구도 진화해 왔고 기법 또한 체계를 갖추어 왔다. 미래예측은 주먹구구식의 예견이 아니라 ‘투입-미래예측기법-산출’의 과정을 통해 나름대로 과학성을 추구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연구는 계속 발전해 왔으나 미래예측 분야의 방법론에 대한 연구들은 이론적이기보다는 다양한 이슈를 강조하기 위한 적절한 프레임워크를 만들려는 실질적인 시도들이었다. 다양한 예측기법들을 통해 정량적 혹은 비정량적 요소들을 포함하는 요소들을 포함하는 예측결과를 도출할 수 있고 예측결과를 통해 미래의 변화상을 미리 대비할 수 있다(김성태, 또 다른 미래를 향하여-미래예측과 미래전략, in 서울대학교 자연대학, 『자연과학』 제 25호, 2008년 겨울호).

미래예측 방법론 증 가장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기법은 델파이 기법과 시나리오 기법이며, 패널기법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설문 반복으로 전문가 의견 수렴하는 델파이 기법

우선 델파이 기법(Delphi technique)은 전문가의 경험적 지식을 통해 문제해결이나 미래예측을 하는 방법으로 ‘전문가합의법’이라고도 한다. 미국 랜드연구소에서 처음 개발된 기법인데, 설문을 반복하여 특정한 주제에 대해 전문가 집단의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보통 3번 정도의 설문조사를 하면 응답 간의 편차가 줄어들고 의견이 서로 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 과정을 통해 전문가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 델파이 기법은 전문가들이 회의장소에서 대면하는 과정을 없애고 전문가들의 익명성을 보장함으로써 보다 자유롭고 객관적으로 의견 수렴이 이루어지도록 해준다.

▲ 델파이 기법은 설문을 반복하여 특정한 주제에 대해 전문가 집단의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델파이 기법으로 질문을 3회 되풀이하면 참가자 사이에 어떤 항목이 발생 가능성이 높으며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는지가 분명해진다. 단 델파이법으로 얻어낸 의견의 일치는 현실 상황과는 관계가 없음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전원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 시점에서 참가자의 생각은 전부 모아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델파이법의 장점이다 (하마다 가즈유키 지음, 김창남 옮김,『미래비즈니스를 읽는다』 , 비즈니스 북스, 2005년, 152쪽)

유엔미래포럼의 밀레니엄 프로젝트, 북유럽의 수소 미래예측(Nordic H2 Energt Foresight) 등이 델파이 기법을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시나리오 기법 역시 랜드연구소에서 처음 고안되었지만 이후 많은 미래학자나 미래예측전문가들에 의해 정교해졌다. 허만 칸 등이 시나리오 기법의 선구자지만 피에르 왁, 피터 슈워츠 등은 이를 더욱 더 발전시키면서 실제 기업경영에 적용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 기법은 ‘미래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가?’, ‘이러이러한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시나리오를 작성해 미래에 대비하는 방법이다.

시나리오는 예측이 아니라 미래가 어떨지에 대한 견해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에 의하면 시나리오는 예측(forecast)가 아니라 하나의 가능한 미래, 즉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견해를 말한다. 피에르 왁은 시나리오가 1)현실에 대한 명확한 분석을 통해 불확실성을 구조화하고, 2)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의사결정자의 가정을 변화시킨다고 설명한다(류석상, 박정은, 「유비쿼터스 사회를 읽는 시나리오 기법 현황과 과제」, 한국전산원 u-전략팀).

시나리오는 대략 두 가지로 구별된다. 하나는 ‘탐색적 시나리오’로, 목표를 정하지 않고 현재의 변화 흐름과 환경의 추세 분석을 통해 인과관계를 중심으로 작성하는 시나리오다. 또 하나는 ‘규범적 시나리오’로, 목표점을 정하고 거기에 도달하는 방법의 과정을 그린 시나리오다. 보통은 탐색적 시나리오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규범적 시나리오를 대입하는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한다 (김경훈, 『트렌드 워칭-미래를 읽는 9가지 기술』, 한국트렌드연구소, 2005년).

시나리오 기법의 최대 장점은 가능한 복수의 미래를 가정해 대비함으로써 미래의 리스크를 줄여나갈 수 있다는 것인데, 3-4개의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시나리오 기법의 약점은 가장 가능성이 높거나 중요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미래에 있어서 중요할 수도 있는 시나리오들이 무시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래학자 에릭 갈랜드는 충격/확률 매트릭스를 통해 네 개의 잠재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시나리오가 두 개이면 이분법적 태도를 초래하고, 세 개는 그릇되게 중간을 택하게 하는 경향이 있으며 다섯 개 이상은 혼란만 일으키지만 네 개면 중간이라는 선택안이 없어 폭넓은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릭 갈랜드 지음, 손민중 옮김, 『미래를 읽는 기술』, 한국경제신문사, 2008년 참조).

한편 패널기법은 12-20명으로 구성된 독립된 전문가 패널이 3-18개월 동안 주어진 토픽의 미래에 대해 집중적인 토론을 통해 결과를 토출해내는 방식이다. 그 밖에도 스캐닝, 트렌드 분석, 브레인스토밍, 비전 수립, 역사적 유추법 등 다양한 기법들이 있다.

최연구 국제관계학 박사 | choi@kbsf.co.kr

저작권자 2009.03.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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